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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추미애 ‘몰아주기’로 강한 야당을” vs “‘절대 다수’가 잘못하면 당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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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더민주 ‘당심’ 보여주는 금천 지역 대의원들의 불꽃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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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전국대의원대회(전대)를 4일 앞둔 지난 23일. 더민주 서울 금천 지역위원회 사무실에는 대의원 4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전대에서 누구를 당대표로 지지할 것인지가 토론 주제였다. 지역위원장이 대의원·당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명령하는, 이른바 ‘오더’를 ‘때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까. 자리를 만든 금천 지역위원장 이훈 의원은 “‘오더 금지 모임’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뜻을 모아서 누군가를 밀어야 할 때도 있고 소신에 맡겨야 할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어느 한 분이 꼭 당선돼야 한다는 근거를 못 찾았다”며 “누구를 지지할 때 근거가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의견을 나눠보고자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치BAR는 이 토론회에 참석했던 금천 지역 대의원·당원 8명을 전대 이후에 다시 한 자리에 모아 좌담회를 열었다. 연령과 성별, 지지 성향을 안배해 참석자를 선정했다. 더민주의 ’당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더민주 전대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지 궁금했다. 좌담회는 전대 다음날인 28일 오후 더민주 금천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8명 중 5명이 추미애 지지…‘상대적 우월성’ 강조

좌담을 시작하자마자 참석자 8명에게 이번 전대에서 누구를 당대표로 지지했는지부터 물었다. 8명 중 5명이 추미애 대표를 찍었다고 했다. 이들은 우선 추 대표의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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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후보는 연설을 알고 정치를 안다는 느낌이었어요. 연설하는 중간중간에 박수가 나오는데 다른 두 후보와 다르게 추 후보는 그분들 반응하는 걸 지켜보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현장에서 2위와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죠.” 금천구 의원이자 여성위원장인 이경옥(52)씨의 지지 이유였다. 금천구 의원인 김경완(37)씨도 “누가 대선승리에 기여할 것인가가 투표의 기준이었는데 이종걸 후보는 대중들한테 메시지 전달할 때 조금 약하지 않을까, 김상곤 후보는 진보 성향이 강해서 대중적으로 대선후보를 받칠 수 있는 이미지로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한 정치인이었기에 추미애에게서 여전히 디제이(DJ)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재개발 반대 투쟁에 가담하며 2009년에 뒤늦게 정당 활동을 시작한 최만두(67)씨는 “(추미애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도 보좌했고 노무현도 보좌했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했고, 김경완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 이미지도 있어서 호남에 대한 향수도 있다. 친노 성향이 강한 편인데 그럼에도 호남표를 얻을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며 추 후보를 지지한 ‘전략적 표심’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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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갈등을 끝내고 주류 중심의 새 질서를 세우기 위해 추미애를 찍었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1987년 디제이 캠프에 입문한 뒤 의원 보좌관 생활을 하고 줄곧 정통야당에 몸담고 있다는 김철(60)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과 분열상을 보였습니다. 국민과 당원이 더 이상 싸우고 갈등하는 모습 보기 싫어하는데 이에 부합하는 후보가 추미애였죠. 이종걸 후보는 갈등을 끌어와서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논리인데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이경옥씨는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을 모아서 가는 게 아니라 집중력 있게 ‘몰아주기’를 해야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노무현 탄핵 가담? “잘못했다고 하니 용서되더라”

지난해 연말 온라인으로 입당해 권리당원·대의원까지 된 민경우(32)씨는 ‘당의 단합’과 ‘야당다운 모습’을 강조하며 “이종걸 후보는 (분당 사태 때) 당무 거부 이력이 좋아보이지 않았다”고 했고 “김상곤 후보님은 잘 모르는 면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추미애 후보는 판사였고 지역에서 5선을 했기 때문에 그런 큰 결격사유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가담하고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복수노조의 교섭 창구 단일화 등을 담은 노동법을 야당의 반대에도 날치기 처리한 건 문제가 아니냐고 묻자 이런 반응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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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니까 탄핵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얘기하고 사과했어요. 노동법은 당시에 여러가지 노사관계가 복잡다단한 게 있으니까 그게 옳다고 생각해서 했다고 하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봐요. 핑계를 대거나 회피하기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잘못한 거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게 신뢰가 갔어요.”(민경우)

“저도 탄핵에 대한 감정이 깊었는데 변명하거나 이상하게 대처했으면 지지를 거뒀을 거예요. 그런데 흔쾌하게 잘못했다고 하니까 거기서 용서가 되더라고요.”(김철)

