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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수성이냐 역전이냐 탈환이냐…중형차 가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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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제의창]

누구나 무난히 만족시키는 특성 중형차

SUV 등 바람에 지난해 점유율 3분의 1토막

최근 신차 돌풍 타고 화려한 부활 조짐

새 디자인·성능 갖춘 신차 ‘격돌’ 4파전 양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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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온 것은 중형차였다. 1985년 쏘나타가 등장한 이래 30년간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중형차는 2000년대 불어닥친 스포츠실용차(SUV) 바람에 밀리더니 급기야 점유율도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승용차 중에서 중형 승용차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16%다. 2008년 46%에 육박했던 것과 견주면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그렇게 한물간 줄 알았던 중형차 시장이 다시 살아날 기세다. 새로운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신차들의 출현 덕이다.

■ 중형차에 부는 변화의 바람 신차의 등장은 차종과 상관없이 항상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차원이 좀 다르다. 르노삼성차 SM6와 한국지엠(GM) 신형 말리부가 기존 차급의 개념을 깨뜨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차 쏘나타 중심의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르노삼성의 SM5와 기아차의 K5가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잠시였다. 당시 SM5는 뛰어난 내구성으로, K5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쏘나타 독주 체제로 다시 돌아갔다. 그만큼 ‘국민 중형차’로 각인된 쏘나타의 입지는 탄탄했다.

사람들이 차를 고르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중형차도 마찬가지다. 배기량 2000㏄급의 중형차는 일반적으로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에 타고 다니던 차량을 교체할 때도 한 단계 위 급으로 가기에는 눈치가 보이고 아래 급은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차가 바로 중형차였다. 이로 인해 중형차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난한 차’의 대명사로 불렸다. 쏘나타가 EF, NF, YF, LF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무난함에 가장 특화된 모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쏘나타는 편안함과 승차감을 중시하는 가장 한국적인 특성을 살린 차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SM6와 신형 말리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국산 중형차 시장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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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의 공세 먼저 불을 지핀 곳은 르노삼성의 SM6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SM6는 그동안 중형차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편의 장치를 갖췄다. 8.7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부터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5가지 운전모드로 조절할 수 있는 멀티 센스 등 새 기능을 넣었다. 수입차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사양들을 과감히 채택해 기존 국산 중형차와의 차별을 꾀한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1.6ℓ 터보엔진 모델이다. SM6는 1.6ℓ 가솔린 터보, 2.0ℓ 가솔린 자연흡기, 엘피지(LPG) 등 3개의 엔진에다 이달 초 출시된 디젤모델 1.5 dCi로 구성돼 있다. 1.6ℓ 터보엔진 모델은 가격이 기존 모델에 비해 300만원가량 비싼데도 계약 비중은 SM6 브랜드 전체의 30%에 이른다. 중형차는 2000㏄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SM6는 중형과 준대형 사이에서 고급 중형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형차는 중급 트림 판매가 가장 많은데 SM6는 90%가 고급 트림에 계약이 몰렸다. 이 중 최고급 사양인 RE 트림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RE 트림은 옵션을 포함하면 3200만~3500만원의 비교적 높은 가격대다. 기존 SM5가 중간 트림인 SE와 LE 위주로 판매됐던 것과 정반대인 현상이다. 회사 쪽은 “고급화를 원한 고객들의 반응이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형 말리부의 가세 한국지엠 말리부의 기세도 만만찮다. 지난 5월 출시된 쉐보레 ‘올 뉴 말리부’는 1.5ℓ 터보엔진과 2.0ℓ 터보엔진 단 두 가지 모델로만 출시됐다. 신형 말리부는 공개되자마자 영업일 기준 8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넘어서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디자인이다. 쉐보레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차량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적용했고 지붕은 미끈하게 떨어지는 쿠페형 디자인을 입혔다. 차 길이(전장)는 준대형급인 그랜저보다 더 길게 빼는 등 기존 중형차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요소들을 내세웠다.

여기에 고성능 터보엔진만으로 라인업을 갖춘 건 파격이었다. 국산 중형 가솔린 모델 중 최고 연비(말리부 1.5 모델)와 최고 출력(말리부 2.0 모델)을 나타낸다. 연료 소모는 줄이고 출력은 높이는 다운사이징 터보엔진을 적용한 덕분이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기존의 자연흡기형 일반 엔진을 항공기 엔진에서 응용한 터보엔진으로 바꾸고 배기량을 낮춰 연료 효율성과 주행 성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중형차라고 하면 배기량 2.0ℓ 엔진을 단 승용차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는데 이런 기준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올 뉴 말리부는 여기에 차선 유지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 동급 최고 수준의 첨단 안전장비까지 갖췄다.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는 모두 17개에 이르는 초음파 센서와 장·단거리 레이더 및 전후방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신형 말리부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한 ‘2016 신차 평가 프로그램’의 안전성 종합평가 부문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바 있다.

