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앱-페이스북 전화번호 공유 정책 거센 역풍

EU 사생활 보호 위반 조사 착수…美서는 '공정거래 위반' 피소

왓츠앱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모기업인 페이스북과 공유하겠다고 밝힌 이후 사생활 보호 및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비난이 미국과 유럽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유럽 방문길에 교황을 만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연합뉴스 자료사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왓츠앱이 이용자의 전화번호를 모기업인 페이스북과 공유하겠다고 밝힌 이후 역풍이 거세다.

유럽연합은 30일 왓츠앱의 개인정보정책 변경이 사생활 보호를 위한 규정들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왓츠앱은 지난 25일 개인정보정책 변경 공지를 통해 "페이스북과 페이스북의 가족인 다른 회사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왓츠앱의 정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친구나 연락처, 관심 있는 콘텐츠 생산 등에 대해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관련된 오퍼나 광고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결국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왓츠앱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모두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크로스 플랫폼'(어떤 스마트폰 플랫폼에서도 작동되는) 이라는 강점을 부각해 전 세계에서 10억 명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가입 시 전화번호 등록이 의무화돼 있다.

이에 대해 왓츠앱 이용자들 가운데 일부는 개인정보 보호는 왓츠앱이 페이스북에 인수될 당시 왓츠앱 창업자였던 잔 코엄이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이를 2년 후에 교묘하게 변경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아티클 29 워킹 파티'라는 사생활 보호 단체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심각한 것은 인터넷 거대 기업에 통합됐을 때 개인정보의 통제권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28개 회원국을 대표한 데이터 보호 당국은 "우리 회원국들은 지난주 왓츠앱의 개인정보정책 변경에 대해 커다란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조사 착수 방침을 밝혔다.

영국의 프라이버시 규제 당국도 "일부 (왓츠앱) 이용자들은 개인정보의 통제 결여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밝혔다.

앞서 미국의 전자프라버시정보센터(EPIC)와 디지털민주주의센터(CDD)는 지난 29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왓츠앱이 2년 전 페이스북에 통합될 당시 '어떤 것도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소비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180도 바꿔버렸다"면서 "이는 왓츠앱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마케팅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거래 관행'에 해당한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왓츠앱의 개인정보 정책 변경 발표 직후 CNN은 "페이스북이 2년 전 스마트폰 메시지 앱인 왓츠앱을 218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사들였을 때 이미 투자금 환수를 위해 그들의 자료를 이용하리라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 예고된 것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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