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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혐혐' 메갈리아 논쟁…온라인 넘어 오프라인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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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게임개발사 '메갈리안 인증' 성우 교체…찬반 논쟁

메갈리아, 젠더이슈 공론화 긍정적·극단적 표현엔 반감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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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여성들은 왕자가 필요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

시작은 한 장의 티셔츠였다. 지난 18일 넥슨의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 김자연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위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리면서다. 이 티셔츠는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자신들의 계정을 삭제한 페이스북 코리아에 소송을 제기할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 '티셔츠 인증'이 논란이 되면서 넥슨과 게임 개발사는 다음날 김자연 성우를 교체했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거세지더니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퍼지는 모양새다.

메갈리아는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차별, 폭력, 혐오에 대해 똑같이 대응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디시 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됐다.

◇메갈리아가 뭔데…'여자 일베' 아냐?

지난해 여름 온라인에서 '메르스에 감연된 한국 여성이 홍콩행 비행기에서 격리 조치를 거부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에 일부 남성은 한국 여성을 국제적으로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며 비난했다.

루머가 거짓으로 밝혀지자 남성들이 역풍을 맞았다. 메르스 갤러리는 남성에 대한 비방글로 삽시간에 도배가 됐고, 얼마 뒤 폐쇄조치됐다. 이들은 '메갈리아(메르스 갤러리+이갈리아의 딸들)'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곳에서 남성에 대한 비판을 이어 나갔다.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일부 남성이 한국 여성을 '김치녀'라 비하하자 이들은 남성을 '김치남'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백인 남성이 한국 남성보다 우월하다며 '갓양남'이라고 불렀다. 이 역시 한국 여성을 비하하고 일본 여성의 우월성을 뜻하는 '스시녀'의 반대급부로 생긴 말이다.

메갈리아는 이처럼 일부 남성들의 여성 혐오를 거울에 비춰 돌려주는 전략(미러링)을 택했다. 이른바 '여혐혐',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게 이들의 정체성이다. 대중이 이들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의 대척점으로 보는 이유다.

활동 초기엔 여혐혐의 긍정적인 측면도 드러났다. 지난해 이들은 불법 성인 커뮤니티 소라넷에서 유통되던 몰래카메라를 반대하는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10만명을 목표로 아바즈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소라넷 문제를 공론화했다. 경찰은 소라넷 검거에 나섰고 사이트는 폐쇄됐다.

지난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여성혐오 살인 피해자를 추모하던 포스트잇과 인파도 메갈리아, 워마드 등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가 주축이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의 표현 방식이 과격하고 비정상적일지라도, 여성 인권에 대해 지속적이고 강한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등장한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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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김자연씨의 티셔츠 인증 글.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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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아니라지만…'반감' 느끼는 대중 고려해야

그러나 일베의 극단적인 문법을 똑같이 사용하는 메갈리아의 특성이 대중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일부 메갈리안은 욕설은 물론 남성 성기 사진을 무분별하게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K팝스타 시즌5 준우승자인 가수 안예은씨가 "나는 메갈리아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정의당은 넥슨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대중 반감을 의식해 철회까지 했다. 남녀를 떠나 메갈리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반증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수백명이 '나는 여성이지만, 메갈리아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게시글을 잇달아 남겨 "메갈리아는 전체 여성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메갈리아를 두고 여성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갈리아의 문법을 무조건 비판할 순 없지만, 대중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의 극단적 문법은 그동안 남성성이 강한 사회에서 눌리거나 치였던 여성들의 반발심리가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며 "사회구조적 측면을 간과한 채 표현 자체만 갖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럼에도 극단적 표현 방식이 되레 이들이 바라는 사회적 변화나 개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자신들을 향한 대중의 시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메갈리아가 앞으로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젠더 이슈를 사회에 던져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메갈리아의 극단적인 논법이 이미 변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메갈리아의 원형은 거의 사라졌다"며 "단기적으로 페미니즘을 알리는 효과는 있었지만 공격적인 문법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갈리아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여성혐오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가 있을 수 있었다고 본다"며 "대중들의 반감에도 페미니스트들이 메갈리아를 버릴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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