동급 경쟁 차량이 추가 옵션으로 제공하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스마트키 및 버튼 시동은 기본으로 내장돼 있다. 음향은 고급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인 보스(BOSE)로 장착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신형 말리부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 투입했다.

비상등 켜진 쏘나타 중형차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쏘나타는 비상이 걸렸다. 쏘나타는 지난달 6858대를 판매하며 중형차 시장에서 간신히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택시 판매량을 제외하면 턱밑까지 추격해온 신형 말리부와 SM6에 선두 자리를 내줘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쏘나타가 이대로 무너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새로운 차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대중적인 브랜드를 좋아하고 보편적인 차를 많이 찾지 않느냐”고 말했다.

? 쏘나타는 다양한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을 보유하고 있는 게 강점이다. ‘7개의 심장’이라고 일컫는 각기 다른 7개의 엔진이 그것이다. 가솔린 자연흡기 2.0, 가솔린 터보 1.6과 2.0, 디젤 2.0, 엘피지 2.0, 하이브리드 2.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0 등이다. SM6가 4개, 신형 말리부가 3개의 엔진 라인업을 갖춘 것과 비교하면 쏘타나의 선택 폭이 훨씬 넓다. 여기에 트림별로 제공되는 다양한 패키지 사양들을 보면 쏘나타의 수요층이 왜 그렇게 두터운지 알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역대급’ 할인 공세로 방어선을 쳤다. 현대차는 7월 한 달간 기존 모델에 대해 60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를 진행했다. 차값의 30%만 미리 내면 5년 무이자 할부로 살 수 있는 판매 조건이었다. 원래 올해 하반기 예정돼 있던 2017년형 연식변경 모델은 지난 4월 앞당겨 출시했다. 그야말로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현대차의 판촉 공세는 신형 쏘나타가 출시될 때까지 간헐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추석을 앞두고 대대적인 ‘한가위 귀향 시승 이벤트’를 펼친다. 추석 연휴에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귀성객들을 대상으로 자사 누리집(hyundai.com)을 통해 응모한 고객 중 100명을 추첨으로 뽑아 쏘나타 100대를 지원한다.

K5의 대반격 쏘나타의 형제차로 인식되던 K5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기아차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인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철학이 제품에 본격 반영되던 2010년 무렵이다. K5는 한때 쏘나타를 제치며 중형차 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했다. 적어도 올해 SM6가 나오기 전만 해도 쏘나타와 함께 중형차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K5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경쟁자들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4위로 밀려난 K5는 최근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을 꾀하는 중이다.

기아차가 꺼내든 것은 두 가지 카드다. 새 변속기를 장착한 2017년형 연식변경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1년 만에 새로 선보인 ‘2017 K5’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시그니처’ 트림과 스포티한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지티-라인’ 트림 등 스페셜 트림을 추가하고 디자인 요소를 강화했다. 기본 판매가격도 최대 105만원까지 낮췄다. 여기에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쏘나타가 안정적인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이 돋보인다면 K5는 단단한 차체에서 시작되는 역동적인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K5 역시 쏘나타와 같은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돼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기아차는 2.0 가솔린 모델과 2.0 LPi 모델에 신규 6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연비를 약간 향상시켰다. 가격은 주력 트림인 프레스티지를 5만~55만원 낮췄고 1.6 터보 모델은 전 트림의 가격을 20만~105만원 낮췄다.

경쟁력 있는 신차의 등장으로 올해 상반기 중형차 내수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0% 넘게 커졌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 향상으로 중형차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신차들이 평탄대로를 계속 달릴 수 있을지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서 ‘내수절벽’ 여파가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신차의 시동꺼짐 등 제품 결함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주행 중 시동꺼짐 현상은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 조향장치인 스티어링 휠과 제동장치인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중형차는 가장 대중적인 차급인 만큼 신뢰에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품질과 안전이 중요한 이유다. 신차 효과가 어디까지 지속될지 지켜봐야 하는 중형차의 제2라운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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