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IF] 달리기 1등은 치타, 역도 챔피언은 코끼리, 높이뛰기 스타는 퓨마… 인간은 오래달리기 金메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6 리우 올림픽에 동물 대표 선수들 초대한다면…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6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31번째 여름 올림픽으로, 남미에서 처음 열린다. 100년이 넘는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수많은 종목이 명멸(明滅)했지만 변치 않는 것은 '인간 신체 능력의 강함을 겨룬다'는 절대적 원칙이다. 역도 우승자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육상 100m 달리기 금메달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호칭을 받는다. 이들의 기록은 인간의 강함을 표현하는 척도(尺度)가 된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이런 인간의 대결을 우습게 여기는 존재가 얼마든지 있다. 바로 동물이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동물의 능력은 인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나다. 인간이 불과 도구를 사용하고 머리가 커진 것은 신체적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인간의 올림픽에 동물 대표들을 초청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 대표는 메달을 단 하나라도 거머쥘 수 있을까. 각 종목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챔피언은 누구일까.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치타 절반도 못 가는 볼트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도 우사인 볼트 이름 정도는 안다. 리우올림픽에서 3회 연속 3관왕에 도전하는 볼트가 2009년 세운 100m 달리기 세계기록은 9.58초. 200m 달리기도 19.19초로 역사상 가장 빠르다. 하지만 달리기 좀 한다는 동물과 함께라면 볼트는 1차 예선도 통과하기 어렵다. 같은 출발선에서 100m 달리기를 시작하면 육상 동물 중에서 가장 빠른 치타가 결승점을 통과할 때 볼트는 출발선에서 고작 38.87m 지점을 지나가게 된다.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거리이다. 사자도 70.17m로 멀찌감치 앞서 가고, 가젤은 85.19m로 볼트보다 배 이상 빠르다.

치타는 웬만한 고속도로에서도 제한속도를 지키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최대 시속이 115㎞에 이른다.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이 2012년 8월 치타 암컷의 달리기 속도를 재 보니 100m를 5.95초에 뛰었다. 볼트는 평균 시속 35㎞ 정도로 뛰고, 최고 44.72㎞에 불과하다.

온몸을 웅크렸다가 한껏 뻗으며 달려 나가는 치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보폭이다. 치타는 한 번 발을 뗄 때마다 6~7m를 움직인다. 유연한 척추와 중심을 잡아주는 꼬리 덕분에 가능한 움직임이다. 단단한 발톱은 거친 땅에서 도약력을 얻을 수 있도록 잡아주는 스파이크 역할을 한다. 치타를 비롯한 고양잇과(科) 동물은 몸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바람 영향도 적게 받는다. 비슷한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 가장 큰 심장도 속도의 원동력이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치타의 움직임을 모방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로봇 치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의 김상배 교수 연구팀이 각각 만들어낸 로봇 치타는 척추를 구부렸다 폈다 반복하면서 속도를 낸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최고 시속이 40㎞로 웬만한 일반인들의 달리기보다 빠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육체적 한계를 '퍼펙션 포인트(perfection point)'라고 한다. 그렇다면 100m 달리기에서 인간의 퍼펙션 포인트는 얼마일까.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100m 달리기 세계기록은 계속 바뀌었다. 인간이 점점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10초 벽이 깨졌고, 이후에도 기록은 줄어들고 있다. 2008년까지는 주로 9.44초를 인간의 한계로 보았다. 100m를 열 구간으로 나눠 당시까지 각 구간 최고 기록을 조합한 결과였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100m 달리기에서 출발부터 결승선까지를 완벽하게 뛰기는 어렵다. 세계기록은 볼트가 가지고 있지만 출발과 초반 달리기에서 볼트보다 뛰어난 선수도 많다.

