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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내년 세금 18조원 더 걷어 14조원 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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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7년 예산안]

정부, 400조7천억 예산 편성

3.7% 늘었지만 ‘긴축 예산’

복지·노동 5.3% 예년 수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대규모 흑자 기조로 편성했다.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료와 세금은 많이 걷으면서도 정작 씀씀이는 그만큼 늘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불어나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런 긴축 기조의 예산 편성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2017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내년 예산 규모(총지출 기준)는 400조7천억원으로 올해 예산(386조4천억원)보다 3.7% 늘어난 수준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기 및 고용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내년 예산 증가율이 올해 예산 증가율(2.9%)보다 0.8%포인트 높은 점을 강조했다.

부문별 예산을 살펴보면, ‘일반·지방행정’(63조9천억원)의 예산 증가율이 7.4%로 전체 12개 부문 중 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국세 수입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지방행정 관련 예산은 국세 수입에서 법으로 정해진 일정 비율로 책정된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 부문에 포함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예산 증가율도 11%를 웃돌았다. 보건·복지·노동 부문 예산 증가율은 5.3%로 예년 수준에 머물렀고,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은 올해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올해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확장 예산’이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상당한 수준의 ‘긴축 예산’이라는 점이다. 내년에 국고로 들어오는 총수입은 414조5천억원으로 국고에서 나가는 총지출 400조7천억원보다 14조원 가까이 더 많다. 총수입과 총지출 증가율(올해 본예산 대비)도 각각 6.0%, 3.7%로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 증가 속도를 따르지 못했다. 특히 정부 수입의 절반 남짓 차지하는 국세 수입은 한해 전보다 18조8천억원(증가율 8.4%) 많은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세금은 19조원 가까이 더 걷으면서 지출은 14조원 정도만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는 현 정부 들어 빠르게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는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해인 2012년 말(443조1천억원) 이후 올해 말 200조원 가까이 불어난 637조8천억원(잠정)에 이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사회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가운데 미래 재정위험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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