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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혈액형 O형인 사람이 콜레라에 취약한 이유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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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다른 혈액형을 가진 사람보다 콜레라에 더 잘 걸리고 증상도 심한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워싱턴대 의대 제임스 플렉켄슈타인 교수 연구팀은 콜레라 독성이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의 장(腸) 세포의 핵심 신호전달 분자를 활성화 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활성화된 분자는 설사를 유발한다. 콜레라는 설사로 인한 탈수가 주요 증상이다. 매년 300만~500만 명이 콜레라에 걸려 그 중 10만~12만 명이 사망한다.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콜레라에 더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40년 전부터 밝혀져 있다. 하지만 혈액형 별 발생률을 조사한 이른바 역학적인 조사일 뿐 정확한 생물학적 이유가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플렉켄슈타인 교수팀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내장 표피 줄기세포에 콜레라 독성을 감염시키고 그 변화를 관찰했다. 그랬더니 O형 혈액형을 가진 세포에서 일어난 신호전달 분자의 활성화 수준이 A형 세포에서보다 약 2배 높았다. 이번 연구에선 실험 당시 확보한 줄기세포가 부족해 AB형이나 B형은 비교하지 못했다.

ABO식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 세포의 항원에 따라 결정된다. 이 항원은 내장 세포를 비롯한 체내 여러 세포들의 표면 조직에도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이를 표지로 삼아 공격하고 감염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왜 콜레라 독성이 O형의 특정 세포를 활성화시키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콜레라를 일으키는 콜레라균. /Dartmouth Electron Microscope Facility


콜레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갠지스강 일대인데, 이 지역에는 O 형 환자의 비율이 낮다. 세계적으로는 혈액형 O형인 사람의 비율이 45%인 반면 인도인은 37%, 방글라데시인은 33%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콜레라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높은 혈액형을 피하도록 하는 유전적 선택의 결과로 해석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O형이 콜레라에 취약한 이유를 밝혀낸 것 뿐 아니라, 내장 표피 줄기세포를 도구로 내장 감염 질환을 연구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는 점에서 향후 감염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학계는 분석했다.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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