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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검찰 피의사실 공표 vs 이석수 특감 비밀누설… 누가 더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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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이 특감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의문"

"우 수석 특감이야말로 국민 알권리 대상" 이의 제기

뉴스1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특별수사팀 수사관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2016.8.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관련 비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법조계는 수사 자체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29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이날 오전 우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과 특별감찰관 집무실 등 총 8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이 특감은 특별감찰관으로서의 직무수행이 더 이상 어렵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혐의는 특별감찰관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위반이다. 그런데 법조계와 법학계 등 법률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검찰은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 처벌 규정은 아랑곳 않고 일반인들의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이 특감을 비밀 누설혐의로 수사하고 특별감찰관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조리에도 맞지 않고 나아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 기소·처벌 사례 없는 검찰이?

우리 형법은 검경이 피의자의 피의사실을 재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것을 범죄로 정하고 있다. 바로 '피의사실공표죄'다. 이에 따라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경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쥐고 있는 검찰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검경을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형사처벌 된 사례도 없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사실상 법으로서의 생명력을 잃은 상태다. 대다수 법학자들은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死文化)된 이유로 검찰의 '의지부족'과 '자기식구 보호'를 꼽는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는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그럼에도 큰 사건이 벌어지고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지면 브리핑을 하는 것은 관례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검경은 특정인의 피의사실을 '브리핑' 형식을 빌어 '공표'해 왔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 조항을 문면 그대로 해석·적용하면 검찰이나 경찰의 브리핑은 명백한 '범죄'다.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과정을 언론에 '브리핑' 형식으로 누군가의 피의사실을 알려도 피의사실공표죄를 적용해 처벌하지 않았던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피의사실공표죄'가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으로는 수사권이라는 공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언론을 통해 대중에 공개됨으로써 공권력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경찰과 검찰 문 앞에만 가도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비판과 피의자 인권보호라는 '피의사실공표죄'의 입법목적 때문에 검경의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한 논란은 끝없이 반복돼왔다.

검찰은 2009년 5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도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듬해인 2010년 1월 18일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만들어 현재도 계속해서 시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공보준칙'을 만든 이유를 "국민의 알권리와의 조화"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검찰은 법무부 훈령에 불과한 공보준칙으로 법이 정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의 '예외 사항'을 '셀프'로 정했다. 검찰은 훈령을 통해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을 공표해도 된다는 예외를 만들었다.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 "우 수석 특감이야말로 국민 알권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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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왼쪽에서 네번째)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2015년 1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 News1 유기림 기자


검찰이 만든 공보준칙은 '국민 알권리 충족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 방지'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공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 수석 관련 의혹은 어떤가.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이야말로 '공적인물'의 '공적사안'으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아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돼야 마땅한 사안이다. 또 중요한 사안인만큼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 방지를 할 필요가 명백한 사안이다.

앞서 청와대 측은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누설 의혹이 불거지자 "언론에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히 현행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사안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다수 검경 피의자의 피의사실 공표라는 현행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는 단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이에 더해 청와대는 이 수석의 감찰내용 누설 의혹을 '국기를 흔드는 일' 등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의 강공 드라이브에 보수 시민단체가 모양새 좋게 이 특감을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모양 빠지지 않게 이 특감의 특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수 있었다. 그리고 이 특감의 특감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도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명백한 현행법 위반"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검찰이 자신들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에 적용했던 국민의 알권리라는 '예외적 기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검찰이 일반인인 피의자들의 피의사실은 국민 알권리 대상이 되고, 특감법상 특감 대상이 되는 '살아있는 권력'의 측근 관련 사안은 국민 알권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특감 대상이 되는 대통령 4촌 이내의 친척과 청와대 1급 이상 비서관 관련 사안이야말로 국민의 알권리가 더욱 더 강하게 보장돼야 할 영역이다.

특히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은 일반인이 아닌 '공적인물'이다. 공적인물에 대한 공적관심사는 당연히 국민 알권리의 대상이 되며, 다른 사안에서보다 더욱 더 강하게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이 특감은 우 수석의 사생활을 언급한 게 아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공적인물의 '특별감찰'이라는 공적사안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일뿐이다. 이를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수 법률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 형법학자들, 이 특감 발언 '비밀 누설'로 보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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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9일 오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뒤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다수 형법학자들은 이 특감이 우 수석 특감과 관련 사안에 대해 언론사 기자와 대화를 나눈 것은 특감법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특감이 언론사 기자와 나눈 대화는 특별감찰과 관련한 비밀을 누설한 것이라기보다 특감과 관련한 의견표명이나 예정사항 등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특감법에 따라 이 특감이 처벌되려면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했어야 하는데, 과연 이 특감이 기자와 나눈 대화를 '비밀'로 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이 특감이 특별감찰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했더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며 "일반 범죄 사실의 피의사실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보다 공적인물이며 주요 인사인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경과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태명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감법은 특별감찰관이 특별감찰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고 특감법 입법목적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감법에 '비밀누설금지'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은 피의사실공표처럼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별감찰관의 감찰행위가 감찰대상자에게 누설돼 감찰 기능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감법상 비밀누설금지 조항은 형법상 '공무상 비밀 누설 금지'조항과 맥을 같이 한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조항을 둔 이유가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공무수행을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비밀누설금지 조항을 특감법안에 들인 이유 자체가 특별감찰과 관련된 비밀이 '감찰대상'에게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입법목적에 따라 법을 해석하면 이 특감이 우 수석에게 감찰 착수 및 감찰 진행 상황 등을 누설해 감찰기능을 제대로 다 할수 없는 경우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안을 법으로 해결해 처벌하려면 10원을 훔쳐도 절도죄로 처벌해야 한다"면서 "법문을 엄격해석하면 10원을 훔친 경우도 절도에 해당하지만 '불법성'이 적기 때문에 다른 해결 방식을 찾는 등 처벌을 지양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형법 교수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해 다른 사람의 죄를 묻는 일을 하는 검찰이 이 특감과 언론사 기자와의 대화가 수사대상이 되는지 안 되는지조차 판단하지 못할 리는 없을 것"이라며 "청와대의 '국기를 흔드는 일' 운운 등 정치공세에 검찰이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정치적 이슈를 법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기 때문에 아마 검찰도 사건 자체와 수사에 대한 법리적 근거를 대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검찰이 청와대 수사가이드라인을 따라왔기 때문에 '정치검찰'이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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