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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른추석·폭염·김영란법 '3중고'···유통가 '寒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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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사전판매 성장률 정체하거나 오히려 역신장

대목 분위기 나지 않는 명절 "추석 경기 사상 최악" 우려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유통업계가 추석 연휴를 불과 보름 앞두고 명절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추석선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여간 이어진 불볕더위가 평년보다 이른 추석과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연휴 채비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오랜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가운데 내달 28일 시행되는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더 악화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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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등 주요 유통업계 예약판매 저조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의 추석선물 사전예약 판매가 평년보다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추석선물 사전예약 판매가 지난해보다 8.1% 성장, 전년(14.5%)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전날까지 사전예약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갤러리아백화점은 25일까지 진행한 사전예약 판매 성장률(4%)이 전년(30%)에 비해 큰 폭 하락했다. 롯데백화점은 예약판매(8월 2~25일)에서 35.2% 매출이 신장했지만 전년(98.4%)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통 예약판매 기간에 추석선물을 사면 명절 직전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어 최근 들어 예약판매가 확산되는 추세였다. 이에 따라 주요 백화점들은 매년 예약판매 비율을 늘려왔지만 올해에는 성장세가 예년만 못하거나 오히려 역신장한 것이다. 남기대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상무)은 “올해는 이른 추석에 따른 휴가철 중복과 무더위로 인해 사전예약 판매가 예년에 비해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고 말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비교적 고가(高價)인 축산·수산물·청과류가 판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가격이 저렴한 주류·생활용품·건강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예약판매에서 축산(7.5%)·수산(9.6%)·농산(6.0%)이 상대적으로 낮은 예약판매 성장률을 보였고 와인·주류(40.5%)와 건강식품(20.8%)이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우·굴비·과일 등 프리미엄 상품이 전년대비 2.1% 성장하는 데 그친 반면 5만원 이하 실속선물은 55.8% 고신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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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열지 않는 법인고객…전통시장은 손님 끊겨

이마트(-5%)와 롯데마트(-10%) 등 대형마트의 사전예약 판매 성장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형마트의 예약판매는 전체 추석선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내로 크지 않다. 하지만 사전구매의 80~90% 정도가 법인을 비롯한 대량구매 고객이란 점에서 기업들이 추석선물 마련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격대별로 보면 이마트의 경우 5만원 이상 추석선물은 3.3% 역신장한 반면, 5만원 미만은 3.3% 매출이 올랐다. 롯데마트는 예약판매률이 가장 많이 떨어진 게 햄 등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이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공식품 선물세트의 매출 실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폭염으로 인해 추석 소비심리가 아직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본판매 기간에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고객의 동향은 본판매 기간의 실적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매년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체감률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해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신선식품의 가격이 오르고 수산물은 콜레라 이슈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여름 휴가철과 추석연휴 사이 기간이 짧아 소비지출이 늘지 않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진병호 전통시장상인연합회 회장은 “예년같으면 대목준비로 명절 분위기는 났을텐데 올해는 그것도 없다”며 “김영란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서민을 죽이는 법이다. 농축수산물은 (적용 대상에서)빼줘야지 땀 흘려 일한 농부들, 장사꾼들이 무슨 잘못인가. 올해 추석 경기는 사상 최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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