하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최소한 8초대 후반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구간별 최고 기록이 점점 좋아지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는 언젠가 인간이 100m를 5~6초대에 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 텍사스 서던페소디스트대 연구팀은 초고속 러닝머신을 이용해 달리기 선수의 근육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달리기 과정에서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을 줄이면 훨씬 더 빠르게 뛸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발을 땅에서 빨리 떼기 위해서 필요한 근육의 수축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인 치타를 제외하고도 인간보다 빠른 동물은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토끼는 100m를 5.58초에 뛴다. 강력한 뒷다리의 힘과 폴더처럼 접히는 척추의 유연성을 이용, 먼 거리를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다. 몸길이는 50~60㎝ 정도지만 보폭은 3m에 이른다. 심지어 아프리카코끼리조차 인간과 비슷한 시속 40㎞로 뛸 수 있다. 물론 5t에 이르는 몸무게를 자랑하는 코끼리가 지축을 울리며 돌진해 온다면 위압감은 사람과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번외 경기로 느리게 달리기 종목을 만든다면 우승은 나무늘보가 확실시된다. 나무늘보는 땅에서 시속 0.1㎞로 움직인다. 느림의 대명사 거북(0.8㎞)의 8분의 1에 불과한 속도이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품벌레는 높이뛰기 챔피언

다른 육상 종목은 어떨까. 높이뛰기와 멀리뛰기는 기록이 좀처럼 깨지지 않는 대표적 종목이다. 멀리뛰기 세계기록은 미국의 마이크 파월이 1991년 세운 8.95m다. 무려 25년이나 됐다. 눈표범은 한 번에 15.25m를 뛴다. 인간의 삼단뛰기 기록인 18.29m에 육박하는 거리이다. 임팔라 역시 대표적 멀리뛰기 선수이다. 12m가량을 한 발에 움직인다. 멀리뛰기에 몸무게와 크기를 따진 체급이 있다면 다람쥐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유럽다람쥐는 한 번에 6m를 나는 듯이 뛸 수 있는데, 이를 몸 크기 비율로 따지면 사람이 한 번에 56m를 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높이뛰기 기록은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이어가 1993년 수립한 2.45m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높이뛰기 기록을 사람처럼 재기란 쉽지 않다. 동물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 능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퓨마를 최고의 높이뛰기 선수로 본다. 퓨마는 한 번에 6m를 뛰어오른다. 퓨마는 나무를 오르내리며 생활하면서 높이뛰기에 최적화된 몸을 갖게 됐다. 사슴의 사촌인 클립 스프링거 역시 험준한 산악 지대를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8m 이상을 뛰어넘었다는 기록도 있다. 사람의 3배를 뛰는 셈이다. 말은 2~2.5m 정도로 사람과 비슷하고, 개는 3.5m로 사람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벼룩은 몸길이가 3.3㎜에 불과하지만 33㎝를 뛴다. 벼룩이 사람 크기라면 150m 이상을 뛰어오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벼룩은 곤충 세계에서조차 챔피언이 아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몸길이가 6㎜인 거품벌레가 벼룩의 두 배에 이르는 70㎝를 뛰어오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거품벌레의 몸무게가 60배나 무겁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챔피언은 거품벌레라는 것이다. 거품벌레는 정원의 나뭇잎에서 수액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로, 전 세계적으로 흔하다. 거품벌레는 평소에 질질 끌고 다니는 뒷다리 한 쌍을 마치 장대높이뛰기의 장대처럼 활용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간다. 높이뛰기를 할 때면 이 다리 한 쌍을 중심으로 모든 근육이 모여 힘이 응축되고 한꺼번에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몸을 새총처럼 쏘아낸다. 연구팀은 "1000분의 1초 안에 초속 4㎞에 이르는 가속도가 붙는 수준"이라며 "자기 몸무게의 400배에 이르는 중력이 순간적으로 가해지지만 이를 견뎌내는 튼튼한 몸 구조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몸무게의 5~6배 정도가 한계이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속 7㎞ 펠프스, 100㎞ 넘는 돛새치

올림픽 종목 중 인간의 능력이 가장 보잘것없는 분야는 금메달이 46개나 걸려 있는 수영이다. 인간의 몸은 수영에 적합하지 않다. 물 위에서 뜨는 힘인 부력(浮力)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손발을 끊임없이 움직여야 살 수 있다. 일정 시간 이상 물속에 머무를 수도 없다. 물속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물고기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마이클 펠프스나 박태환 같은 세계적 선수의 수영 속도는 시속 7㎞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가장 빠른 물고기인 돛새치는 시속 100~110㎞ 수준이다. 펠프스가 접영으로 100m를 가려면 49.82초가 걸리지만, 돛새치는 3.29초면 된다. 등에 있는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로 물살을 갈라 저항을 줄이고, 온몸을 좌우로 번갈아 비틀면서 추진력을 얻는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돛새치의 비트는 힘은 원래 근육이 가지고 있는 힘의 3배에 이르는 추진력을 얻도록 해준다. 황새치는 시속 90~100㎞이다. 고래 종류도 커다란 덩치와는 달리 물속에서 민첩하게 움직인다. 범고래는 시속 55~60㎞, 돌고래는 25~28㎞로 움직인다.

