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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F프리즘] '서민' 외친 국회의원, 의원 車 '에너지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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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배기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폭염이 한창 기승이던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는 언제 나올지 모를 의원들을 기다리는 차들이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진은 의원회관 앞 시동을 켠 채 대기 중인 차들./국회=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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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일부 국회의원이 국회 내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과는 천양지차였다.

지난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는 최고급 세단 또는 승합차가 줄을 지어 있었다. 회관 정문을 비롯해 바로 앞 차도에 있는 의원전용 정차구역에 차들이 30m가량 늘어섰다. 이 차들은 언제 나올지 모를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들 대부분은 시동을 켠 채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폭염이 한창이던 이날 차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 온도를 높였고, 계속 시동을 켜놓은 탓에 배기구에서 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기하는 시간이 짧게는 수초에서 길게는 10분이 넘었다.

모 의원실이라고만 밝힌 한 운전기사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시동을 끌 수가 없다"면서 "의원님이 곧 나온다고 해서 잠깐 대기하다 곧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내에서 국회의원 차들은 시간 제약 없이 주정차할 수 있다고 한다. 모 공익요원은 "일반 차량은 주정차 단속 대상이어서 이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차들은 시간과 관계없이 시동을 켜든 끄든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날 수은주는 35도(기상청)로 공회전 단속 대상은 아니다. 서울은 30도 이상에서 공회전할 수 있다. 다만, 엔진이 계속 가동되면서 연료는 계속 소비됐고, 배기가스는 공기 중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서민을 위하고 국민 행복을 위한다는 국회의원들이지만, 세비를 도로에 고스란히 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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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에서 국회의원 차들은 시간 제약 없이 주정차할 수 있다고 한다. 모 공익요원은 "일반 차량은 주정차 단속 대상이어서 이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차들은 시간과 관계없이 시동을 켜든 끄든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의원회관 앞 도로 노면에 배기구에서 흘러나온 물로 젖어 있는 모습./신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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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회전으로 인한 자동차 배기가스는 미세먼지를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키고 지구 온난화 원인으로도 꼽힌다. 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가 5분 공회전하면 1km 주행할 때의 연료를 낭비하게 된다. 유난히 폭염주의보가 많았던 여름 오존 주의보도 연일 발령됐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발생한 질소산화물이 강한 자외선과 산소와 결합하면서 오존이 급증하기도 한다. 오존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고온과 강한 햇볕에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오염물질로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나 인접 국가의 자동차 배기가스가 늘면서 오존도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몇몇 차들은 의원들을 태우고 원외로 빠져나갔지만, 일부 차량은 원내를 크게 한 바퀴 돌아 본청으로 향했다. 본청과 의원회관은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단 몇 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지나친 '자동차 사랑(?)'은 20대 국회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에도 있었다. 지난 5월 초선의원들이 오찬을 마친 뒤 의원회관에서 본청까지 단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과잉 의전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월마다 차량 유지비 35만8000원, 차량 유류비 110만 원을 의정활동 경비로 지원받는다. 이를 모두 합치면 내년도 최저임금 월급여(주 40시간 기준) 135만2230원보다 많이 받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본청과 의원회관을 연결한 지하 통로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원회관과 본청 앞 주차장에는 의원들의 차들로 붐비는 게 현실이다. 20대 국회는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아껴 쓰는' 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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