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경제는 세계 11위, 생활 수준은 48위···왜?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은수의 경제기사로 부자되는 법-55] [뉴스 읽기 = 한국 경제 규모 9년 만에 세계 11위]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 규모가 2006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세계 11위로 올라섰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오히려 줄었지만, 러시아와 호주 경제가 더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2014년 13위에서 2단계 더 상승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5년 미국 달러화 기준 한국의 명목 GDP 규모는 1조3779억달러(약 1500조원)로 전 세계에서 11위를 기록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GDP란?

경제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아마 국내총생산, 즉 GDP(Gross Domestic Product)일 것이다. GDP는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생산물의 가치를 모두 합한 국내총생산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5000만명의 국민이 열심히 일해서 벌어들인 돈의 총합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경제 주체로 일컬어지는 가계, 기업, 정부가 1년 동안 생산해낸 재화(상품)와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계산해서 합한 것이다. 우리나라 영토 안에서 생산한 것만 계산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물건은 GDP에 포함되지만, 야구선수 류현진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 명목 GDP와 실질 GDP란?

GDP에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했느냐, 안했느냐에 따라 명목 GDP와 실질 GDP로 나눠진다. 명목 GDP는 '시장 가격'을 반영한 것이다.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 총량에 해당 연도 가격을 곱해서 산출한다. 그러니까 명목 GDP는 물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자동차 100대를 생산하고 가격이 1억원이었는데, 올해 생산량은 그대로인데 가격이 1억100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면 명목 GDP는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기준연도(현재 2010년)를 정해 놓고 물가변동분을 제거해 GDP를 산출하는데, 이것을 실질 GDP라고 한다. 가격은 변함이 없다는 가정 아래 시간에 따라 생산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토대로 경제성장률을 측정하는데 사용한다. 경제성장률이 3%라고 할 때 이는 실질 GDP의 증가율을 말한다.

그러면 명목 GDP는 어디에 사용할까? 바로 국가 간 경제 규모를 비교할 때 사용한다.

# 한국 경제, 명목 GDP가 세계 11위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라는 것은 바로 물가수준을 반영해서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2015년 우리나라는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명목 GDP를 1조3779억달러(1500조원) 생산해내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 같은 GDP는 2014년 생산해냈던 1조4113억달러(13위)보다 2.4%나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순위가 올라간 것일까?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앞서 있던 러시아(1조3260달러)와 호주(1조3396억달러)의 GDP가 각각 34.7%, 7.9% 감소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경우 명목 GDP를 산출할 때 적용하는 물가, 즉 유가와 가스, 철강 등 수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GDP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우리가 잘해서 경제 규모가 커진 게 아니라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또 하나 비밀이 있다. 세계은행은 원화 생산량을 달러화로 전환할 때 최근 3년간 원화 대비 달러화의 3년간 평균 환율을 적용한다. 원화 기준 GDP가 줄어도 환율이 내리면(원화 강세) 달러 기준 GDP는 늘어나게 된다.

# 덩치만 클 뿐···국민 부자 순위는 세계 48위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벌어들인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440달러로 세계 46위 수준이다. 그것도 1년 만에 42위(2만7090달러)에서 4단계나 추락했다. GNI는 한 국가의 국민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를 뜻한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물가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한 한국의 1인당 GNI 역시 전년(42위, 3만4620달러)보다 6계단 밀려난 48위(3만4700달러)에 머물렀다. 국가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국민 1인당 소득수준은 오히려 위축된 것이다. 생활수준이 더 나빠졌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의 '2016년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BLI)'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BLI는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11개 지표를 점수(각각 0~10점)로 산정해 국가별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수다.

# 일 많이 하는 나라 세계 2위···임금은 3분의 2 불과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길다. 그럼에도 연간 실질임금은 22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취업자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 취업자는 OECD 평균보다 43일 정도 더 일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 취업자의 연간 평균 임금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3만3110달러로 OECD평균 4만1253달러의 80% 수준이다. 연간 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실질 임금은 15.67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독일보다 4개월 더 일하고 임금은 70% 불과

세계적으로 시간 외 근무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과 비교해보자. 일본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719시간으로 한국보다 394시간이나 적다. 그러나 연간 실질임금은 3만5780달러, 시간당 실질임금은 20.81달러로 한국보다 높다. 이로 인해 한국 근로자는 일본 취업자보다 50일을 더 일하고도 연간 2670달러 적게 벌고 있다.

OECD 국가 중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과 비교해보자.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742시간 많으나 1만1815달러 적게 벌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취업자는 독일 취업자보다 4개월 더 일하면서도 독일 취업자 임금의 70%만 받고 있다.

한국인 노동생산성과 삶의 질, 임금수준 향상, 주거비 안정, 여유가 있는 삶, 더 큰 행복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복안이 필요하다.

[최은수 기자/mk9501@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