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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통법 700일] ② 소비자는 여전히 '호갱 양산법'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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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법이 2016년 8월 30일을 기준으로 시행 700일째를 맞는다. 단통법은 법 시행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지금도 이해 관계자 사이에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이용자 차별을 막고 혼탁한 이통 시장을 바로잡았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비싼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길을 원천 차단해버린 악법이라는 혹평까지 다양하다. 단통법 700일을 맞은 이통 시장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단말기유통법 1조 1항을 보면,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구형폰을 구입하고도 50만~60만원을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는 구조를 만든 단말기유통법은 '호갱(호구+고객) 양산법'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형폰 싸게 사려다가 '위약금 폭탄'

단말기유통법 시행 초기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은 '지원금'이었다. 법 시행 전에는 발품을 팔아 지원금을 더 많이 주는 업체에서 구입할 수 있었는데, 법 시행 후 지원금 차별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면서 고가의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구형폰 위약금과 관련된 소비자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을 보면 이통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정한 지원금 상한액(현행 33만원)을 초과해 소비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판매점은 이통사가 정한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추가로 소비자에게 줄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모두 과징금 또는 과태료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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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출시 15개월이 지난 구형 스마트폰은 지원금 상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통사들은 신제품이 쏟아지는 이통시장에서 구형폰 재고를 떨어낼 수 있고, 소비자는 고가에 출시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초반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위약금'이라는 덫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소비자가 이통사,유통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단말기 구입 및 요금제에 가입한 후 180일 이내에 서비스를 해지하게 되면 처음 받았던 지원금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26일 기준으로 출시 15개월이 지난 75만5700원짜리 갤럭시S6 엣지(64GB)을 구입할 경우 이통사와 유통점에서 최대 57만50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180일 이내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통사 서비스를 해지하게 될 경우 처음 받았던 57만5000원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한다.

디지털프라자, 하이마트 등 대형유통점에서 15개월 지난 갤럭시S6 엣지를 구입하려면 6개월 이상 고가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등 불법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시 도봉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허정(31)씨는 "처음에는 구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20만원 정도의 금액에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혹했는데, 위약금이 50만원이 넘는다는 걸 뒤늦게 알고나서는 뭔가 사기를 당할뻔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출고가를 안내리고 지원금을 높여 소비자가 위약금 폭탄을 맞게하는 단통법은 여전히 호갱 양산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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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피해 우려가 확산되자 LG유플러스는 2015년 3월 위약금 폭탄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15개월이 지난 휴대폰 구매자가 180일 이내에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경우, 단말기 출고가가 60만원 이상이면 위약금의 50%를 내도록 하고, 60만원 미만이면 30만원까지만 받겠다는 규정을 만든 것이다. SK텔레콤과 KT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장사도 안되는데… 위약금 60만원이라면 누가 삽니까"

휴대폰 유통점들도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을 내용들을 부각시키는 고객 유인책을 써야 하는데, 15개월 지난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위약금이 50만~60만원이라는 말을 차마 내뱉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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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열린 단통법 토론회에서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상임이사는 "위약금 한도의 경우 정부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LG유플러스가 위약금 상한제를 먼저 시행했지만, SK텔레콤과 KT는 여전히 지원금 자체가 위약금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80일 이내라도 소비자가 서비스를 사용한 기간에 따라 위약금이 차감돼야 하는 게 맞는데 현행 제도에서는 180일 이내에는 100% 내라고만 돼 있다"며 "판매점 입장에서는 1대 팔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가입자들에게 50만~60만원의 위약금이 붙을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미래부 한 관계자는 "구형 스마트폰의 경우 출고가가 인하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를 강제할 순 없다"며 "위약금 상한제도 폰테크(휴대폰 중고거래를 통해 차액을 남기는 행위) 때문에 적절한 대안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IT조선 최재필 기자 mobilecho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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