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김성근 야구', 혹사와 한계 사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성근(74) 한화 감독의 포털 사이트 대표 연관 검색어는 ‘혹사(酷使)’다. 한화 불펜의 주축인 권혁(33)과 송창식(31)이 줄줄이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떨어져나가며 또 다시 이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김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인기 구단으로 급부상했지만 이는 달갑지 않은 관심이다. 그러나 야구계 전체로 확대된 혹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흔들리면 즉시 조기 강판시키고 불펜 투수를 기용하는 방법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다. 이 과정에서 마운드의 주축이 된 권혁과 송창식에게 부담이 가중됐다. 둘은 올 시즌 10개 구단 투수 중 최다 경기 출전 공동 1위(66경기)에 올라 있다. 송창식은 97⅔이닝을 던졌고, 권혁은 95⅓이닝을 소화했다. 선발투수들을 제치고 팀 내 최다 이닝 1, 2위다.

‘김성근식’ 야구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여 년 전부터 그랬다. 늘 시즌이 끝날 때는 최고의 성적으로 과정을 미화시키며‘야신’으로 추앙 받아 온 김 감독이었기에 논란을 향한 관심이 올 시즌처럼 심하지 않았다. 올해는 시즌 시작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해 여전히 버거운 5강 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에 김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은 상대적으로 점점 ‘원시적’으로 비쳐진다. 연간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는 투수의 연간 투구 수까지 정해 놓고 시작한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불펜 투수가 불가피하게 당일 투구수를 오버했을 때는 그만큼의 휴식을 더 보장하고, 불펜에서 세 차례 몸을 풀었을 때는 하루 등판한 것으로 간주해 스케줄을 짜며 3연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투수가 1년 동안 던지는 공은 약 5,000개를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성적 지상주의에 발목 잡힌 국내 아마추어야구의 구조적인 문제 탓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화의 2년차 투수 김민우(21)의 어깨부상을 놓고 ‘혹사 논란’이 벌어진 것이 불과 1주일 전이다. 김민우는 마산용마고 3학년 때 공식 대회만 22경기, 98이닝을 던졌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던진 2년간의 이닝 수를 뛰어 넘는다. 3연투는 기본이고 4연투를 하는 동안 272개를 던진 적도 있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보통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는 투수들의 어깨, 팔은 소모품이다. 프로에서 탈이 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마추어야구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우 논란 당시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취재진 앞에서 50분간 일장 연설을 하며 자신을 향한 날 선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감독은 초등학교 시절 매일 2,000개의 특타를 했다던 스즈키 이치로(43ㆍ마이애미)와 피나는 훈련으로 대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승엽(40ㆍ삼성), 선동열(53ㆍ전 KIA 감독)의 예를 들어가며 “요즘 젊은 세대는 포기가 너무 빠르다. 고생을 넘으면 성공이다. 못 넘으면 거기서 끝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투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좋은 볼을 갖고 있지만 제구가 왔다 갔다 한다. 잘 던지다가도 바로 다음에 갑자기 무너진다. 아직 확실한 자기 것이 없다는 것인데 그러면 연습을 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상의 이유는 무리한 투구가 아닌, 잘못된 투구폼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권혁도 좋을 때에는 공을 놓는 순간 동작이 좋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던지고 있었느냐 하면 전부 이렇게 던졌다”고 직접 시늉까지 하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머리가 똑똑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지만 머리로 의식하기 전에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밖에서는 그저 연습을 많이 시켜서 아픈 줄 아는데 그게 아니다. 투수든 타자든 바르지 못한 동작을 고쳐야 하고, 머릿속으로 의식하기 전에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작심한 듯 쏟아냈다.

도전과 승리에 대한 지독한 열망. 이것이 김성근 감독이 혹사와 한계 사이에서 결과에 따라 찬사와 동시에 비난을 받는 이유다.

한편, 30일 한화는 잠실에서 두산과 만나 5회까지 4-4로 팽팽히 맞섰지만 불펜이 버티지 못하면서 4-11로 졌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선발 차우찬의 호투를 앞세워 넥센을 8-1로 제압했다. 광주에서는 SK가 KIA를 9-3으로 이겨 6위에서 4위로 뛰어 올랐고 KIA는 5위로 내려앉았다. 부산에서는 롯데가 LG를 8-4로 꺾고 최근 3연패를 탈출했다. 수원에서는 NC가 kt를 5-3으로 눌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