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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주)한진에 '알짜자산' 넘긴 조양호 회장 무슨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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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진, 컨테이너 사업권 매입 등 2351억 유동성 지원

한진해운 포기해도 '해운업' 염두 분석도

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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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임박하면서 한진그룹 육상운송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이 주목받고 있다.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한 (주)한진이 앞으로 그룹 내 해운 계열사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업계에선 한진그룹이 일찌감치 한진해운 정상화가 어렵다고 보고 (주)한진을 '대체재'로 내세웠다는 의견도 있다.

29일 해운·금융업계에 따르면, (주)한진이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자산매입 방식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한 유동성은 2351억원에 달한다. Δ평택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59%(145억원) Δ부산해운신항만 지분 50%(1355억원) Δ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621억 원) Δ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법인 지분 21.3%(230억원) 등이다. 한진해운 보유자산 중 알짜인 국내외 항만·터미널과 아시아 역내항로 컨테이너사업 운영권을 (주)한진이 가져갔다.

◇한진해운 알짜자산 2351억 인수, 정기선 사업도 본격 진출

(주)한진은 한진그룹 최종 자구안에 포함된 미국 토탈터미널인터내셔널(TTI. 롱비치터미널) 지분(54%) 인수도 추진했다. TTI 지분 매매규모는 600~1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TTI 지분매각 등 유동화 작업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임박으로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주)한진이 그룹 내에서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낙점된 건 사업 구조 때문이다. (주)한진은 육상운송(22.5%)과 택배(33.2%)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육송회사다. 하지만 국내 연안 해상운송과 외항 사업 등 해운업(4.8%)도 일부 한다. 중국, 일본, 홍콩 등 동북아 지역과 아시아 역내에서 철제품과 원자재 등 벌크화물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한진은 지난 6월 한진해운의 아시아 역내항로 정기선 사업권을 인수해 컨테이너 사업에도 진출하게 됐다. 벌크는 물론 컨테이너까지 해운 사업을 확장하게 된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해운 사업 부문이 흑자를 내는 등 한진해운 자산매입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한진해운 포기 일찌감치 결심" vs "정상적인 유동성 지원"

해운·금융업계에선 이런 맥락에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생존 가능성을 일찌감치 적게 보고 (주)한진을 '구원투수'로 삼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그룹 입장에선 결과적으로도 '밑질 게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유동성 지원이란 '명분'을 챙겼고, 알짜자산 매입이란 '실리'도 얻었기 때문이다.

채권단 등 금융권 일각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채권단이 요구한 그룹 지원은 거부하고 실리만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해운업계에서도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말이 나왔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 (주)한진이 한진해운 아시아 정기선 항로 운영권을 전격 인수하자 업계에선 조양호 회장이 '버리는 카드'를 택했다는 해석이 있었는데, 결국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주)한진의 한진해운 자산매입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진해운에 (주)한진의 돈이 실제 투입됐고 적정 수준의 거래금액이 오갔다면 정상적인 유동성 지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알짜자산을 관계사에 넘겼다고 하지만 당장 유동성이 마른 상황에선 '돈 되는 자산'을 팔 수밖에 없다"며 "헐값에 넘겼다는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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