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100년넘게 귀향 못하는 일제강탈 문화재 '이천오층석탑'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실업가 오쿠라가 반출해 도쿄 오쿠라호텔 뒤뜰에 세워놔

연합뉴스

일본이 반출한 이천오층석탑의 반환을 염원하는 표석이 경기 이천시청내 잔디밭에 세워져 있다.


(이천=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이천시청 청사 건물 옆 잔디밭에는 '이 자리는 이천 오층석탑이 놓일 자리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표석이 하나 서 있다.

일본이 강탈해 간 이천오층석탑의 귀향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이천시와 이천오층석탑 되찾기 범시민운동추진위원회(현재 환수위원회)가 2009년 5월 세웠다.

표석 뒤에는 이천오층석탑의 사진을 담은 액자가 석탑 대신 석탑이 돌아올 자리에 서 있다.

해외 반출 우리 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이천오층석탑의 환수운동이 먼 길을 가고 있다.

2008년 이천지역에서 환수위원회가 결성돼 석탑 환수운동이 시작됐지만, 석탑을 가져간 일본 오쿠라 문화재단의 미온적인 태도가 계속되면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천시와 석탑환수위원회는 2008년 환수위를 결성하고 난 뒤 일본 오쿠라 문화재단과 석탑 반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반환하겠다는 답변을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환수위 관계자는 "오쿠라 문화재단이 다른 문화재를 주면 석탑을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반환하지 않으려고 말도 안 되는 조건만 되풀이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천시와 환수위는 오쿠라 문화재단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오쿠라호텔이 호텔 재건축을 하면서 석탑 반환의 가능성은 점차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오쿠라 호텔 뒤뜰에 세워져 있던 석탑은 지난해 4월 호텔 재건축 공사로 인해 해체된 뒤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오쿠라 호텔은 2019년 새로 준공한 뒤 이천 오층석탑을 다시 호텔 내에 전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탑이 해체된 지금이 반환할 최적의 타이밍이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다시 신축 호텔 내에 전시되면 반환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천시민의 오층석탑 반환 운동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목을 받았던 7∼8년 전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정부 차원의 관심도 조금은 줄어든 상황이다.

이천오층석탑이 이천을 떠난 지는 올해로 101년이 됐다.

이천오층석탑은 고려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높이 6.48m의 방형석탑으로 균형미가 뛰어난 이천의 대표적인 석조문화재다.

이천향교 인근에 있던 오층석탑은 1915년 9월 10일 이후 같은 해 11월 30일까지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시정) 5년 된 날을 기념하는 '시정(施政) 5년 기념 공진회' 행사장 장식을 위해 경복궁으로 옮겨졌다.

이 탑은 결국 당시 문화재 수집광이자 일본의 저명한 실업가인 오쿠라 기하치로의 수중에 들어가 1918년 인천세관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했다.

이후 도쿄 시내 오쿠라호텔 뒤뜰에서 평양 율리사 터에서 반출한 같은 고려 시대 석탑인 팔각오층석탑과 함께 나란히 서 있게 됐다.

2003년 재일교포 김창진씨가 이천문화원에 석탑환수운동을 제의해 2008년 8월 환수위가 결성됐다.

이후 환수위와 이천시가 서명운동, 탑돌이 문화제 등을 통해 여론을 확산하면서 여러 차례 오쿠라재단과 반환 협상을 진행했으나 아직 환수 결정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2011년 3월 1일 동일본대지진 때 탑 기단부와 3층·4층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고, 4층·5층이 오른쪽으로 25㎝ 뒤틀린 것이 확인됐다.

당시 반환 여론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돌려받지 못했고, 오쿠라재단이 그해 12월 탑을 복구했다.

hedgeho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연합뉴스

1918년 일제 강점기때 일본에 반출돼 도쿄 오쿠라호텔 뒤뜰에 세워져 있던 이천오층석탑.



연합뉴스

2011년 동일본대지진때 파손된 채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뒤뜰에 세워져 있는 이천오층석탑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