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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코웨이 니켈 물 마신 우리 가족, 어떡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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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얼음정수기, 건강상 피해 의심 사례↑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지금도 아이 피부가 멀쩡한 날이 없어요."

지난 2014년 7월 임신 8개월째부터 코웨이 얼음 정수기를 사용했던 육아맘 유연희(가명, 34, 부산) 씨는 임신 9개월째 되는 날부터 태동이 줄었고, 태아의 맥박수가 불규칙해 응급상황에서 재왕절개를 했다.

유 씨는 "(최근 니켈 검출로 논란이 된 문제의) 정수기를 이용하기 전, 마지막으로 받은 정기검진, 정밀검사까지는 분명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무게 1.8kg으로 아이가 한 달 일찍 나왔다. 의사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조산에서 그치지 않았다. 출산 후에도 해당 정수기를 꾸준히 사용한 유 씨는 "니켈 중독시 조산 위험뿐만 아니라 피부병 등이 있다고 들었다. 태어난 아기의 엉덩이와 생식기 부위는 멀쩡한 날이 없다. 기저귀를 바꿔 봐도 변화가 없고 물집, 고름이 생겨 약을 바르는 게 무한 반복"이라며 "아기가 밤새 못 자고 긁어서 가족들도 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중금속 든 정수기 때문인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남 천안의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내과 전문의 이자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 촉구 카페' 부매니저로 활동하는 이송주 의사는 이 사례에 대해 "물 속에서 이온화된 니켈은 태반으로 전달된다. 정수기 얼음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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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엉덩이에 일어난 반점과 고름들. ⓒ유연희(가명)


중금속 니켈이 검출된 코웨이 얼음정수기로 인한 피해 의심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 1년 동안 자사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숨긴 채, 문제 제품 8만 7000여 대의 부품을 교환 조치해왔다. 하지만 7월 초 이 사실이 발각되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크게 샀고, '제2의 옥시'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결국 코웨이는 지난 6일 "니켈이 검출된 문제의 얼음정수기 3종 모델에 대해서는 최신 제품으로 교체해주고, 소비자가 해약을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해지 신청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니켈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의심하며, 코웨이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가족 모두 피부질환, "정수기 사용기간과 일치"

중금속 니켈이 검출된 정수기의 모델은 'CHPI-380N/CPI-380N', 'CHPCI-430N', 'CPSI-379N' 등 총 3가지. 이 모델을 이용한 소비자들은 피부질환부터 물혹, 조산, 장염 등 각종 피해를 의심하고 있다.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 촉구 카페'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수기 사용기간 동안 발생한 질환 및 진단받은 질병' 설문조사에 따르면 26일 기준 회원 390명 중 ▲47.83%가 '피부질환'(가려움증, 두드러기, 발진, 탈모, 피부염 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23.2%가 '호흡기 질환'(만성기침, 천식, 비염)을 ▲15.8%가 '소화기 질환'(위장장애, 위염, 장염)을 ▲9.6% '자가면역질환'을 경험했다. 심지어 ▲'유산 및 조산'을 경험한 피해자(3.3%)도 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아이디 ha60****는 "막내 두드러기가 작년부터 최고조에 이르러 병원 약을 한참 먹였다. 남편도 '습진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정수기 코드를 뽑고 나니 거짓말처럼 증상이 없어졌다"며 "온 가족이 피부병으로 고생했던 시기가 정수기를 사용했던 20개월과 딱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2년 동안 해당 정수기를 이용했던 두 아이 아빠 vmfm****는 "아들, 딸 둘 다 입안에 궤양이 생기고, 복통, 장염이 자주 왔다. 저 또한 위, 장에 문제가 생겨 약을 먹고, 내시경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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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카페'에 게시된 피해 아동들의 피부질환 사진.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카페 게시판 갈무리


이송주 의사는 "'정수기 물을 먹는 1년 동안 유산을 두 번 경험했다'는 여성도 있었다"며 니켈과 유산과의 관계가 있다고 딱 말은 하지 못 하겠지만, 관련성이 없진 않다. 유산한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해당 정수기를 사용한 소비자들은 우울감, 통증, 암 등 정수기로 인한 피해를 의심하고 있다.

