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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진해운 법정관리 해운업 붕괴..국가경제 손실 年 17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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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대 자구안 제출했지만 채권단 만족 못해

금주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 고조..청산 불가피

"한진해운 살리고 현대상선과 합쳐 경쟁력 만들어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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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문재 최정희 기자]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 한진해운(117930)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내몰리고 있다. 재계는 채권단이 수천억 원을 아끼려다 수십조 원의 손실을 일으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칫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하고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

29일 해운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총 56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2013년 이후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2조 20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마련하며 힘을 보태온 한진그룹으로서는 5000억원대 규모의 이번 자구안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포괄적 범위에서 조양호 회장의 고통분담도 포함했다.

한진해운 측은 “기업 회생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선박금융 유예, 용선료 인하 조정 협상을 지난 27일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자구안 중 실효성 있는 방안은 4000억원 유상증자뿐이라며 자구안 수용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구조조정부문장)은 지난 26일 설명회에서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을 산출해보니 용선료와 선박금융 채무재조정 등을 모두 반영한 후에도 1조~1조3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실효성 있는 자구계획은 올해말 2000억원, 내년 2000억원 등 총 4000억원 유상증자 정도”라며 “자율협약을 유지하려면 채권단에서 6000억~9000억원의 선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막판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채권단은 이번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지속 여부를 안건으로 부의해 오는 30일까지 결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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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시 청산 불가피..年 17조원 손실

해운업계에서는 컨테이너 정기선(定基船, 운항 일정을 정해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선박 )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담보권 행사에 따른 선박 억류로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120만개의 컨테이너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정지하면서 물류대란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140억달러(약 40만TEU)에 달하는 화물 지연으로 화주들의 클레임(배상 청구)이 속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서비스 공급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계약을 맺은 화주들을 일시에 잃게 돼 이전 상태로의 회복은 어려워진다.

국가 경제 손실 규모도 매년 1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감소하며 글로벌 운임이 폭등해 무역업계의 운임 부담이 늘어나는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 해운·항만업계 종사자 23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뿐만 아니라 국내금융기관 차입금, 항만 및 관련 업체 미지급금 등 총 3조200억원의 국내 채권은 회수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한진해운이 수십년간 공들여 쌓아온 시장점유율은 고스란히 외국 선사들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컨테이너선의 주요 노선이 포진된 미주와 구주 항로에서 한진해운은 시장점유율 7.4%와 4.1%로 글로벌 선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14위 선사 현대상선(011200)이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한진해운 없이는 현대상선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것은 물론 향후 성장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한진해운 살리고 현대상선과 합병해야”

해운업계도 해운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진해운을 일개 개인 회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살려야 한다”며 “유동성 부족분 수천억원 때문에 인해 법정관리를 선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한진해운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출자전환 등을 통해 일단 정상화시킨 뒤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향상해 나가는 게 한국 해운산업의 살 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대 선사가 합병할 경우 최소 100만TEU의 선복량을 확보하게 돼 글로벌 5위의 원양선사로 발돋움할 수 있고 5~10%의 원가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각각 98척(61만2000TEU), 60척(43만6000TEU)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988년 대한선주(옛 대한해운공사) 인수 후 28년간 전 세계에 11개의 터미널, 23개 현지 법인, 100여개 영업지점을 구축하고 현재 전 세계 90여개 항만을 연결하는 74개의 서비스 노선에 연간 400항차(航次, 항해 횟수) 이상의 정기선 해상운송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1개의 원양 서비스 노선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을 투입해 십수조원의 피해를 막고 국내 1위 선사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채권단에서도 원칙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원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며 “수십년간 축적된 네트워크가 무너지면 한국 해운산업의 회생은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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