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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ISA 수익률 셋 중 하나는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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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개 상품 비교사이트에 공시

47개 수익률 기준 위반 드러나

최대 1.6%P나 뻥튀기 사례도

당국 “기준 잘못 적용” 해명 불구

“관리소홀로 혼선 유발” 지적 많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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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이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운영하는 수익률비교사이트 ISA다모아에 금융사 19곳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3개월 수익률(7월11일 기준)이 일제히 공시됐다. 비과세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좀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공시된 ISA 상품 3개 중 1개는 수익률 정보가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보다 수익률이 최대 1.6%포인트나 부풀려진 상품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공시기준을 잘못 적용해 빚어진 오류”라고 애써 문제를 축소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ISA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일임형 ISA를 파는 금융사 19곳의 150개 상품(모델포트폴리오ㆍMP) 수익률을 점검한 결과, 47개 MP의 수익률이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5개의 수익률은 실제보다 높았고, 22개는 수익률이 낮게 공시됐다. 수익률이 1%포인트 이상 높게 공시된 상품도 4개나 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기업은행의 ISA 수익률이 실제보다 높게 공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임형 ISA를 운용하는 금융사 19곳을 상대로 일제점검을 벌였다. 기업은행 만이 아니라 금융사 6곳이 추가로 적발된 것이다. 새로 공시 오류로 적발된 곳은 하나투자증권, 삼성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이다.

다만, 이들 금융회사가 고의로 수익률을 허위 공시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가 정한 수익률 계산법을 잘못 적용한 영향이 컸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예컨대 MP 내에 실제 상품을 편입한 날부터 수익률 계산을 해야 하는데 상품 출시일을 기준으로 하는 등의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단순히 용인할 수 있는 실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인사는 “이들 기관이 저지른 실수는 수익률을 매길 때 상당히 기초적인 부분인데 자산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라면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당수 금융사는 일차적으로 계산된 수익률을 검증하는 내부 절차를 두고 있지만 이들 금융사는 해당 부서가 계산한 뒤 검증 절차 없이 곧바로 공시했다.

기업은행은 수익률 공시는 물론 자산운용도 잘못해 2,686명의 고객에게 총 3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 MP 운용방법을 바꿀 경우 모든 일임고객에게 변경된 MP를 적용해야 하지만 신규 고객에게만 적용하는 실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2,686명의 고객은 손실을 본 반면, 1만6,415명의 고객은 4,700만원의 이익을 봤다. 기업은행은 이익을 본 고객을 제외하고 손실을 본 고객에 대해선 전액 손실 보전을 해주겠다고 밝혔지만, 당국은 법적 검토를 거쳐 추가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익률 오류 공시에 대해 책임을 모두 금융사에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는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비난의 화살이 쏠린다. 수익률을 비교 공시하는 사이트를 개설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금융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선만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점검 강화에 나섰다. 민병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이날 수익률 오류를 범한 7개 금융사 임원을 불러 “향후 재발 방지 조치의 이행상황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경고했다. 금투협은 이날 오후 금융사들이 수정한 MP 수익률을 정정 공시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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