“저는 탄핵 때인 2005년에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어요. 그래서 추미애 의원 싫었죠. 그런데 변명하거나 핑계대는 게 아니고 당당히 실수 인정하고 부끄러워하는 거 보면 앞으로 그런 실수는 안 하겠다고 신뢰하게 됐죠.”(김경완)

추미애 후보가 문재인 대표 시절 비주류에 맞서 문 대표를 도운 ‘친문’ 정치인이라 그를 지지한 건 아니냐는 물음에 민경우씨는 “친노, 친문, 그런 점도 (추미애 지지에) 작용을 했다”고 답했다. 김경완씨는 “반노 성향, 비주류 상당수가 국민의당으로 갔기 때문에 그 영향 때문에 친노 성향의 분들이 선출됐다고 본다. 우려를 많이 하시는데 오히려 하나로 될 수 있는 계기, 지도부가 뜻이 같기 때문에 시너지를 발휘해서 후보를 잘 띄워 국민의당이든 새누리당이든 다른 후보들과 잘 싸울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추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추미애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쪽은 이번 전대 결과가 “실망스럽고 걱정된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한 최규엽(63)씨는 추미애가 아닌 다른 후보를 찍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당에 들어와서 보니까 당원 민주주의, 당내 민주주의 문제가 창당 때부터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지구당 위원장이 여전히 공천권 행사하고 있고 형식적·내용적으로 오더 투표로 갈 수밖에 없죠. 안정적인 다수파가 있는 건 좋은 겁니다. 올바른 노선을 관철시켜서 승리한다면. 그러나 절대적 다수가 잘못하면 당이 한꺼번에 망해요. 민노당이 그래서 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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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소멸한 뒤 당을 떠났다가 ‘지역정치’의 뜻을 품고 지난해 말 복당해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임현택(50)씨는 “추미애 의원이 가져왔던 노무현 탄핵, 노동법 처리 과정을 보면 당대표로서 부적합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김상곤 후보를 지지했다. “김상곤 후보가 얘기한 ‘평당원이 대표가 되는 당’에 주목했습니다. 지역위원장 1인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당원들의 뜻에 따라 정치 주체로 참여하는 그런 문화를 당원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치입니다. 이번 당대표 경선은 단순히 대선 관리자를 뽑는 게 아니라 정치 문화와 과정을 바꾸고 미래를 바꾸는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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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정당 경력에 구의원 선거 출마 경험도 있는 최순남(51)씨는 지역위원회 토론회 등에 참여하면서 지지 후보를 바꾼 특이한 케이스다. 최씨는 “추미애 앤드 문재인,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도 많이 했고 다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봤다”며 “혁신해서 개혁해서 진보적, 진취적으로 갈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압도적 결과… “명확한 메시지에 고른 지지”- “조직선거였지만 세 후보 중 가장 안정적”

추미애 후보는 3자 대결이었던 이번 전대에서 54.03%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경옥씨는 “‘국민을 살리는 대선승리’, ‘나라를 구할 정권교체’라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동의를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민경우씨는 “온라인 입당이 가능해서 10만 당원이 몰려들어와 권리당원이 됐고 그들의 영향력이 꽤 컸다”며 “추미애 후보가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과 맞았던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청년·여성 최고위원 김병관·양향자 후보도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가 연설하면서 네거티브 하는 건 좋지 않아 보였다”고도 했다. 김경완씨는 추 대표가 ‘아재 같았던’ 다른 후보들과 달랐다고 했다.

“다른 후보님과도 간담회를 했는데 김상곤·이종걸 후보는 훌륭한 분들이지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추미애 후보는 ‘앞으로 이렇게 해’가 아니고 그냥 어울리는, 그래서 청년들에게는 지지를 많이 받았다고 봅니다.” 그는 또 “5선 하는 동안 나이 드신 선배님들이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런 과정에서 노년층에서도 지지를 많이 얻었고 여성이어서 여성에게서도 많이 받았을 거다. 세대·계층 구분 없이 많은 지지를 얻어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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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추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추 대표의 압도적 승리 요인으로) 결정적인 건 조직 선거라고 봐요. 조직선거가 나쁜 건 아닌데…. 당대표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적 다수파 쪽에서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전부 세팅을 해서 심각하다는 거죠. 세 후보 중 당원 눈높이에서 볼 때 추 후보가 안정감 있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최규엽)

“무난해 보인다는 게 정확한 것 같습니다. 당원들에게 가장 무난해 보이지 않을까. 현재 권력의 중심부에서는 호남을 고립화하려는 전략을 계속 쓸 거라고 보는데 그런 부분도 일정 정도 상쇄할 수 있는 후보가 추미애이지 않겠냐는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임현택)

“대선 승리 위해 포용·통합을” vs “유력후보 있는데 왜 다른 길?”

