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가계부채 1250조는 '위기'인가…아는 곳이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ECD의 소득 대비 부채 자료 일반적으로 통용

우리나라 부채비중 163%…북유럽보다 더 낮아

상대적인 기준이지 절대적으로 쓰이기에는 무리

소득별·자산별 대출규모도 정확한 파악 어려워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나라가 가계부채 1300조원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 2분기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1257조3000억원 규모다. 올해 말 1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현재 수준이 관리 가능한 임계치에 도달했는지 여부는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정도 가계부채 수준이 적절하고, 어느 수준을 넘으면 위험한지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위기감도 막연하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20년 가까이 가계부채 문제와 마주해왔다. 그럼에도 ‘가계부채의 오늘’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이 때문에 매번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부채비중 163%…북유럽보다 더 낮아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63%다. 우리 가계가 연간 버는 돈보다 1.6배 정도 더 빌린다는 뜻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비교한 가계부채 정도가 위험수준을 알리는 가장 보편적인 통계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각 국가별로 사정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보다 이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가계부채 위기가 ‘딴 세상 얘기’인 곳이다. 덴마크(308%) 네덜란드(277%) 노르웨이(225%) 아일랜드(207%) 스웨덴(173%) 캐나다(166%) 등 주로 북유럽 국가들이다.

이유가 있다. 이들 나라는 소득의 상당부분을 세금 등으로 내 가처분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더 중요한 건 그만큼 의료 등 국가의 사회보장이 잘 돼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한 금융통화위원은 “북유럽 국가들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 했다”고 했다.

이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건 사실이다. 일본(132%) 미국(113%) 프랑스(105%) 독일(94%) 이탈리아(90%) 등이 대표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의 우려도 이 지점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상대적인 비교에 따른 것이지, 위기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전문가들은 찾기 쉽지 않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풍선을 불면 언제 터질지는 모르지만 계속 불다보면 터지는 시기가 가까워진다는 사실은 확실하다”면서 “1250조원의 가계부채를 보는 시각도 딱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당장 큰 위기가 올 것 같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현재 가계부채 증가가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위기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고정금리 대출 확대, 분할상환 대출 증가, 낮은 수준의 연체율 등이 그 근거다. 이를테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4년말 23.6%에서 지난해 말 35.7%로 늘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37.9%다.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2014년 말 26.5%에서 올해 6월 말 40.1%로 올랐다.

다만 체감하기 어려운 규모로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마냥 용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그 판단이 뚜렷하지 않다.

◇소득별·자산별 대출규모도 정확한 파악 어려워

그나마 확실한 방법이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소득과 자산 수준에 따른 대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인 탓이다.

<본지 올해 2월24일자 말로만 위기..위기.., ‘반쪽짜리’ 가계부채 통계 기사 참조>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매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내놓고 있긴 하다. 하지만 설문조사 방식으로, 그것도 2만가구 정도만 하다 보니 그 신뢰성은 매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금 징수용으로 소득 자료를 갖고 있는 국세청과 협업이 필요하지만, 워낙 민감한 정보인 만큼 현실적인 걸림돌도 많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다. 국세청 관계자는 “통계청 등과 따로 가계부채를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내부적으로 만든 가계부채 DB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으로부터 ‘국가통계’ 승인을 받지 못해 내부 연구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한은의 가계부채 DB는 소득별 자산별 통계는 없지만, 기존 가계신용 등 통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다만 통계청은 기존 가계금융·복지조사와 중복 문제를 거론했고, 이 통계는 묻혀버렸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각 기관이 가계부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여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