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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집중취재] 부패와의 싸움 나선 권익위… '김영란법'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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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검사 지휘부 포진… 역량 확대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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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1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 관가는 물론 일반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권익위는 최근 전직 ‘특수통’ 검사를 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부패방지 업무 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권익위가 검·경에 이은 또 하나의 수사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권익위는 ‘과태료 부과 등 모든 업무에서 법원 통제를 받으므로 권익위의 재량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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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검사들 포진한 권익위

29일 권익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2008년 출범 이후 법학교수, 정치인, 전직 대법관과 법원장 등이 위원장을 차지하다가 2015년 12월 처음으로 검사 출신인 성영훈(56) 현 위원장을 맞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직 검사를 권익위원장에 기용한 것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포석으로 풀이됐다. 김영란법에 따라 권익위는 부정부패 신고를 접수해 관련자들을 조사한 뒤 수사기관 등에 넘기는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성 위원장은 1986년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하고 검사가 된 뒤 2011년까지 25년간 검찰에 재직했다. 2009년 검사장 승진 후 법무부 법무실장, 광주지검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을 차례로 지내 기획부서와 일선 수사부서 경험이 모두 풍부하다는 평을 듣는다. 1996∼1997년에는 서울지검 특수2부 검사로, 1997∼1998년에는 인천지검 특수부 부부장검사로 일하는 등 특별수사 경험도 많다.

최근 권익위에 합류한 박경호(53)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은 사법연수원 19기로 검사 시절 특별수사 분야에서 이름을 날렸다. 2008년 옛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비리 혐의를 밝혀내 구속했다. 박 부위원장이 진행한 수사는 이듬해 새로 꾸려진 중수부 수사팀이 노 전 대통령 본인까지 연루된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박 부위원장 임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26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하며 부패방지에 기여했다”며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오랜 기간 특수통 검사로 활약한 그의 경력이 향후 권익위가 김영란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권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한 법률자문 업무 수행을 위해 별도의 법무보좌관실을 두고 있다. 보좌관실에는 올해 초 검찰에서 파견한 백용하(48) 부장검사와 조두현(44)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외형상 전·현직 검사들이 권익위를 사실상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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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인재개발원에서 지방공공기관 청탁방지담당관들이 다음달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과태료 부과, 법원이 통제해”


권익위 내부에서 김영란법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는 ‘부패방지국’이다. 지난해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부패방지국은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청탁금지제도과’가 신설된 점이 눈에 띈다. 청탁금지제도과는 말 그대로 ‘청탁금지법’으로도 불리는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민들이 주변에서 부정한 청탁 또는 금품수수로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해 신고한 사안들을 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오랜 수사 경험을 가진 전·현직 검사가 상층부에 합류하고 부패 신고·조사 관련 기능이 강화하면서 ‘권익위가 검·경 못지않은 일종의 수사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란법은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수수가 의심되는 경우 검·경 등 수사기관과 더불어 권익위에도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영란법 위반 신고 포상금을 노린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도 등장할 조짐이다.

이에 권익위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하고 처리하지만 과태료 부과 여부 결정은 물론 액수 산정까지 법원이 통제하므로 ‘무소불위의 수사기관이 될 것’이란 염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영란법을 어긴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한 혐의의 위반자는 검·경의 수사를 거쳐 재판을 받게 된다. 비교적 가벼운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 사람들은 곧장 관할 법원에 통보된다.

법원 관계자는 “통상적 과태료 재판과 달리 김영란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재판은 사실관계부터 다툴 가능성이 크다”며 “대부분 과태료 사건은 행정기관에서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된 채로 법원에 넘어오지만 김영란법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사건은 법정에서 기초적 사실관계부터 다시 따져야 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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