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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 이기겠다고… 등번호 가리고 훈련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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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월드컵 최종예선 韓中戰]

- 해외파 韓 17명, 中 1명… 방심은 금물

유일하게 한국을 이겨봤던 가오홍보가 감독으로 나서

미드필더 우레이 역습 주의해야

한국은 한·중전의 절대 우세를 지키고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시작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을까. 한국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일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금까지 38년간의 한·중전에서 17승12무1패의 절대 우세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전이 '따 놓은 당상'인 건 아니다. 중국은 이번 경기를 위해 나름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휘봉을 잡은 가오홍보(50) 중국 대표팀 감독은 지난 2010년 한국을 상대로 3대0 승리를 거둬 유일한 1승을 올린 인물이다. 중국이 지난 2월 그를 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부른 것은 한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수 중에는 중국 수퍼리그의 최고 스타인 우레이(25·상하이 상강)가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측면 미드필더인 우레이는 빠른 돌파력을 갖고 있고, 역습 찬스에서 골을 넣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훈련에 나선 중국 대표팀은 등번호를 가린채 전력 노출을 피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은 최근 우레이에 대해 "활동량이 많고 공간을 잘 활용한다"며 "기술과 스피드를 겸비한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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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대표팀이 30일 서울 상암월드컵보조구장에서 첫 훈련을 하는 모습. 중국 선수들은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 등번호가 가려진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한·중전에 출전하는 중국팀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대표팀 소집을 위해 프로리그가 연기됐고, 중국축구협회 측은 선수들을 위해 전세기를 제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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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국에 온 중국 대표팀 25명 중 24명이 자국 수퍼리그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해외파는 네덜란드 비테세의 장위닝(19) 단 한 명뿐인데, 그나마 주전급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20명 가운데 권창훈(수원)·이재성(전북)·이용(상주) 3명을 제외한 17명이 6개 나라 리그에서 뛰고 있다.

2년 전 시진핑 주석이 '축구 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를 내세운 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축구를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2030년 월드컵 유치, 2050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등극 등 야심 찬 계획이 담긴 '중국 축구 개혁 발전 총체 계획'도 발표했다. 국가 주도의 축구 육성에 발맞춰 중국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해외 유명 선수들을 수퍼리그로 영입하고 있다. 지난 시즌 수퍼리그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2만2200명으로 한국의 K리그(7700명)는 물론 일본의 J리그(1만7800명)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축구 굴기가 만들어낸 밝은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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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축구 굴기'가 대표팀에도 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 굴기가 오히려 중국 축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수퍼리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중국 선수들이 해외 진출 대신 자국 리그에 주저앉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축구의 연봉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연봉은 15억원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리그 평균 연봉이 1억5000만원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구단들은 '축구 굴기' 정책 이후로 경기당 승리 수당으로 수천만원이 든 현금 봉투를 뿌린다. 해외 유명 구단 입장에선 이렇게 몸값만 높아진 중국 선수를 데려가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 됐다.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은 "중국 내 대우가 좋기 때문에 선수들이 해외에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다들 귀하게 자라 넘어지면 아프다고 잘 안 일어난다"고 고충을 토로한 일이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다양한 리그에서 높은 수준의 축구를 접하지 않으면 A매치에서 적응력과 융통성을 높이기 어렵다"며 "해외 유명 선수들이 대거 수퍼리그에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중국 축구의 수준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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