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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소룡의 쿵후 사라지는 홍콩…갱단 사라지고 공원엔 '포켓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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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월세·무술 유행 변화에 쿵후학교 밀려나…쿵후 수련생 수 줄고 고령화

연합뉴스

홍콩에 있는 이소룡 동상[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홍콩의 전설적인 액션 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이소룡)이 14살 때 중국 무술 쿵후를 배우기 시작한 1955년, 홍콩은 각양각색의 화려한 쿵후 기술을 가르치는 무술 학교로 북적거렸다.

쿵후를 완벽하게 연마한 리샤오룽이 1973년 영화 '용쟁호투'를 발판으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르면서 전 세계로 쿵후 열풍이 확산했다.

그런데 홍콩의 상징이었던 쿵후 흔적이 점점 희미해진다. 27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 눈에 홍콩을 투지 넘치고 이국적인 도시로 보이게 하는 데 일조한 쿵후 문화가 홍콩에서 쇠퇴하고 있다.

수많은 쿵후 영화에 등장한 범죄 조직 '삼합회'는 어느덧 거리에서 자취를 감춰 홍콩은 한층 안전한 도시가 됐다.

또 홍콩 부동산 시세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쿵후 수련 스튜디오가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쿵후가 떠난 자리는 비디오 게임이 채웠다. 이제 홍콩 공원에는 돌려차기를 연습하는 젊은이보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를 하는 청소년들이 훨씬 눈에 많이 띈다.

게다가 요즘 홍콩 젊은이들은 무술 중에서도 쿵후보다는 무에타이나 유도를 선호한다. 어느새 홍콩 청년들에게 쿵후는 끝내주게 멋진 무술이 아니라 은퇴한 할아버지나 삼촌이 배울 법한 무술로 자리 잡았다.

홍콩에서 쿵후 명맥을 잇는 무술 전문가들은 홍콩 쿵후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자조한다.

쿵푸의 한 문파로 리샤오룽이 연마한 근접전투 기술인 영춘권을 50년간 가르쳐온 렁팅(69)은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쿵후를 배웠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며 "슬프게도 이제 중국 무술은 고향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렁팅이 속한 국제영춘권협회에서 수련한 사범들이 외국에 문을 연 도장은 65개국 4천여개에 이르지만, 홍콩에는 5개에 불과하다.

과거 홍콩 무술 중심지였던 야우마테이 지역에 남아 있는 쿵후 학교도 극소수다. 리샤오룽이 스승으로부터 무술을 배운 곳인 네이던로드는 이제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화장품가게로 넘쳐나는 번화가가 됐다.

쿵후 사범 막체콩(64)은 주룽 지역에서 쿵후 스튜디오를 운영하다가 치솟는 월세 부담으로 접었다. 대신 이제 홍콩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학생이 원하는 곳에서 쿵후를 가르친다.

그는 "지금 나에게 쿵후를 배우는 학생이 수년 전의 절반 수준인 20명을 넘지 않으며, 학생들 나이는 대부분 40세 이상"이라고 전했다.

'홍콩 무술 역사' 저자인 막킹상 리카도는 "쿵후는 홍콩 사람들의 문화·레저 생활에 큰 부분이었다"며 "퇴근하면 무술 학교로 향해 동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요리하고 밤 11시까지 쿵후를 연습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홍콩과 달리 중국 본토에서는 쿵후가 부흥기를 누리고 있다. 정부가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쿵후를 표준화해 '우슈'라는 이름으로 중·고등학교에 적극적으로 보급한 영향이다.

쿵후의 중심지가 중국 본토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자 홍콩에서도 정부가 쿵후 전통 보존과 부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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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들고 '포켓몬 고' 게임에 열중하는 홍콩 젊은이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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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번화가 네이던로드[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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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시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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