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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얼굴도 알았는데…무관심에 폭염버스 속 8시간 방치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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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결석 착각"…'부모에게 전화 한 통만 했더라면'

【광주=뉴시스】배동민 신대희 기자 = 어린이들의 잇단 통학버스 방치 사고는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의 무관심과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31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9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모 유치원의 25인승 통학버스에 8시간 넘게 방치돼 쓰러진 A(4)군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당일 오전 9시10분께 유치원 주차장에 도착한 버스에서는 인솔 교사 정모(28·여)씨의 손을 잡고 8명의 아이들이 내렸다.

A군을 포함해 모두 9명이 탔던 버스에서 8명만 내렸지만 인솔 교사는 이를 몰랐다. A군은 9명의 원생 중 가장 마지막인 오전 9시5분께 집 앞에서 버스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5분만에 도착한 유치원에서 가장 늦게 탔던 A군만 버스에 남겨졌지만 인솔 교사 정씨는 "버스 안으로 고개만 내밀어 인기척이 없는 것만 확인"한 뒤 교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더욱이 인솔 교사는 경찰에서 "A군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방학 둘째 날인 28일 A군이 다른 반 애들과 섞여서 칭얼대고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때문에 결석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원장 박모(51·여)씨도 "유치원 방학 기간 중 자율 등원 형태로 돌봄 교실을 운영하다보니, 신청을 해놓고 결석한 아이들에게 대해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실질적인 책임자인 인솔 교사와 원장 등이 조금만 더 아이들에게 신경을 썼더라면, 결석한 A군의 부모에게 전화 한 통만 걸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무관심이 부른 사고였다.

운전기사 임모(51)씨의 안전 불감증도 사태를 키웠다.

임씨는 버스를 운행한 뒤 차 안 앞부터 뒤까지 확인을 해야하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인솔교사가 승·하차 인원을 확인할 거라 생각했다"는 게 이유였다.

임씨는 운행을 마치고 유치원에서 30분 가량 세차를 한 뒤 인근 아파트 대로변에 차량을 주차했으며 8시간이 지나서야 하원 준비를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A군을 발견했다.

체온이 42도까지 오른 A군은 사흘째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당일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3도로 버스 내부에서는 살인적인 더위가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 3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무관심과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 오전 9시40분께 광주 북구 우산동 한 어린이집에서는 도착한 통학버스에서 잠이 들었던 B(5·여)양이 인솔 교사와 운전자의 무관심 때문에 2시간 가량 갇혀 있다 구조되기도 했다.

당시 인솔 교사는 '데리러 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만 남긴 채 점심 시간 무렵까지 버스 안에 B양을 방치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감추려고 CCTV 영상을 삭제해 적발되기도 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아니지만 지난 4월6일에는 광주 북구 오룡동의 모 특수학교에 도착한 통학버스에서 근육발달과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박모(7)군이 심정지 상태로 보조 교사에게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박군은 치료 68일 만인 지난달 12일 오전 10시58분께 숨졌다.

가족은 "교사가 10여 차례 시름과 울음 소리를 듣고도 아들을 36분간 방치했고, 교장은 안전 교육을 소홀히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학교 측은 "응급 조치와 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사들과 원장, 운전 기사가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안전 조치에 대한 경각심만 제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광주참교육학부모회 대표는 "교육자의 자질을 떠나 아이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면 통학버스에 갇히거나 응급 조치를 제 때 하지 못 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전 의식 개선과 교육 당국의 촘촘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 결과 지난해 광주 지역 유치원 교사과 보육 교직원이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신고는 11건이 접수됐다.

guggy@newsis.com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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