좌담은 자연스레 친문 일색 지도부를 향한 우려로 이어졌다. 최규엽씨는 ‘절대적 다수파’의 포용과 양보를 주문했다.

“국민의당이 만들어지기 전에 친문 그룹이 안정적 다수파였는데 국민의당이 나가버리니까 ‘절대적 다수파’가 됐습니다. 절대적 다수파이면 양보를 해야 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직부터 비주류에게 통크게 양보하고 손학규·박원순 후보가 흔쾌히 경선에 임하게 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안철수-문재인-새누리당으로 대선을 치러도 승리할 수 있다고 하는 ‘3자 필승론’이 제일 걱정스러워요. 87년 ‘4자 필승론’의 망령이 떠오르죠. ‘3자 필승론’은 정권교체 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승리를 위해서는 0.1%라도 더 좋은 것이면 그쪽으로 가야 합니다. 친문이 절대적 다수가 됐으니까 포용하고 양보하고 통합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힘들죠.”

그러나 김철씨의 생각은 달랐다. 포용이 아니라 ‘흡수’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었다.

“‘빅텐트 치고 후보를 안아야 한다, 비주류 끌어안아서 공간을 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봐서는 그 혼란 속에 지난 1년 간 갈등했습니다. 지도부 흔들고 갈등하며 국민들이 ‘정권 맡길 수 있는 집단’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한 거죠. 큰 지도부 세워서 가면 됩니다. 일사불란하게 가면 국민들은 ‘저 집단에 정권 주면 좋겠다’고 판단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세력은 본류에 휩쓸리지 않을까. 빅텐트 쳐서 비주류 포용해야 한다는 건 지금 상황에서 맞지 않습니다. 노무현 때는 그게 맞았어요. 노무현 후보가 신진으로 떠올랐고 절대적인 지지세력이 없어서 판을 뒤엎는 빅텐트가 필요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리고 외부 세력을 흡수할 ‘유력한 후보’가 있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유력한 후보가 있는데 다른 후보 키우자는 건 지금 상황에 맞지 않다는 거죠. 그 큰 힘에 흡수되게 하는 훨씬 더 빠른 길 있이 있는데 왜 다른 길을 찾느냐. 우리가 힘을 받아서 잘 키우면 다른 세력은 위축되고 흡수될 겁니다.”

최규엽씨가 받았다.

“2014~15년에 야당의 1위 대선 후보가 누구였는지 아세요? 박원순이었어요. 그래서 여당이 얼마나 박원순을 공격했습니까. 지금은 아직 문재인 후보가 1위이지만 정치는 생물입니다. 그래서 지금 문재인 후보로 가는 건 너무 빠르고, 가능성 있는 후보 모두 1등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당대표가 해야 할 일이죠.”

임현택씨는 “빅 텐트론 얘기하며 1대1 구도 만들자는 고민과 우리 힘을 강화해서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독자생존론, 이 두 기류가 계속 의원들과 당원들 사이에도 있다. 아직 누가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이 문제? “문재인 사라져야 대선승리” vs “호남 기득권세력이 물러나야”

새정치민주연합은 분당 사태를 거쳐 2015년 12월28일 ‘더불어민주당’으로 새 출발했다. 김종인 비상체제로 총선을 치르고 처음으로 민주적 리더십을 세운 게 추미애 체제다. 그러나 친문 일색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고 역동성이 떨어지는 후보 선출 과정은 내년 대선 승리를 어렵게 할 거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교체, 대선 승리를 위한 나름의 전략, 비기를 공개해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주문했다. 너무 거창한 질문이어서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최만두씨가 걸쭉한 음성을 뿜어냈다.

“제 귀에 들리는 얘기는, 문재인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야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인물론’을 근거로 추미애 후보를 지지한 최만두씨였지만 문재인을 향한 거부감은 매우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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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안 되지.” 옆 자리에 앉아있던 김철씨가 웃으며 만류했다.

최만두씨는 “아니요, 그런 얘기가 있다니까”라며 물러서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문재인이) 너무 독재적이라는 거요. 주변 사람들 이야기 안 들어주고 자기가 대장 해먹으려고. 당대표부터 후보까지. 더민주를 1인 체제로 가려고 하니까 당원들이 싫어한다, 그래서 호남사람들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제 귀에 그렇게 들리고 있습니다.”

김철씨가 반론을 폈다.

