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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소하고, 눈물 참고, 찡그리고… 벼랑끝 호세프 '최후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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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투표 앞둔 브라질 대통령 "정치적 사형선고 내리려 해"

오늘 통과될 가능성 높아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68)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상원 최종 표결이 30일(현지 시각) 시작된다. 상원의원 81명 중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호세프 대통령은 1992년 탄핵당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으로 물러나게 된다.

최종 표결은 이날 오전부터 상원의원들이 한 명씩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31일 오전(한국 시각 31일 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내에서는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탄핵 요건에 단 1명이 부족한 53명이 이미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고, 호세프를 지지하는 상원의원은 19명에 불과해 탄핵을 저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의회가 내세우는 탄핵 사유는 호세프 대통령이 2014년 연임을 위한 대선을 앞두고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끌어 쓰고 갚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12일 상원의 탄핵 절차 개시 결정으로 대통령 권한 행사를 정지당했다.

표결을 하루 앞둔 29일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에 나와 40여 분에 걸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최종 변론'을 했다. 그는 "20여 년간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며 갖은 박해를 받은 저에게 탄핵이라는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리려 하고 있다"며 "결단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 탄핵을 하는 것은 쿠데타"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반대에 투표해달라"고 했다.

호세프는 열여섯에 좌파 게릴라 조직에 투신해 전기 고문까지 당했던 경력을 언급할 때는 울음을 참으며 겨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번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겪는 두 번째 시련"이라며 "수십 년 전 고문을 당할 땐 매일 죽음의 공포에 떨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의 죽음이 두렵다"고 했다. 탄핵 사유인 국영은행 자금 전용 부분에 대해서는 관례에 따른 것이었고, 과거 정부들도 같은 방법으로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항변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상기된 표정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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