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국립공원 계곡서 고기 굽고, 때 밀고, 빨래…韓 피서 창피하다

댓글 1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피서철 국립공원 22곳서 샛길출입·취사·흡연·쓰레기투기 1천621건 적발

주변 시선 아랑곳하지 않는 '민폐' 여전…더위 식히러 갔다가 불쾌·짜증만

연합뉴스

국립공원 불법 취사 단속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이달 초 가족과 함께 속리산 화양계곡을 찾았던 한모(52)씨는 계곡 바로 옆에서 삼겹살을 구워 술판을 벌이는 한 무리의 중년 남녀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없이 자기 집 안방인 양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것도 모자라 불판서 흘러내린 삼겹살 기름을 바위틈에 몰래 버리는 모습까지 목격됐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한씨는 한마디 하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봉변만 당한다"는 아내의 만류에 불쾌한 기분을 억누른 채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기록적인 폭염에 피서 인파가 몰리면서 전국의 산과 계곡에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꼴불견 피서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따르면 피서철인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의 국립공원 22곳에서 적발된 불법·무질서 행위는 1천621건으로 지난해(1천215건)보다 33.4% 늘었다.

샛길(등산로가 아닌 곳) 출입이 613건(37.8%)으로 가장 많고, 고기 굽고 밥을 짓는 불법 취사가 390건(24.1%)으로 뒤를 이었다.

샛길 출입 중에는 멸종위기 동식물을 위해 설정한 특별보호구역에 들어가거나 접근이 금지된 백두대간 마루금을 드나든 경우도 37건이나 됐다.

몰래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투기한 사례도 181건(11.7%)과 113건(7%)에 달했다.

야영장이 아닌 곳에 텐트를 치는 불법 야영이 48건, 일몰 뒤 입산 금지 규정을 어긴 야간산행도 37건이나 적발됐다.

심지어 계곡에서 목욕하거나 빨래를 빨다가 적발된 경우도 4건이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단순히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정도가 아니라 비누, 샴푸, 때수건 등을 이용해 목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개탄했다.

동반 금지된 애완견이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데리고 오거나 무단 주차, 동식물 포획·채취 등 자연공원법을 어긴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국립공원에는 산불 위험 때문에 화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취사·야영도 야영장이나 대피소 등 정해진 공간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관계자는 "최근 캠핑 문화 확산 등에 편승한 불법 취사나 야영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다른 사람이 밟지 않는 곳에 몰래 들어가 텐트를 치고 라면·커피 등을 끓여 먹는 것을 스릴로 여기는 그릇된 탐방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악회 활동이 늘면서 급증하는 야간산행도 문제다.

등산객 사이에서는 야간산행 경험 몇 번 정도는 있어야 진정한 '마니아'나 '고수' 반열에 오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진 뒤 산행은 위험한 데다, 밤에 주로 활동하는 동물 생태계에도 방해가 된다. 안전사고가 나더라도 대처하기 어려워 위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 사이버 순찰에 나서 '**산 야간종주', '**산 비박' 등 불법 산행정보를 미리 파악해 계획을 바꾸도록 안내하는 데도 야간산행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산악회 활동이 많은 금·토요일 취약지 길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측은 올해 피서철 적발한 불법·무질서 사범 646명에게 5만∼10만원씩 과태료를 물렸고, 사안이 경미한 957명에게는 지도장을 줬다고 밝혔다.

지도장을 받으면 전국 국립공원이 공유하는 전자결재시스템에 위반기록이 올라 1년 이내에 자연공원법을 재차 어길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된다.

bgipar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국립공원 불법 취사 단속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국립공원 야간산행 단속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