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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종합]한진해운 채권단, 국내 톱 해운사 왜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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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한진제시안 '미흡'·경영정상화 여부 '불확실' 평가

최은영 전 회장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고려

【서울=뉴시스】정필재 이근홍 기자 = 산업은행을 비롯한 한진해운 채권단이 결국 추가지원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로써 한진해운은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해졌고, 9월4일까지 자율협약기간이 며칠 남아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산은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추가 지원 여부를 놓고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지원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은 당초 추가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 세 조건을 걸고 자율협약을 추진해 왔다.

한진해운은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했지만 추가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1조~1조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고, 한진해운은 5000억원 수준의 자구계획안을 내놓는데 그쳤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에 재계를 중심으로 '고작 몇 천억원 때문에 우리나라 1위의 해운사를 죽이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채권단은 우선 5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한진해운의 계획에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 본부장(부행장)은 "4000억원을 지원한 뒤 유상증자가 끝나고 부족할 경우 1000억원 한도로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600억원이라고 밝힌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역시 담보 등으로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전 회장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빠질 수 없다.

산은 등 채권단이 한진해운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노력하는 사이 최은영 전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회사 지분을 시장에 팔았다.

최 전 회장이 매도한 한진해운 주식은 소액 주주들이 매수했으며 오너가의 손실은 순수한 개미들이 대신 떠안았다.

당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서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이런 회사를 왜 은행이 살려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한진해운은 또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가입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를 갖고 채권단과 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해운동맹은 소속 선사의 만장일치로 가입된다.

현대상선이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용선료 인하를 마치고 해운동맹을 남겨놨을 때, 이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된 한진해운이 반대할 경우 현대상선의 가입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산은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디 얼라이언스' 대신 머스크 등이 포함된 최대 해운동맹 '2M'에 가입하기 위해 유럽까지 날아가 목표를 이룬 바 있다.

한진해운의 안일한 자세도 사태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한진해운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현대상선과 급이 다르다"고 밝힐 정도였다. 때문에 한진해운은 모든 사태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했으며 향후 벌어질 부정적인 사태에 대해 대비하지 못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추가지원이 이뤄질 경우 정해놓은 구조조정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모든 채권단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회생절차 중인 기업은 해운동맹에서 배제된다'는 원칙에 따라 영업도 어려워 질 전망이다.

rush@newsis.com

lkh20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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