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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위안부 문제에 ‘도덕적 우위’ 운운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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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또, 아비루인가!’

<산케이신문>의 아비루 루이 논설위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산케이에서 역사 수정주의를 주도해 온 인물이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고노 담화에 대한 산케이의 공격이나 ‘역사전쟁’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이어지는 집요한 기획들이 그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그런 아비루가 지난 28일 기명 칼럼에서 “한국에 빨리 10억엔을 줘 버리는 게 낫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론,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12·28 합의)에 도움이 되리란 배려 때문이 아니다. 일본이 돈을 출연하고 나면 그동안 한-일간 정치문제였던 위안부 문제가 “한국 국내문제”가 되고, “나중엔 (소녀상 이전과 관련된) 한국 쪽의 합의 불이행을 공격하며 ‘도덕적 우위’에 선 외교를 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도덕적 우위라…. 살면서 별 애길 다 듣는구나.’ <산케이> 기자들에겐 미안하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이 신문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 먹었다.

한겨레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만하고 일방적인 ’화해와 치유재단‘ 설립 강행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 에 참석해 눈물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그런데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도 ‘도덕적 우위’라는 똑같은 표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외무성 관계자’발이었다. 취지는 비슷하다. “한국이 소녀상을 이전하기 전에 (일본이) 자금을 낸다면 (한국에 대해) ‘도덕적 우위’의 입장에 설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한국과 일본이란 국가의 틀을 넘어 12·28 합의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을 백지 철회하는 대신 합의의 정신을 살려 보완해 가자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목소리 높여 싸우고 싶은 마음도, 기력도 없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전시하 여성에게 가해졌던 씻을 수 없는 전쟁 범죄이며,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게 유엔(UN)의 여러 인권기관 등이 되풀이 해서 강조해 온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12·28 합의를 통해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책임’을 인정 받고 싶다는 할머니들의 염원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압박과 지금도 어쩔 수 없는 한-일의 국력 차이 때문이지, 할머니들이 어떤 무리하고 잘못된 요구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누구에게 ‘도덕적 우위’가 있을 리 없다. 일본으로부터 끝내 정당한 사과를 얻어내지 못한 할머니들의 헝클어진 마음과 그게 너무 미안해 어떻게든 뭔가를 더 해보려는 한국인들의 정리되지 않은 열정만이 남았을 뿐이다. 일본의 도덕적 우위. 그 천박한 표현 속에서 부인할 수 없는 일본 외교의 퇴행을 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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