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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군 내 가혹행위 여전…장교가 여군 성추행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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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따르면 군 내 구타와 성추행 등 가혹행위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조선일보DB


국방부가 병영내 구타 및 가혹 행위를 근절하고 건전한 병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혁신 운동을 수년째 펼치고 있으나 병영 악습이 여전한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병사들에게 무전기로 전기충격을 가하고 공병삽과 장도리 등으로 폭행한 육군 모 부대 GP 부소초장 A 부사관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A 부사관은 지난해 90V 가량의 전압을 내는 무전기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병사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길이 60㎝, 두께 3㎝의 원통형 나무 막대로 병사들의 허벅지를 폭행하고 길이 1m의 공병삽과 길이 40㎝의 장도리로 한 병사의 척추 부분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A 부사관은 “업무와 관련해 병사들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폭행한 것”이라 주장했으나, 피해자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한 것이 10여 회가 넘고 심지어 얼굴이 못생겼다거나 그냥 때리고 싶다면서 폭행한 경우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육군 모 부대의 다른 부사관도 2014년 너트와 펜치, 몽둥이 등을 이용해 병사들을 폭행하고 한 병사의 고환을 손가락으로 쳐 추행했다. 이 부사관은 길이 50㎝의 장도리로 병사의 이마를 ‘쿵’ 소리가 나도록 10회 이상 가격했고, 가로 세로 각각 2.5㎝ 크기의 철제 너트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 이마에 멍이 들 정도로 가격했다. 공구용 펜치로는 엄지손가락에 멍이 들 정도로 누르기도 했다.

해당 부사관은 한 병사가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로 불러 자리에 앉게 한 다음 고환 부위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기도 했다. 군사법원은 고환 부위를 때린 것도 추행에 해당하기 에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작년 7월엔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에 근무한 B 병사가 후임인 C 일병을 ‘자면서 코를 곤다’는 이유로 괴롭혔다. 그는 후임의 베개를 주먹으로 치면서 욕설을 하고, 귀에다 대고 "으악"이라고 고성을 질러 잠을 깨웠다. 후임이 침낭으로 귀를 막자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 잠을 깨웠다고 한다.

B 병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C 일병이 병사 목욕탕에서 ‘목욕을 먼저 끝내고 나간다’는 이유로 그를 불러 허벅지에 소변을 보기도 했다.

2014년 여름과 겨울엔 공군 모 부대의 정비사 D 부사관이 부대 정비 차량을 운전하던 중 조수석에 앉아 있던 병사를 향해 “날씨가 덥다” 혹은 “춥다”고 트집을 잡으며 팔과 옆구리, 허벅지, 무릎 등을 수십 차례 때렸다. 이 부사관은 벌컨포를 점검하던 중 병사가 사소한 실수를 하자 욕설을 퍼붓고는 길이 20㎝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부분으로 병사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그는 한 병사에게 금연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병사가 '담배를 피운 지 오래돼서 끊기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하자 "내가 담배를 피워온 시간과 네가 담배를 피운 기간의 차이가 대략 1000일 정도이니 1000대만 맞자"라며 오른손 중지를 이마에 대고 40차례 튕기기도 했다.

또한, 다른 병사에게 연예인 성대 모사를 시켰다가, 반말을 들었다고 생각한 D 부사관은 머리를 7~8회 때렸다. 맞고 있던 병사가 항의하자, 욕을 하면서 "개념이 없네, 네 짬밥에 할 말이가? 군대에 놀러왔냐"며 추가로 머리를 9~10회 폭행했다.

군 내 성추행도 여전했다. 공군 모 부대에 근무하는 E 장교는 지난 2013년 2월 부하 여군을 성추행하다 적발됐다. E는 지상안테나를 정비하던 중 ID카드 뭉치를 빼내 부하 여군의 전투복 우측 상의 주머니에 넣었고, 다음 달에는 저녁 시간에 정비고 내에서 부하 여군이 건네준 껌을 씹은 뒤 그 껌 종이를 전투복 우측 상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해당 여군은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며 이 부대 다른 부사관을 찾아가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전투복 상의 주머니에 ID카드 뭉치와 껌 종이를 집어넣은 행위는 20대 미혼 여성이자 초급 간부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유형력(有形力·물리적 힘을 사용)의 행사"라며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여성의 가슴 부분에 대한 추행행위"라고 판결했다.

지난해엔 육군 모 부대의 F 병사가 생활관에서 TV를 보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후임병의 활동복 반바지와 팬티를 모두 벗기고 관물대 쪽으로 던졌다. 그는 관물대 앞에 던져진 팬티를 주워 입은 후임병에게 다가가 2~3회에 걸쳐서 계속 벗기려고 시도했다.

군사법원은 "여러 명이 있는 생활관에서 피해자의 엉덩이를 드러낸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유형력의 행사이자,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력적 행태에 의해 침해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손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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