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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괴물' 10년... 영화계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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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괴물'은 미국 의존적인 정부 등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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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네 번째로 탄생한 1,000만 영화이고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 4위에 올라 있는 작품. 특별하지만 그렇다고 매우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수치로 수식되는 이 영화는 한때 한국영화 흥행을 상징했다. 8년 동안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자리를 지키는 등 여러 흥행 기록을 지니고 있었다. 한국형 여름 블록버스터의 시초였고,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영화계 만성질환을 유발한 영화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한국영화계에 강한 빛과 짙은 그림자를 남긴 ‘괴물’(감독 봉준호)이 지난 27일 개봉 10주년을 맞았다.

극장가 여름 대전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

2006년 여름 극장가는 ‘괴물’의 놀이터였다. 개봉일 최다 관객과 1일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집어삼켰고, 최단 기간(21일)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한강에 나타난 거대한 몸집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한 가족의 모습을 묘사한 ‘괴물’은 최종적으로 1,301만9,740명을 모았다. 선배 1,000만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를 넘어선 기록이었다.

‘괴물’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영화 산업화의 산물이었다. 대기업 자본이 자리를 잡으면서 충무로 제작 과정이 체계화됐고, 제작비가 상승했다. 2000년대 중반 무렵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됐다. 극장 표준으로 자리잡은 멀티플렉스가 ‘괴물’과 관객들이 빠르게 만나게 하는 고속도로 역할을 했다.

‘괴물’의 흥행 성공은 극장가 대목을 바꿔놓았다. 여름 휴가철이 전통의 대목 명절과 크리스마스를 밀어내고 극장가 가장 큰 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여름 블록버스터가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흥행대전을 펼치는 계기도 됐다. 2007년 ‘디워’와 ‘화려한 휴가’,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9년 ‘해운대’와 ‘국가대표’, 2010년 ‘아저씨’, 2011년 ‘최종병기 활’, 2012년 ‘도둑들’, 2013년 ‘설국열차’, 2014년 ‘명량’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5년 ‘베테랑’과 ‘암살’이 그 후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괴물’은 비평과 흥행에서 두루 성공한 한국영화의 금자탑”이라며 “한국영화의 상업적 지속성을 가능하게 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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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 시대 개막 알려

‘괴물’은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부정적인 유산도 남겼다. ‘괴물’은 당시 전국 전체 스크린(1,684개)의 38%인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태풍’이 가지고 있던 기존 개봉 최다 스크린 수(540개)를 가볍게 넘는 수치였다. ‘괴물’은 상영 중 최대 647개 스크린을 가져가기도 했고, 영화 전체 일일 상영 횟수 중 최대 43.8%를 차지한 적도 있다.

‘괴물’의 스크린 독과점은 비판과 반발을 불렀다. 국내 예술영화계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기덕 감독은 국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괴물의 흥행은 한국영화 수준과 관객 수준이 만나 만들어 낸 최정점의 결과물”이라고 말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확대시켰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독과점은 극장가에 고착했다. 올 여름 흥행 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행’의 경우 1,570개(전체의 33%) 스크린에서 개봉해 최대 1,773개(35.3%)에서 상영됐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괴물’은 봉준호 감독 작품이라는 이유로 당시 상한선으로 여겨지던 수치를 넘는 스크린 수를 확보했다”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심화시키는 단초가 됐다”고 평가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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