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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Health Journal] "아가야 어서 오렴" 엄마아빠 되고싶은 간절한 예비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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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저출산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저출산은 노인 인구를 감소시켜 국가 재정 상태를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학교나 군대에 갈 젊은이 역시 줄어들게 만든다. 인구 감소가 지속될 경우 최악의 경우 지구상에서 한민족이 소멸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21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OECD가 제시하는 초저출산 마지노선은 1.3명이다.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에 속하게 된 것은 이미 10년이 더 됐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인구는 100년 안에 반 토막 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출산율을 높이지 않으면 2029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2500년 인구가 33만명으로 줄어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민족이 소멸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저출산 해법은 뭘까. 최근 들어 난임(불임)에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마다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봤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정책 실효성을 따져봤을 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으로 난임 치료가 떠오르고 있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임신이 쉽지 않는 난임 부부를 돕자는 것이다.

정부도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7년부터 난임시술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난임휴가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난임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연령대의 건강한 남녀가 결혼해 피임을 전혀 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지만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결혼 후 특별한 이유 없이 한두 해가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일단 난임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성은 100만~200만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나지만 13세 무렵 시작되는 초경과 50세 전후 폐경 이전까지 평생 300~400개의 난자가 배란을 통해 배출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나이가 들면 난소 기능이 떨어져 임신될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갈수록 느는 난임…난임 시술이 출산율 높여

난임 인구는 해마다 증가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2년 우리나라는 7쌍의 부부 중 1쌍(13.5%)이 자연임신이 어려운 난임으로 추정했다. 2014년 전체 신생아의 4.4%인 1만9103명이 난임 시술로 태어났다. 시험관 아기나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가 해마다 급증하면서 지난 10년간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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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을 분석한 결과 매년 20만명 정도가 신규 난임 환자로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2013년 19만2457명에서 2015년 21만7905명으로 2년 만에 10% 가까이 늘었다.

난임 경험률은 초혼 연령이 늦을수록 높았다. 30대 후반에 결혼한 여성 4명 중 1명은 임신이 잘되지 않는 난임을 경험하고 있다. 20대 초반 부부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다. 초혼 연령이 35세 이상인 경우는 27.5%로, 30~34세 18.0%, 25~29세 13.1%, 24세 이하 9.5% 등과 큰 차이가 있다. 반복적인 유산을 경험하는 여성도 5000명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난임 치료 포기하는 부부도 속출

문제는 난임을 경험한 부부의 37.1%만 실제로 병원을 찾아 난임 진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 중에서도 59.9%만 난임 시술을 선택했다. 난임 시술을 받은 부부 중 시술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3분의 1을 조금 넘어선다. 34.4%가 시술 중단을 경험한다. 아예 난임 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난임 부부 중 63%와 중간에 시술을 포기한 부부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이들에게 개인적인 행복을 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술을 중단한 부부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어서'(41.0%) 견뎌내지를 못하고 있다. 사실 난임 시술은 여성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안겨주기 일쑤다. 수정 장애가 있는지, 나팔관이 막혔는지 등을 추적해보기 위한 나팔관 조영술을 받아야 하며, 수정에 문제가 없다면 자궁내막 검사 등을 거쳐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난포자극호르몬도 맞는다. 과배란을 유도해 난자를 많이 얻어 수정란을 많이 만들고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날짜와 시간을 맞춰 직접 배에 주사해야 하고, 몸에 부담이 되거나 복수가 차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 다니는 장영란 씨(32)는 "과다 배란 확률을 높이려고 주사를 맞고 약도 먹는데 난자를 채취하는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병원에 가야 해서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휴가가 필요하다"며 "시술 후 휴식도 취해야 하는데, 계속 휴가를 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아이식을 한 후에는 임신이 확인될 때까지 착상을 돕는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질정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시간을 맞춰 투약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체외수정의 성공률은 10~30%에 불과하다. 최근 의학 발전으로 그 과정이 쉬워졌다고 해도 결코 여성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다양하겠지만 남편들이 아내만큼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더욱 심하다. 하지만 실제 난임 치료에 있어 남성의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30%에 육박한다는 점을 보더라도 남성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해 보인다.

과거에는 난임의 원인을 오직 여성에게서만 찾았다. 하지만 난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것부터가 편견이다. 여성의 경우 대부분 배란 장애, 난관의 폐쇄, 자궁 기형을 원인으로 보고, 남성의 경우 정자의 운동성과 기형, 정관 폐쇄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 중요하지만 남성과 여성 둘 다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20%에 이른다.

난임 시술 전문병원 의사는 "전반적으로 난임의 원인으로 여성을 보는 시각도 문제"라며 "시술 과정의 육체적·정신적 아픔, 반복된 임신 실패로 인해 받는 상실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과 관심 부족

의학 기술의 발달로 난임을 극복하는 부부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난임에 대한 편견으로 고통받는 사람 수는 여전히 많다.

난임을 부부 중 어느 한 쪽의 잘못으로 여기는 주위 사람들 시선이 이들을 더욱 괴롭게 한다. 난임 부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정기적인 호르몬 주사나 난자, 정자의 채취 과정이 아닌 '임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지난해 정부 지원으로 난임 시술을 받은 사람은 5만여 명으로 전체 난임 진단자인 21만명의 23.2%에 불과했다. 소득에 따라 2인 가구 583만원 이하만 일정 한도 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서 순위에 밀리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오래했거나 맞벌이 부부처럼 소득이 많을 경우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 정부는 내년 말 난임 시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지만, 어디까지 보험을 적용할지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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