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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집단대출 실태 들여다봤더니…무소득자에도 수억원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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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전수조사 결과, 중도금대출 10건중 4건 소득확인 미흡..소득파악 의무화 위해 시행세칙 개정]

은행들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새로 집행한 아파트 중도금대출 10건 중 4건은 대출자의 소득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을 집행할 때 반드시 소득 자료를 파악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관련 전산 시스템 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30일 금융감독원이 올 상반기 신규 취급된 집단대출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이 대출자의 소득을 확인하지 않고 집행한 대출이 전체의 18.5%에 달했다. 소득확인란에 '최저생계비'라고 기재한 비중도 14.3%이었다. ‘최저생계비’라고 적은 것은 사실상 소득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최저생계비'로 기재한 대출까지 포함해 소득을 확인하지 않은 대출이 32.8%란 얘기다.

최저생계비는 주민등록등본만 제출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연 소득이 2001만9000원으로 간주된다. 보통은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자들이 소득이 없는 경우 최저생계비로 기재한다.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 가운데 중도금대출의 소득 확인 절차가 가장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도금대출은 소득을 파악하지 않은 비중이 25.2%로 가장 높았다. 최저생계비로 적은 것도 16.1%였다. 사실상 10건 중 4건은 소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주비대출은 최저생계비와 소득미파악이 각각 31.3%와 8.3%였다. 반면 분양을 받은 뒤 가장 나중에 집행되는 잔금대출은 최저생계비(4.5%)와 소득미파악(3.2%) 비중이 가장 낮았다.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등(증빙소득)을 제출한 대출자가 66.9%였고 건강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등으로 소득을 증명한 대출자도 25.4%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도금대출은 시행사가 지정한 은행에서 금리 조건과 한도가 동일하게 집행이 되다 보니 개별 대출자들이 소득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소득 파악이 허술하다보니 소득이 없거나 적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수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인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은 대출자의 소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최저생계비'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단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아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소득 파악' 없이 집행된 집단대출이 결국은 아파트 입주 시점에 일반 주택담보대출(입주자금대출)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깐깐하게 상환능력 심사를 받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에 비해 집단대출에서 전환된 주담대는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단대출 연체율이 주담대보다 소폭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미분양 사태 등 부동산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연체율이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5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집단대출도 일반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소득자료 확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행정지도 차원이었지만 앞으로는 소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대출을 아예 집행할 수 없게 된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오는 11월에 은행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각 은행이 이를 내규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소득자료가 입력되지 않으면 대출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전산 시스템도 개편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도금대출에 대한 공적 보증비율이 오는 10월부터는 100%에서 90%로 떨어져 은행들도 돈을 떼일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앞으로 소득정보 파악 등 상환능력 심사를 제대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집단대출 증가세 등을 감안해 필요할 경우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재범 기자 swallow@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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