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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수진의시사전망대] 사람에게 상추 던졌다고 폭행죄…법정에 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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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임제혁 변호사

▷ 박진호/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 이야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임제혁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임제혁 변호사:

예.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오늘 내용은 무엇입니까?

▶ 임제혁 변호사:

혹시 상추 좋아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상추요. 삼겹살 먹을 때만...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아주 고기 먹을 때는 찰떡궁합이죠. 오늘 이 상추 이야기 좀 하려고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런데 저는 쌈 싸먹는 것은 별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 임제혁 변호사:

상추로 사람 때릴 수 있겠습니까?

▷ 박진호/사회자:

상추로 사람을 때린다고요? 글쎄요. 옛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은 있었는데.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 임제혁 변호사:

이게 참 애매한 사안이었는데. 오늘 얘기 바로 시작을 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상추입니다. 밥을 먹다가 좀 투닥거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화가 났습니다. 식탁에 놓인 상추로 상대방에게 던졌어요. 상추를 던졌는데 폭행죄로 법정에 서게 된 이야기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상추를 맞았다. 다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임제혁 변호사:

다칠 수가 없죠. 상추로는. 이게 상식에 반하는 게 아니냐는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렸습니다. 상추로 때리고 상추로 맞은 것을 가지고 폭행이 되느냐는 것인데. 이게 지금 실제 사안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실제로 판결 사례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임제혁 변호사:

예. 그렇습니다. 이게 유죄 판결이 났는데요. 52세 남성분이었습니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면서 동네 지역 공무원과 언쟁이 있었는데요. 그 언쟁 가운데 밥상 위에 놓여있던 상추를 한 주먹 들어서 이 공무원 분께 던진 겁니다.

상추가 이파리가 날리니까 맞지도 않았습니다. 맞지도 않았는데 사람을 향해서 상추를 집어던졌다. 그런데 여기서 1, 2심 모두 유죄 판단이 나온 겁니다. 법원에서 한 얘기가 ‘던진 상추가 피해자 몸에 맞지 않았고 몸에 맞아도 다칠 우려가 없더라도 상추를 집어 피해자에게 던진 행위가 유형력의 행사로써 폭행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게 일종의 모욕죄라면 이해가 가겠는데. 유형력의 행사. 무슨 말입니까?

▶ 임제혁 변호사:

사실 이 말이 약간 어려운데요. 폭행을 두고 법원에서 얘기할 때 이런 표현을 많이 씁니다.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물리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데. 이 때 유형력이라는 게 결국에는 사람에게 어떤 힘을 가한다는 거예요. 이게 좀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 하나씩 좀 살펴보면. 제가 주먹으로 직접 사람을 때려요. 당연히 폭행이겠죠. 제가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었어요.

▷ 박진호/사회자:

이건 좀 애매한데요.

▶ 임제혁 변호사:

살짝 애매해지죠. 이제 제가 회사에서 동료랑 말다툼을 하면서 얼굴에 삿대질을 하다가 모자나 안경을 치게 됐어요. 때릴 의도는 아니었는데. 이 경우는 어떨 것 같습니까?

▷ 박진호/사회자:

이게 일단 맞는 입장에서는 때렸다고 생각할 것 아니에요?

▶ 임제혁 변호사:

그럴 수도 있겠죠. 이게 다 판결들인데. 마지막으로 아파트 화단에서 말다툼 끝에 화초를 확 뽑아서 휘둘렀는데 흙이 튀었어요.

▷ 박진호/사회자:

이것은 방금 말씀하신 상추를 던진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네요.

▶ 임제혁 변호사:

사실 지금 말씀드린 모든 게 다 폭행죄에 해당합니다. 보면 직접 때린 것뿐만 아니라 침을 뱉거나 삿대질을 해서 어떻게 잘못 돼서 치게 되거나. 아니면 정말 사람을 때린 것은 아니지만 화초를 휘둘러서 모래가 튀거나 이번처럼 상추가 직접 닿지는 않아도 사람을 향해서 상추를 던졌을 때 어떤 사람에 대해서 물리력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게 다 폭행죄가 된다고 봅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렇게 되겠군요. 저는 처음 알았네요. 이게 보면 막장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 자주 나오는데. 부부싸움 심하게 하다가 부수고 던지고 하는데. 이렇게 같이 앉아 있다가 물컵의 물을 얼굴에 끼얹는. 그런 장면도 있잖아요?

▶ 임제혁 변호사:

요즘 물 싸대기라고 하더라고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사람에 대해서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에 해당하니까 이것도 엄연히 폭행죄에 해당하고 굉장히 방송에 많이 나오죠.

▷ 박진호/사회자:

유형력의 행사. 말이 좀 어렵지만 말씀 들으니까 좀 감이 오는데. 이런 경우는 어떤가요. 방문을 차면서 나오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두겠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문을 발로 차고. 영화에 많이 나오잖아요.

▶ 임제혁 변호사:

영화에 많이 나오죠. 혹시 폭행이 될 것 같으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이것은 앞서 사례와는 달리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하는 것인데요. 이게 유형력 행사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닐 것 같은데.

▶ 임제혁 변호사:

직접적인 유형력 행사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사실 지금 말씀하신 게 대법원 판결하고 똑같은 내용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 행사예요. 물론 그 직접적이라는 게 꼭 내 주먹이 닿아야 한다든지, 상추가 닿아야 한다든지. 그런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직접적인 유형의 행사인데. 이 때 이것을 협의의 폭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협의의 폭행이 있으니까 다른 범위의 폭행도 있겠죠.

