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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김기자와 만납시다] "국립국어원에 제가 질문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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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다’가 뭐죠? 바트다?”

“‘히트다’ 아니에요? 요즘 ‘히트다 히트’ 많이 쓰던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립국어원 국어생활 종합상담실이 시끄러워졌다. 카카오톡으로 누군가 질문을 던졌는데, 처음 보는 단어여서인지 연구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빠른 답변이 중요한데, 답을 내놓지 못하니 식은땀이 났다.

이들을 혼란에 빠뜨린 단어는 ‘밭다’였다. ‘시간이나 공간이 다붙어 몹시 가깝다’ ‘길이가 매우 짧다’ 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다. 질문 과정에서 ‘바트다’로 단어가 바뀌고 오타까지 나면서 ‘비트다’라는 생전 처음 보는 말이 나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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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상담을 해보았습니다. / 사진=카카오톡 화면 캡처


김미현(32) 연구원은 “방학 때 카카오톡 하루 평균 상담은 연구원 개인당 200건 정도”라며 “최근에는 150건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으로 상담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학생”이라며 “띄어쓰기, 맞춤법 같은 내용이 많다”고 덧붙였다.

국어생활 종합상담실은 카카오톡 외에 전화와 인터넷으로도 상담을 진행한다. 김 연구원은 카카오톡 담당이며, 그를 포함해 총 네 명이 SNS 상담을 진행한다.

이날 가장 어려웠던 질문이 뭐였느냐는 물음에 김 연구원은 간접존대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선생님의 넥타이가 멋있으십니다’ ‘선생님의 가방이 예쁘세요’ 등은 가능해요. 하지만 ‘선생님의 강아지가 잘생기셨습니다’는 안됩니다. 소유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왜 안 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넥타이나 가방을 존대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알쏭달쏭하지만 강아지가 잘생기셨다는 표현과 비교하면 어쩐지 맞는 느낌이다.

김 연구원은 언어직관이라고 했다. 이럴 때는 상식선에서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답하지만, 상대방이 이해할 리 없다.

김 연구원은 “언어는 수학처럼 나눌 수 없다”며 “일정한 규칙이 있지만, 이를 벗어나는 것도 많아서 유연하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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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질문을 던졌습니다. / 사진=카카오톡 화면 캡처


국립국어원의 카카오톡 친구는 4만2000여명이며, 이중 상담을 자주 진행하는 네티즌이 있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질문을 받아주지 않는다. 하루 다섯 개로 제한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 여섯 번째 질문을 한다고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럴 때 연구원들은 ‘답변이 조금 늦어질 수 있다’고 안내한다.

김 연구원은 국어교사가 꿈이었을까? 그는 “아니다”라며 “국어교사를 꿈꾸셨던 분이 계시기는 하다”고 말했다.

연구원들도 오타를 낸다. 그럴 때는 즉각 다시 안내하는 게 원칙이다. 다음날에는 전날 상담내용을 서로 살펴주는데, 이때 틀린 내용이 있었다면 조금 늦게라도 다시 안내한다.

김 연구원은 외국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화면보다 자막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다. 직업병이다. 띄어쓰기 틀린 자막이 나오면 스트레스받는다. 그는 “뉴스 화면에도 틀린 자막이 나올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명절에는 친족 호칭과 관련한 문의가 많다.

예를 들어, 여성 A씨가 있다. A씨 남편은 A씨의 친오빠보다 나이가 많다. 그러면 A씨의 남편은 아내의 오빠에게 뭐라고 불러야 할까? 화법상 ‘형님’이 맞다. 그러나 자기보다 나이가 적다는 걸 생각하면 ‘형님’이라는 단어가 쉬이 나오지 못한다.

김 연구원은 “‘처남’이라고 부르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며 “가능한 표현이기는 하다”고 말했다. 다만 “나이에 상관없이 형님이라고 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김 연구원은 “사전 찾아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때와 장소를 고려해서 말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어 배우기에 관심을 많이 기울여달라”며 “국어는 절대로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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