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갤노트7 쓰면 '충전해 달라' 부탁 못한다… USB-C 충전 방식이 고객 불편 초래

댓글 1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기업 영업부서장인 김태영(47세, 회사원)씨는 평소 통화량이 많다. 저녁 식사때쯤이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바닥을 보여 식당에 휴대폰 충전을 맡기는 일이 잦다. 그는 최근 갤럭시노트7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했는데, 식당에서 배터리 충전을 부탁했다가 식당 주인으로부터 스마트폰에 맞는 충전기가 없어 충전을 못해준다는 소리를 들었다.

IT조선

◆ USB-C, 충전 포트 모양 달라 기존 충전기로 충전 어려워

최근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충전 방식이 기존과 달라 소비자들이 IT기기를 여러개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충전기를 2개씩 가지고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근 단말기 충전 방식을 USB-C 타입으로 변경 중이다. LG전자가 출시한 G5가 USB-C 타입을 채택했는데, 갤럭시노트7도 이 방식을 도입했다.

USB-C 타입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것은 2015년 9월 구글이 신형 레퍼런스폰을 선보인 이후 부터다. 중국의 러스왕(LeTV)이 2016년 초 출시한 '르 맥스 프로'와 LG전자의 2016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G5가 USB-C를 사용했다. 8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도 이 방식이다.

충전 방식의 변화는 사용자에게 상당한 불편을 준다. 충전을 위한 별도의 젠더를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USB-C 포트 이전에 주로 사용한 마이크로USB를 사용했다. 2010년 이후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스피커, 헤드폰 등 제품이 이 방식을 채용했다. 충전기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다른 제품을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김씨처럼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 정부 주도 '표준화'도 현실적으로 불가능

IT조선

충전 방식 변경에 따른 소비자 불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피처폰 시절 나온 제품 대부분은 24핀 충전방식을 사용했는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주도로 진행한 20핀 표준 충전단자 사용 합의 후 새로운 형태의 충전 포트가 등장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20핀, LG전자는 18핀, 팬택은 14핀, 모토로라는 8핀을 사용했다. 다른 제조사 제품을 이용하는 이들의 충전기는 호환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피처폰은 열쇠고리를 걸 수 있는 별도의 홈이 마련돼 있어 충전용 젠더를 휴대하기 편했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USB-C 타입의 스마트폰은 바타입으로 열쇠고리가 없다. 스마트폰은 게임,동영상,SNS 등 상시 이용하는 킬러 콘텐츠가 많아 손에서 잠시도 땔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그만큼 배터리도 소모량도 많다. 제품 충전을 위해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 상시 충전용 젠더를 들고 다녀야 한다.

정부나 표준화기구가 전면에 나서 충전 표준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충전 포트를 표준화 하려면 안드로이드,iOS 등 각기 다른 운영체제 제품 제조사가 이 표준을 따르도록 해야 하는데, 애플처럼 독자적 충전 포트를 장시간 운영해 온 기업까지 동참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슬림화나 기술 발전 방향을 두고 정부가 표준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며 "유럽에서 마이크로USB의 5핀 규격과 관련한 표준화 움직임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된 바 있다"고 말했다.

◆ 애플도 라이트닝 케이블 도입 당시 '혼란' 유발

애플이 라이트닝 케이블을 처음 도입했을 때도 충전 포트와 관련한 혼란이 있었다. 애플은 2012년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라이트닝 케이블을 처음 도입했는데, 종전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들의 불만이 컸다. 아이패드1,2를 이용하는 이들 중 아이폰5를 구입한 이들은 제품 충전을 위해 2종의 케이블을 들고 다녀야 했다.

김태영씨는 "갤럭시노트7이 좋아 보여서 샀는데, 충전방식이 변경된 것은 참 골치아픈 일이다"며 "앞으로는 젠더를 항상 들고다녀야 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은 USB-C를 지원하는 첫 제품이지만, 추후 내놓을 제품이 어떤 충전 포트를 탑재할지 말해주기 곤란하다"며 "현재는 제품 구매자들에게 충전 젠더를 1개씩 무상으로 제공 중인데,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IT조선 이진 기자 telcojin@chosunbiz.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