“호남 민심이 가장 문제되고 있고 문재인에 대한 비토 정서를 어떻게 해소하냐가 중요한데, 호남 색이 빠지면 비호남 색이 강해지니 호남은 조금 더 물러서주는 것도 방법이에요. 막판에 되는 방향으로 힘을 합쳐주면 큰 힘이 될 수 있으니. 2012년 대선 때 직책 맡아서 해보니까 후보가 최소한 1년 전에 들어서서 역할을 해줘야 해요. 정책도 후보가 만들고 대세몰이 하려면 사람 모아야 하는데 문재인은 검증이 된 사람이잖아. 문재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세가 될 수 있는 세력이 힘을 키워서 끌고가면 구도도 그려지고 정책도 만들어지고 조직도 꾸려지고 (대통령이) 된다고 하면 호남이 왜 싫어합니까. 자연히 호남 정서도 돌아서죠. 그러면 국민의당에서도 연대해서 참여하는 방법 찾아서 만들어내면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정권교체가 되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길이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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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혼자 독주 체제를 하면서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을 (내쳤다고) 호남사람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최만두)

”그건 오해이고, 절대 아닙니다. 호남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공격의 화살을 그렇게 돌려서 그런 거고. 디제이가 노력해서 혁신 민주세력 키우려고 모든 걸 걸고 했어요, 비호남에. 그게 친노 아닙니까. 진보세력의 정치 후계 집단이 친노인데 친노가 상대적으로 젊은 거예요. 김대중·노무현 세력이 같이 하는데 친노는 당연히 우리 후진으로서 더불어 갈 세력이고. 나이 먹었으면 물러서주는 게 맞지. 김대중·노무현 같이 가야 하잖아요.”(김철)

“그런 생각 있었으면 갈라지지 않았다는 거지.”(최만두)

“갈라진 사람이 잘못한 거라니까. (분열을 막기 위해) 문재인이 적극적으로 역할한 것에 대해서는 전 부정적으로 안 봐요.”(김철)

호남 출향민인 두 사람의 돌발적인 논쟁은 여기서 그쳤다. 야권의 1위 대선후보이지만 그만큼 비토도 많은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와 역할이 야권 대선전략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김경완씨는 이런 논쟁이 지속되는 이유로 문 전 대표의 월등한 지지율을 꼽았다. 그러면서 “저희 당에 대선후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 그분들이 지지율이 많이 올라가서 선의의 경쟁 통해 당원도 결집하고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 생활 10년, 가슴 속에 칼 한 자루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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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금천 지역위원회 대의원·당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동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평가하며 대선 전략 등 당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옥 최만두 김철 최순남 김경완 임현택 민경우 최규엽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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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선명하고 강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경옥씨는 “국민과 당원에게 권력의 안정성을 보여줘야 하고 중도를 표방한 김종인 체제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 더 왼쪽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야권통합은 더민주가 주도해야 하지만 만약 통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더민주 혼자로라도 충분히 (집권이) 가능한 강한 야당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우씨는 ‘헬조선 흙수저들’에게 지옥을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선에서도 청년 참여율이 당연히 높을 것 같다”며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뉴스도 짤막하게 보는데 그들이 봤을 때도 정말 큰 이슈, 비정상적인 것 바로잡으려고 하는구나, 그런 이슈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엽씨는 “더민주 당대표와 대선후보 중심으로 사드의 문제점을 확실히 해결하고 민생·청년·남북 문제 등에서 다수 야당이기 때문에 ‘권력 주면 잘 하겠네’ 이렇게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는 같은 당에서 함께했던 사람이다. 어떻게 해서든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며 “힘이 강한 쪽이 기득권을 양보해야 단결이 된다. 제3지대 단일화 경선까지 검토를 해서 우리 당을 점유하고 있는 분들이 통크게 결단을 내려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택씨는 ‘당원들의 힘’을 강조했다.

“그동안 지역의 당원은 지역정치가 황폐화되니까 대선 때도 별 관심이 없었어요. 절절한 마음으로 ‘그 사람 꼭 찍어줘야 해’라며 다가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절절한 마음으로 한 표 얻어 나가는 역할을 당원들이 해야죠. 여태까지 당원들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당원이 배제되고 재미가 없었어요. 우리 당이 당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활동하게 만들어주면 이게 힘이 될 거라고 봅니다. 이 힘들을 키우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사람이 힘을 내놔야죠. 국회의원들이 당원들 줄세워서 자기 입맛대로 하는 게 아니라 당원들의 권리 행사 위해 자기 거 많이 내놓고 대선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중요하죠.”

좌담회는 예상했던 2시간을 20분이나 넘겼다. 몇몇 참석자들은 대화 과정에서 나온 발언 몇 마디를 순화하거나 빼달라고 했다.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지만 그 발언이 혹시나 당 내부로는 갈등을 키우고 외부로는 안 좋은 이미지를 주지 않을까,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정권 빼앗기고 야당 생활 10년. 이들은 가슴 속에 칼 한 자루씩을 갈고 있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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