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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빚 갚기 어려워졌는데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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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 반년 만에 5%p 올라

한국은행 "소득 안 오르니 억지로라도 부채 줄여야"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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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월급은 적고 빚만 쌓이는 가계가 크게 늘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강제로 빚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소득을 늘리자니 이미 저성장 장기화에 접어든 지 오래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신용은 전년 말보다 54조1784억원 증가한 1257조3000억원이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으로 이 중 대부분이 가계대출(53조3788억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은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그동안 가계부채 문제를 미시적 감독 조치로 대응해 왔지만,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 제어 차원에서의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정부의 대책이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불씨를 던졌다.

그런데도 수개월 만에 재개한 가계부채 TF 회의 결과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반응이 다수다. 주택 공급을 제어한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미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 공급을 30% 줄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집단대출 또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필요한 경우에 적용하겠다'면서 직접적인 규제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45%…소득만 제자리

한은이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 규제를 강조하는 것은 '가계의 체력을 기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원론적인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을 늘리는 것보다 부채를 억제하는 것이 현실적인데,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자 포괄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실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년 3월 말 145.6%로 2015년 9월 말 대비 4.9%포인트 올랐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상승 폭(3.1%포인트)을 웃돈다. 가계부채는 급속도로 증가하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올 2분기 중 가계의 평균 소득은 작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소득으로도 작년 2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 관계자들은 시중 자금이 가계로 스며들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가계부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결국은 경제 성장률이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따라주지 않으니 억지로 부채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나름의 이유로 돈을 쌓아두는 가운데 가계로 자금이 흘러들어 가지 않는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가격의 완만한 상승으로 관련 비율의 증가세도 주춤해질 것이라고 낙관한다. 하지만 당국 정책의 원활한 시행이 전제돼야 한다. 당장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무산될 위기에 놓인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에 속도를 낼지 미지수다.

새로운 대책보다 현재의 원리금 상환 정책 등을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비율을 줄여나갈 마땅한 대책은 지금 상황에서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날 당국 입장에서도 '건강해지려면 운동 열심히 하라'는 식으로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기에는 자칫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기존 원리금 균등상환 정책 등의 효과는 점차 가시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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