속도가 아닌 아름다움을 겨루는 다이빙에서는 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올림픽 다이빙 경기는 최고 10m 높이에서 겨룬다. 하지만 부비새 종류는 40m 상공을 돌다가 물속의 표적을 정한 뒤 일직선으로 떨어져 완벽한 자세로 입수한다.

무거운 바벨을 드는 역도 분야에서는 인간 챔피언이 비교적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후세인 레자자데는 2004년 263㎏을 들어 올리면서 12년째 인류 최강의 역사(力士) 위치를 지키고 있다. 지상에서 가장 힘이 센 동물인 아프리카코끼리는 300~500㎏을 코로 말아 올리고, 최대 800㎏을 끌 수 있다. 영장류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고릴라가 500㎏을 들어 올렸다는 기록도 있다. 물론 이들조차 체급별 경기에서는 개미를 당하기 어렵다. 인간은 자기 몸무게의 최대 1.8배를 들어 올릴 수 있고 2배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미는 자기 몸무게의 50배 이상을 들고, 일부 종은 100배를 들기도 한다.

규칙을 지킬 수 있다면 격투기 종목에서도 동물이 인간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도의 최강자는 사슴벌레가 꼽힌다. 사슴벌레에게 유도와 같은 힘겨루기는 곧 생존 경쟁이다. 사슴벌레 수컷은 커다란 아래턱을 지렛대처럼 사용해 싸우는데, 유도의 메치기처럼 상대방을 넘기는 쪽이 암컷을 차지할 수 있다. 복싱이나 태권도 같은 격투기 종목에서는 사마귀가 단연 돋보인다. 사마귀는 전형적 싸움꾼이다. 가시가 달린 앞발은 항상 앞으로 뻗을 수 있도록 준비돼 있고, 발을 내뻗을 때 속도는 날아가는 파리를 단번에 떨어뜨릴 정도로 빠르다. 싸우는 와중에도 가운뎃다리가 균형을 잡아줘, 안정적 전투가 가능하다. 사람끼리 하는 격투기 종목에서도 균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난도가 높은 기술로 꼽히는 태권도의 뒤돌려차기는 얼굴·가슴·배·팔·다리 등 온몸에 있는 근육 300개의 움직임이 한 동작에 녹아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릎을 적절하게 굽히고 펴는 동작이 병행돼야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오래달리기의 제왕

그렇다면 인간은 순수하게 신체 능력을 겨루는 모든 종목에서 동물을 이길 수 없는 것일까. 규칙이 복잡하거나 공이나 기구를 사용하는 종목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금메달이 유력시되는 종목이 있다. 바로 장거리 달리기이다. 동물 대부분의 움직임은 '생존'이 가장 우선이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타는 최고 속도를 600m 이상 유지하지 못한다. 장거리 달리기의 제왕으로 여겨지는 말은 10~15분 이상 달리면 속도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먹잇감을 끈질기게 쫓는 것으로 유명한 늑대나 하이에나는 몇 시간 이상 달리지만 20~30㎞ 정도가 한계이다. 동물은 평소와 다른 달리기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체온과 호흡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인간의 몸은 장거리 달리기에 최적화돼 있다. 다리가 신체에 비해 길고, 발달한 엉덩이 근육이 상체를 곧게 펴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에서 인간을 이길 동물은 거의 없다. 특히 인간은 더 멀리, 오래 달릴수록 유리하다. 그리스의 울트라마라톤 세계 챔피언 야니스 쿠로스는 11시간 46분 동안 160㎞를 달렸다. 24시간 동안 290.221㎞, 48시간 동안 433.095㎞가 울트라마라톤 세계기록이다. 영국 웨일스에서 1980년부터 매년 열리는 말과 사람의 35㎞ 마라톤 경주에서는 실제로 2004년과 2007년 사람이 말을 꺾기도 했다.

[박건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