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취재파일] 사드 배치, 찬성 혹은 반대의 조건

댓글 1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이끌 새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했습니다. 전당대회 결과, 여야 모두 이른바 친박, 친문 같은 주류가 완승을 거두면서 안정적 당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새롭게 정비된 당 조직과 역량을 바탕으로 조만간 본격적인 정국 주도권 다툼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똑같이 ‘민생’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30일 두 대표의 상견례에서도 추 대표는 “여야 모두 절박한 민생을 보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명심하겠다면서 자신도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만은 (야당에게) 부탁도 많이 하고 사정도 많이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먹고 사는 문제에야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에서는 여야 간 대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각 정당의 정치적 이념과 지향점이 다른 까닭입니다. 그 대표적 현안이 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문제입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드 배치, 왜?

북한은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의 잇단 도발을 규탄했고 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2월 7일, 즉각 미국과 사드 배치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반대 여론을 의식해 사드 배치 논의를 유보해온 한미 양국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강행이라는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사드 배치 추진을 공식화 한 겁니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2014년 6월 사드 배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지 1년 8개월 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사드는 북한의 도발 위협만 없었다면 애당초 논의되지 않았을 카드였습니다.

● 중국에 실망한 靑, 사드로

청와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때만 해도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됐습니다.

당시 이미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드 배치나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가능성을 카드로 활용해 중국이 북핵 문제를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북핵 실험 한 달 만에야 성사된 한중 정상 간 전화 통화는 우리측 기대에 한참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나서서 통화를 한 것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불편해하는 미국을 뒤로 하고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까지 참석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감이 컸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중 정상간 통화 이틀 뒤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보기 좋게 쏘아 올렸고, 정부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협상을 공식화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드, 군사적 효용성은?

사드는 11번의 요격 시험 평가에서 100%의 명중률을 기록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미사일 방어 체계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좁은 한반도에서라면 어떨까요? 정부는 사드가 현재 한미연합군이 보유한 패트리엇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드가 패트리엇과 함께 탄도 미사일이 목표로 떨어지는 단계, 종말 단계에서 2중 방어 체계를 형성한다는 겁니다. 사드가 높은 고도에서 탄도 미사일을 먼저 요격하고, 패트리엇이 그 아래 고도에서 탄도 미사일을 다시 한번 요격하는 방식이어서 대규모 탄도 미사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반론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장사정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다량 보유한 북한이 우리나라를 공격 목표로 할 경우 1개 포대 당 48발의 요격미사일을 갖고 있는 사드가 방어 체계로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 [비디오머그 인사이트] 사드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필요한가

● 사드, ‘군사’ 아닌 ‘외교’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드를 군사적 측면이 아니라 외교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드 문제는 동북아를 넘어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직결돼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사드 문제는 단순한 무기 체계가 아니라 북한 핵과 미사일 같은 국가 안보는 물론 대중, 대미 교역을 아우르는 경제, 나아가 한미 동맹을 포함한 외교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인 셈입니다.

● 사드 배치, 찬성 혹은 반대의 조건

현재 여권은 국가 안보와 한미동맹을 이유로, 야권은 군사적 위기 고조와 대중국 외교 균열 등을 이유로 각각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양측 다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괄적 논의와 고민이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사드 문제는 이미 단순한 무기 체계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찬반을 주장하기에 앞서, 어느 쪽이 국익에 합당한지, 보수 정당은 진보 진영에게까지, 진보 정당은 보수 진영에게까지 설득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논리와 근거부터 준비하는 게 순서일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여야가 진행하는 사드 관련 토론회 역시, 각자의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자기 논리만 강화해 나갈 게 아니라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도 초청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은 없는지, 어떤 부분에 대해 더 고민이 필요한지 따져볼 일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 ⓒ SBS & SBS콘텐츠허브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 SBS뉴스에 영상 제보하고 상품권 받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