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리포트+] 목숨 걸고 탈북했는데… 녹록지 않은 제2인생

댓글 7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17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귀순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태 공사가 평양 복귀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서울로 왔다고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태 공사는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한국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북한의 엘리트인 태 공사가 체제에 염증을 느껴 탈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체제의 동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북한 엘리트 출신 태 공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태 공사의 귀순 소식이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할 즈음, 안타깝게 숨진 한 탈북민의 가슴 아픈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의사로 일하다 10년 전 탈북해 한국으로 온 김성구 씨입니다. 아내의 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가족을 데리고 탈북했지만, 빌딩 유리창을 청소하다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 장례비와 유가족 치료비 후원하러 가기 (클릭)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성구 씨의 일기장을 보면, 남한에서 그가 살아왔던 인생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꿈꾸던 남한은 과연 어떤 모습이며, 실제로 그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요?

● 탈북민 지원금은 나오지만…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남한에 온 탈북민 누적수는 2만9천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탈북민은 입국 하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의 교육을 마치고, 남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초기 정착금으로 1인당 700만 원을 지원합니다. 2인세대는 1200만 원, 3인세대 1600만 원, 4인세대 2000만 원, 7인세대는 3200만 원을 지원받습니다.

그런데 탈북민들의 초기 정착금은 온전히 정착금으로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탈북하는 데 필요한 ‘탈북 비용’때문입니다. 기획 탈북의 경우 거의 대부분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옵니다.

국내 탈북 지원 단체에 따르면, 북한에서 중국까지의 탈북하는 데, 브로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1인당 1,000~1,200만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까지는 800만 원 정도가 필요했지만, 탈북 감시가 강화되면서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동남아까지 브로커에게 안내 받으려면 추가로 250만 원이 필요합니다.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바로 입국한다고 해도 대략 1,500만 원이 드는 겁니다.

가족이 함께 탈북하면, 그만큼 탈북 비용도 증가합니다. 세대 수에 따라 지급되는 초기 정착금은 브로커에게 지불하기에도 부족한 금액인 것이죠. 이 때문에 탈북민들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일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 “조선족이라고 말하는 게 나아요”

탈북민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북한에서의 경력이나 학력이 인정되지 않을뿐더러,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북하나재단의 '2014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4명 중 1명(25.3%)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 탈북민: 북한에서 회계와 관련된 일을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쪽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식당과 주유소, 공사판을 전전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 탈북민: 초창기 할 수 있는 일은 식당에서 청소하거나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일이었어요. 막노동하는 탈북민들도 많아요.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니까,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죠. 젊은 사람은 좀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북한에서의 고등 교육도 취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탈북민: 북한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도, 여기 교육 수준과는 차이가 너무 크니까… 취직하려고 면접을 볼 때도, 보증인을 데려오라고 해요. 저는 다행히 보증인이 도와줘서 일자리를 구하게 된 거에요.

탈북은 숨겨야 할 사실입니다.

▷ 탈북민: 이력서를 낼 때가 가장 자신이 없어요.쓸 수 있는 내용도 없고, 탈북민인 걸 밝히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주변에서 말하길, 조선족이라고 하는 게 취업에 낫다고 하더라고요.

● 탈북민들이 설 곳 없는 자리

지난 23일 국회의 발표에 따르면, 탈북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 확대,영유아·청소년 북한이탈주민 지원확대 증의 내용을 담은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만 30건 이상 발의됐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17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탈북민에 대한 정부 정책이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상황이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지원이 초기 정착 과정에만 집중돼 있다는 겁니다. 사실 탈북민 중에는 여성과 영유아·청소년도 많습니다. 그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교육체계’ 마련 등 현실적인 접근도 필요한 것이죠.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도 탈북민의 설 곳을 잃게 하는 요소라고 말합니다. 일부 탈북민이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죠.

목숨 걸고 한국에 입국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다른 나라로 ‘탈남’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 탈북민: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법적인 일에 빠지는 탈북민이 생기더라고요. 당장 생활비는 필요한데, 직업이 온전치 못하니 돈은 없고… 한 번에 왕창 벌 수 있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어려운 거죠.

같은 말이라서 소통이 잘 될 것 같지만, 의미가 다른 언어가 있어서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많아요. 의사소통 같이 기본적인 부분도 어려움을 느끼는데, 도움 받을 곳이 없다 보니까 답답하죠.

탈북민에 대해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탈북민이 느끼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합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받아들일 마음과 현실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 ⓒ SBS & SBS콘텐츠허브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 SBS뉴스에 영상 제보하고 상품권 받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