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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취재파일] '콩나물 6인실' 없애는 게 능사?…환자 부담부터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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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담당 기자로서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받는 민원이 있습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6인실이 없어서 2인실로 일단 들어갔는데 가능한 빨리 6인실로 옮길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입니다.

부탁을 받는 저로서는 난감하기 마련입니다. 당장 옮겨드리고 싶지만 병원 측도 6인실 공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6인실로 옮기려면 앞서 입원한 환자가 퇴원해야 하기 때문에 수일~수주가 걸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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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실을 흔히 ‘콩나물 시루’에 비유합니다. 좁은 병실에 병상 6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실제로 병상간 거리를 재보니 1m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족이나 간병인이 환자 곁을 지키기까지 하면, 병실에 10명 넘게 상주하게되니 말소리는 물론 잠잘 때 숨소리와 코고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이런 불편함과 애로사항이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와 그 가족들은 6인실을 선호합니다. 4인실 이내 병실이 쾌적하고 넓어서 좋지만, 6인실을 선호하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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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상급종합병원 일반병동 6인실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이 1만원 정도지만, 4인실은 2만원 대로 두 배 이상 올라갑니다. 하루 이틀 입원하는 경우에는 4인실도 무방하지만, 장기 입원 환자나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는 병원비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암센터의 배성신 간호팀장은 6인실이 없어 3~4인실로 입원하는 환자는 십중팔구 6인실이 나는 대로 바로 옮겨달라고 간호사에게 신신당부한다며, 6인실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암 병동의 경우 환자들이 수술을 앞두고 불안한 상태에서 우울감이 찾아오는데, 같은 병실에 있는 환우들이 수술해서 회복하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말벗도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콩나물 시루 같지만 동병상련의 환자들이 서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면서 힘을 얻는 공간이 바로 6인실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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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6인실이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앞으로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병원은 6인실을 만들지 못하고 4인실 이내로만 짓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의료기관의 감염 예방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입원실과 중환자실의 시설 강화를 추진하게 된 겁니다.

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후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입니다. 개정안에는 병상간 거리가 1.5m를 충족해야 합니다. 현재는 병상간 거리 기준이 따로 없습니다. 병실 면적도 넓어지는데 1인실의 경우 기존 6.3제곱미터에서 10제곱미터로, 4인실은 환자 1인당 4.3제곱미터에서 7.5제곱미터로 상향 조정됩니다. 병상간 거리가 길어지고 병실도 60% 가량 넓어지니 지금보다 훨씬쾌적해 지는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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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강화되는 병실 기준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제 2의 메르스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6인실이 메르스 확산의 주범이었는지는 다시 한번 냉철히 분석해봐야 합니다. 병실의 상주 인원보다는 병원 및 병실에 아무 제지 없이 드나드는 외부인과 가족 등 한국의 특유한 병문안 관행과 의료진의 감염병에 대한 인식부족 등이 사태를 키운 주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서민들이 선호하는 6인실을 획일적으로 없애는 것보다는 병문안 문화를 바꾸고 병원 측의 감염병에 대한 관리 수준을 먼저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6인실을 그래도 없애야 한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의 입원비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보완 대책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관련 8시 뉴스] ▶ 5~6인실 사라지는 병원…환자 병실 비용 부담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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