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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영구 추방’ 승려 사면 대폭 재검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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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5일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사부대중 100인 제3차 대중공사'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발원문을 합송하고 있다. 공주=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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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 조계종이 과거 비위로 추방됐던 멸빈자들의 사면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고령의 당사자들이 “참회할 테니 여생을 종단 소속으로 보내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바람에 자비를 베풀자는 의견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기류가 맞서고 있다. 멸빈은 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는 승려를 종단에서 영구 추방하는 최고징계를 말한다.

조계종은 25일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토론회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제3차 대중공사’를 열어 멸빈자 문제 등을 논의했다. 사부대중은 종단의 네 주체(남녀 승려 및 신도)를, 대중공사는 이들이 모두 둘러앉아 격의 없이 벌이는 토론을 말하는 불교식 용어다. 종단 차원에선 지난해 처음 시도된 100인 대중공사는 지난해는 10회, 올해는 이날까지 3회 열렸다.

대표적 멸빈자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으로 1994년 은처 의혹, 비리 의혹,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3선 독재 시도 등으로 추방됐다. 지난해 서 전 원장의 신청으로 재심호계원(2심재판부)이 이 멸빈 징계를 공권정지 3년으로 감형하는 판결을 내놓아 전 종단 안팎에 거센 비판과 반발이 일었고, 집행부인 총무원이 “반발이 커 절차를 일단 중단한다”고 사태를 정리하면서 파문이 일단락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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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울 종로구 봉익동 대학사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서의현 당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당시 서 전 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임을 시도하자 퇴진운동이 일었고, 당시 서 전 원장 측이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반대 측 스님들을 구타해 전국적인 퇴진결의대회가 열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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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절차적 문제 등을 처리하기 위해 꾸려진 ‘종단 화합과 개혁을 위한 사부대중위원회(이하 위원회)’와 산하 ‘94년 멸빈 분과’는 이 결정과정을 돌아보고, 앞서 1994년 함께 멸빈된 9명 중 7명의 사면 가능성을 검토해왔다. 재산상 비위가 추방 발단이 된 2명은 제외됐다.

활동보고에 나선 위원회 측은 “참회 및 반성 여부, 징계 후 독신생활을 했는지 등 그간 삶의 이력을 소명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 검토하고 불교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후속조치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가 마련한 비공개 대담에 나온 서 전 원장은 “승려로서의 생활을 유지해왔으며 대중들 앞에 나서 참회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서 전 원장은 이날 대중공사에 나와서도 참회문을 읽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는 “사면을 위한 정치적 쇼 아니냐”는 반발 여론을 의식해 취소됐다.

위원회는 ▦지난해 재심호계원 판결은 무효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멸빈제도는 제도를 개선안을 마련하고 ▦멸빈자 사면 여부에 대해서는 공의를 모아 법적절차를 진행하도록 중앙종회(종단의회)에 건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에서 “꼭 94년 사건 당시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여러 시기에 징계를 받은 이들의 사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참석자들은 “과거 멸빈자들의 사면 여부를 폭넓게 검토할 것을 중앙종회에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조계종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는 11월 종회에서 진행되겠지만 여전히 두 입장, 즉 ‘당사자들이 참회와 반성을 말하는데 자비를 논하는 승가가 검토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전두환 전 대통령도 법적으로는 사면 받았다’는 의견과 ‘과거 개혁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처사’라는 불가론이 혼재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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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사부대중 100인 제3차 대중공사'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에 앞서 발원문을 합송하고 있다. 공주=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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