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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축사노예' 19년 품삯, 최저임금으로 셈해도 1억8천만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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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농장주 부부 모두 기소…노동력 착취 유인 등 5가지 혐의 적용

연합뉴스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한 지적 장애인 고모(47)씨가 모친과 재회한 모습. [연합뉴스 DB]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지적 장애인 '만득이'에게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60대 농장주 부부가 모두 기소돼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청주지검은 25일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에게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 등으로 농장주 김모(68)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그의 부인 오모(62)씨는 구속 기소 했다.

검찰은 부부 함께 구속하지 않는 관례상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한 부인 오씨만 구속 기소했다.

김씨 부부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 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 복지법 위반 등 총 5가지다.

김씨 부부는 1997년 7월부터 고씨가 탈출, '강제노역' 생활을 청산한 지난달까지 무려 19년간 임금을 주지 않은 채 그에게 축사 일과 밭일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부부가 고씨에게 주지 않은 19년의 품삯은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무려 1억8천여만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김씨 부부가 엄벌에 처해질 수 있도록 법정형 하한이 징역 2년인 노동력 착취 유인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죄는 징역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중대 범죄다.

김씨 부부가 고씨를 데려온 시기가 19년 전이지만 그 위법성이 최근까지 유지된 만큼 공소시효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상해 등의 혐의와 관련, 지적 장애가 있는 고씨가 명확하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못하지만 그의 몸에 난 상흔, 의사 소견,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범죄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인 고씨가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지원을 의뢰하는 한편 고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 신속히 후견인이 지정돼 김씨 부부가 피해액을 공탁하면 즉시 수령할 수 있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주지 않은 점만 시인할 뿐 폭행 등 다른 혐의는 여전히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김씨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달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를 발견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는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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