▷ 박진호/사회자:

이게 개념의 문제군요.

▶ 임제혁 변호사:

예. 그렇습니다. 폭행을 어떤 범위로 볼 것인지 개념의 문제인데. 사실 제일 넓은 의미의 폭행, 또는 최광의의 폭행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디에든 힘을 쓰는 것 자체로 성립이 돼요. 소위 말해서 내란죄, 소요죄. 이런 경우에는 군중이 돌아다니면서 자동차도 부수고, 사람도 때리고. 이러면 직접적이든 아니든 무엇에 대해서든 유형력 행사를 하면 여기에 해당이 되는 거예요.

▷ 박진호/사회자:

그렇군요. 내란죄나 소요죄. 폭행이라는 말씀이죠?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그러니까 각 죄마다 조금씩 다 다르기는 한데. 유형력이라든지, 폭행이라든지. 그런 부분들을 다 포함하게 되거든요. 다른 죄를 얘기하시면 말씀드리면 금방 알 텐데. 이 폭행죄보다 조금 더 넓은 폭행의 개념이 광의의 폭행인데. 이것은 사람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예요.

지금 간접적이라는 게 들어가는 것인데. 가령 음주단속을 당한 상황이에요. 제가 술을 마시고 자동차를 몰다가 걸렸어요. 그랬더니 내려서 이제 단속하는 경찰관을 때릴 듯 한 태도로 막 주위에 내 차도 때리고 백미러도 때리고. 경찰한테 직접적인 태도로 때리지는 못하는데 주위에 있는 쓰레기통도 발로 막 차고 그러고 있어요.

소위 말하는 진상을 피우는 거죠. 공무집행방해를 하면서. 이 경우에 공무집행방해도 폭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요. 폭행, 기타 다른 방법으로 공무집행방해를 한 경우인데. 이 때 폭행에는 이런 간접적인 유형력 행사도 들어갑니다.

그 다음에 지금 말씀드린 상추 사건의 폭행이 있고. 그보다 더 좁은 의미의 폭행이 있어요.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할 정도로 이르는 것인데. 소위 말하는 최협의의 폭행인데. 이것은 강도죄, 강간죄. 이런 데에서 성립이 되는 경우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이게 하나씩 파고들면 유형마다 굉장히 복잡하네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굉장히 복잡할 수가 있는데. 사실은 언제나 늘 경계선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상추가 대표적인 얘기네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상추를 던지는 행위가 별 것 아닌 것은 맞아요. 그런데 형법에서 정한 폭행죄의 요건. 즉 사람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유형력을 행사하는 게 해당되니까. 이제 애매해지는 것이죠.

▷ 박진호/사회자:

이게 법적으로 따지면 변호사님 말씀하신 대로겠지만. 이런 것을 가지고 처벌까지 받게 한다. 좀 이상할 수도 있겠는데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처벌 받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는데. 합의.

▷ 박진호/사회자:

보통 이런 경우에는 그냥 법적으로까지 문제를 삼기보다는 합의나 화해를 하잖아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이게 폭행죄 같은 경우에는 합의를 하면 처벌을 못하게 돼있습니다. 사실은 이게 반의사불벌죄라고 해서 쉽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이거랑 같이 가는 게 협박죄, 명예훼손죄, 과실치상처럼 피해자가 저 사람 나한테 가해자이기는 한데 처벌 원치 않아요라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예요. 검사는 기소를 못하고, 법원에서도 더 이상 판단을 안 하고, 공소기각 판결을 하고.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건데. 이것처럼 단순폭행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다 없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사실 이 상추 사건 두고서 댓글들 보면 판사 너무하네, 우리 법원 너무하네. 그런 댓글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게 법원이나 그 쪽으로 화살을 돌리기 전에 이 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좀 달리 생각해 볼 여지도 생기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 상추 하나 가지고. 상추 사건은 당사자 분들이 굉장히 화가 나셨나 봐요. 이렇게 법적으로까지 사례가 된 것을 보면.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 박진호/사회자:

그런데 우리가 폭행 피해자 입장이 됐을 때 이것을 좀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 임제혁 변호사:

그렇죠. 이게 아무래도 합의라는 것이 가면 서로 말로만 합의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금전적인 것이 오가기 때문에. 이런 사안에서 최대한 합의금을 얻겠다는 방법으로 악용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말씀하신 반의사불벌죄가 친고죄하고는 또 다른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친고죄와 차이가 있죠. 사실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은 내가 저 사람한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을 안 하는 거예요. 친고죄라는 것은 제가 고소를 해야만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것이고, 제가 고소를 취하하면 그 프로세스 자체가 중단이 되는 거예요. 사실 결론에 있어서는 똑같은데. 과정의 문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에는 수사기관에서 폭행 사건이 있으면 다 수사를 자기들이 다 할 수도 있어요. 굳이 내가 고소를 안 하더라도. 그런데 만일 합의해서 처벌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거기서 종결이 되는 것이고. 친고죄는 이런 사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고소를 해야만 드디어 수사를 하고 진행이 되는 것이고.

▷ 박진호/사회자:

그런 차이가 있네요. 복잡 미묘한 법의 세계입니다. 알겠습니다. 뉴스 속 법률 이야기, 법은 이렇습니다. 임제혁 변호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제혁 변호사:

예. 고맙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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