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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혈세 '줄줄' 새는 대학 산학협력단…비리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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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지원금 도둑질 연이어 적발…대학도, 기관도, 관리 당국도 "방법 없다" 난색]

머니투데이

대학 산학협력단이 잇단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연구비로 지원한 국고보조금은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일부 교수·교직원 손을 타고 줄줄 새고 있다.

불이익이 두려운 탓에 공익 제보자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대학부터 지원기관, 관리 당국까지 모두 뾰족한 수가 없어 난처한 표정이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 동국대 A학과장 조모 교수(48)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본지 8월30일 보도 [단독]8년간 나랏돈 8억 '꿀꺽', 동국대 교수 구속 참고)

경찰에 따르면 조 교수는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제공한 연구지원금 가운데 약 5억6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교수는 또 이와 별개로 비슷한 기간 산학협력단이 국고보조금으로 발급한 연구비 카드를 75차례에 걸쳐 허위 결제해 연구재료 대금 약 3억원을 몰래 챙긴 혐의도 받는다.

범행 수법은 단순했다. 조 교수는 산학협력단이 지급한 다른 연구원 인건비를 마음대로 빼내 개인용도에 썼다.

연구비 카드 허위 결제는 외부 업자가 도왔다. 조 교수가 구입하지 않은 연구재료를 구입한 것처럼 전산 결제하면 연구재료 공급업체 대표가 결제금액에서 수수료 일부를 공제하고 되돌려줬다.

산학협력단을 둘러싼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2년 8월 경북대 한 교수는 대학 산학협력단에 연구원 4명을 허위로 등록해 연구비 약 1억7800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충남 호서대학 총장은 산학협력단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재판에 넘겨져 올해 4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에는 서울대가 산학협력단 산하 부속연구실 직원의 연구비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소했다.

대학 산학협력단 소속 연구실이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3중, 4중 통제를 받는다. 먼저 산학협력단이 자체 내부감사를 진행하고 이후 상위 기관인 대학 당국이 감사 결과를 점검한다.

사립 재단의 경우 대학을 포함해 초·중·고교 등이 모두 속한 학교 법인이 전체 감사도 치른다. 외부에서는 교육부 산학협력정책과가 나서 최종 감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자체 감사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에서 수 백 개 대학을 모두 감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횡령하기로 작정한 교수를 적발하기 어려운 이유다.

동국대 관계자는 "지키는 사람 열 있어도 도적 한 놈 못 당한다"며 "교수가 마음 먹고 속이고자 달려들면 사실상 감시기능이 작동하기 어렵다. 8년간 이어진 범행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도 "매번 과제를 치를 때마다 대학과 함께 연구비를 정산하는데 각종 증빙서류를 완벽히 꾸미는 등 철저히 속이면 이를 막을 별다른 재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학협력단 관계자들은 "공익제보자가 없으면 비리 적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상대적 약자인 대학원 조교나 비정규직 교직원이 교수나 상급자를 양심 고발하는 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지방 국립대 산학협력단 소속 연구실에 근무 중인 조교는 "평가에 절대적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교수를 비리 혐의로 공익 제보하기에는 불이익 염려 등 심적 부담이 크다"며 "제보했다가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보다는 아예 몇 년 눈감고 버티는 게 낫다"고 털어놨다.

관리 당국도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 실사를 나가도 속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국 300여개 산학협력단 내 비리를 모두 적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수 스스로 윤리의식을 키우고 양심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는 일"이라며 "향후 교육부는 비리 근절 목적에서 산학협력단 상대 윤리교육, 회계 실태점검 등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윤준호 기자 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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