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정치권의 '제3지대' 바람…성공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시스

뉴시스

역대 제3지대 대통령 배출 역사 없어…손학규 행보 눈길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지난 27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여야 양쪽에서 이른바 '제3지대' 바람이 불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지도부가 모두 친박·친문 위주로 구성되면서 이에 반발하는 비박·비문 진영의 합종연횡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비박계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더민주 전대 직후인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 대표에 이어 친문 대표다, 이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라며 공개적으로 제3지대를 거론하고 나섰다. 아울러 더민주에선 정계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손학규 전 상임고문 측근들 사이에서 제3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를 떠난 또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세력을 형성해 대선 도전 및 집권에 이르자는 게 이른바 제3지대론의 골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야 비박·비문 인사들이 결집하는 제3지대가 성공적인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다. 제3지대가 성공적으로 구성되려면 이미 한차례 분열한 야권에서 추가 이탈자가 나와야 함은 물론, 여권 분화도 필수적이다. 이들이 함께 탈당해 한곳에 모여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지만 과연 우리 정치구조상 가능하겠느냐 하는 의문에서다.

먼저 새누리당의 비박진영의 이탈은 그리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과 그 이전의 민자당 신한국당 시절부터 분당의 역사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일부 이탈세력이 나와 '미니 정당'을 만든 사례는 있으나 대부분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여권의 속성상 당밖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여권은 '분열 DNA'가 없기에 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새누리당은 자신과 계파가 다르더라도 일단 집권당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결집하는 능력이 있다"며 "친박이 지금 당장 당을 장악하고 비박이 불만이 있어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유지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민주의 비문 인사들이 제3지대로 뛰쳐나올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이미 더민주에 있던 비주류 의원들 상당수가 탈당해 국민의당에 몸담은 상황에서 추가로 이탈해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만한 파괴력 있는 인사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막후에서 대선 잠룡들을 접촉하며 제3지대론에 불을 붙이리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정작 김 전 대표는 탈당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인 만큼 스스로 더민주를 떠나기란 쉽지 않다. 기본적인 세력 형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제3지대 형성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선 당선이 유력한 주자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문재인 전 대표와의 당내 경선이 부담스러운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정도가 제3지대 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18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현직 단체장의 이탈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박 시장과 안 지사의 경우 각각 60세와 51세에 불과하다. 자연적 연령만 봐도 대선 도전의 기회는 앞으로 2, 3차례 더 가질 수 있다. 비단 이번에 승부를 걸어야 할만큼 절박한 건 아니란 이야기다. 결국 당을 나갈 수 있는 주자는 손 전 고문 뿐이다. 때문에 제3지대를 언급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손 전 고문의 대선 당선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보느냐에 따라 이탈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국민의당의 행보 역시 이들의 제3지대 행(行)과는 거리가 있다. 안철수 전 대표 사퇴 후 당을 이끌고 있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요즘 거론하는 제3지대론은 국민의당"이라며 국민의당 외부의 새 정치세력이 생겨나는 것에는 경계감을 드러낸 바 있다. 국민의당이 이미 제3지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자신들 외의 세력은 제4지대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더더욱 제3지대 형성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울러 한국 역사에서 제3지대를 기반으로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회의론의 또다른 근거가 되고 있다. 1992년 대선에선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와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격돌하는 상황에서 정주영 후보가 통일국민당을 출범시켜 대권에 도전했지만 3위(16.31%)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1997년 대선에선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겨루는 가운데 이인제 후보가 국민신당을 구축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역시 양당 후보들에 밀려 3위(19.20%)를 기록했다. 2007년 대선에선 문국현 후보가 창조한국당을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했지만 5.82%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패퇴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양당 소속이 아닌 대선 후보가 나와서 성공한 역사가 없다"며 "총선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아직 대선은 양당 1대1 구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평했다.

imzero@newsis.com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