1년 6개월 정도 해당 정수기를 이용했던 mira****은 "6살 딸은 자주 '가슴이 찌릿하다'고 했지만, 엑스레이 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보리차를 끓여먹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에 3~4번 얘기했던 가슴 통증 얘기는 쏙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또한 밖에서나 집에서나 해당 정수기 물을 마셨다는 남철호(가명, 36, 여주) 씨는 "올해 1월 서울 아산병원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고, 대장절제 수술을 받았다. 의사가 '병의 원인을 모른다'고 하던 중 코웨이 논란 기사를 봤다"며 "피부 질환으로도 치료를 오랫동안 받았다. 정말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질환을 의심하다 직접 니켈 중독 검사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 piha****는 "지난 20일 정수기 코디가 다녀간 후 걱정되고 찜찜해 니켈 검사를 받았는데 중2 딸은 53.2ug/L, 고3 아들은 28.7ug/L, 나는 52.4ug/L, 남편은 17.2ug/L로 나왔다"며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아들도 걱정이고, 니켈 중독은 불임까지 된다는 데 걱정"이라고 전했다. 정상인의 니켈 수치는 '5ug/L'로, 이 가족은 정상인보다 최대 10배 가까이 니켈이 검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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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정수기를 사용한 5살 남아의 니켈 수치 검사 결과 보고서. 정상인보다 5배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카페 게시판 갈무리


◇ "니켈, 생식기에 독성 미쳐"

인체에 있어 니켈의 유해성을 보고하는 연구와 논문은 적지 않다.

먼저 '발암성 금속과 후성유전: 니켈, 비소, 크롬의 영향 이해'(Carcinogenic metals and the epigenome: understanding the effect of nickel, arsenic, and chromium, Chervona Y, 2012)는 니켈이 심혈관 질환, 신경학적 후유증, 아동 발달 장애, 고혈압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제언한 한편, '수은, 니켈 알레르기: 피로와 자가면역의 위험 요인'(Mercury and nickel allergy: risk factors in fatigue and autoimmunity, Sterzl I, 1999)은 수은, 니켈이 만성 피로 증후군, 섬유 근육통, 알 수 없는 원인의 신경계 증상 유발 등과 관련 있다고 제언했다.

또 '니켈, 건강상 부작용과 산화스트레스'(Nickel, its adverse health effects & oxidative stress, Das KK, 2008)을 살펴보면 니켈은 간과 신장에 독성을 미친다.

'니켈의 생식 독성'(Reproductive toxicology of nickel, Forgacs Z, 2012)과 '생식과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금속이온'(Metal ions affecting reproduction and development, Apostoli P, 2011)은 니켈 음용이 생식 기능에 독성을 미치고, 불임, 유산, 기형아 출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미국립독성연구소(NTP), 국제암연구센터(IARC), 미국 독성 물질 질병등록국(ATSDR) 등은 니켈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고, 특히 '카드뮴, 니켈이 에스트로겐 수용체 활성화 및 유방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 메탈로에스트로겐(금속여성호르몬)으로 작용하고 있는가?'(The role of cadmium and nickel in estrogen receptor signaling and breast cancer: metalloestrogens or not?, Aquino NB, 2012)는 니켈을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잘 결합해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물질로 봤다.

이 밖에도 ▲2007년 WHO(세계보건기구)의 'Nickel in Drinking-water'를 비롯해 ▲'교정 장치 부식의 위험성'(Corrosion of orthodontic appliances-should we care?, House K, 2008) ▲'니켈 알레르기, 식사와의 관계'(Relationship between nickel allergy and diet, Sharma AshimavDeb, 2007) 등 다수의 보고서가 니켈의 위험성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니켈의 ▲용량 ▲노출 기간 ▲흡입, 음용 등 '노출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유해성의 정도는 다르다.

이와 관련, 코웨이는 지난 3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미국 환경 보호청(EPA) HAL(Health advisory level) 기준 니켈은 하루 0.5mg으로 제시돼 있으며, 이는 체중 10킬로그램(kg)의 영유아가 매일 1L씩 7년간 섭취해도 건강상 유해하지 않은 수준의 농도"라고 해명했다. 이어 "식품이나 음용수로 니켈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송주 의사는 "니켈이 몸에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은 금속 형태일 때다. 물에 녹은 니켈을 섭취했을 때는 체내 흡수율이 훨씬 높아진다. 공복에 마실 경우 40배가량 흡수율이 높아진다"며 "정수기 속 니켈이 물에 용출됐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정도까지의 피해가 나오긴 어렵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니켈을 물로 마셨을 때의 위험성이 밝혀진 보고는 많다"고 반박했다.

또한 "임산부, 수유부, 철분이 부족한 사람은 니켈을 음용했을 때 흡수율이 올라가고 특히 어릴수록, 신장 기능이 나쁠수록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문 결과도 있다"며 "니켈에 대한 반응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한 섭취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니켈의 많은 위험성 때문에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 대학 'Bibudhendra Sarkar' 팀은 'Environmental Health' 학술지를 통해 "니켈의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WHO가 지정한 니켈 기준치 70 μg/L를 20μg/L로 낮춰야 한다"고 긴급 제언한 바 있다. 영국은 이미 20ug/L로 음용수를 관리하고 있다.

◇ "코웨이, 연락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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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정수기의 정수조에서 뜬 물을 확대한 사진. 부품을 교체한 후에도 물에는 여전히 검은 색 금속 물질이 떠다니고 있다. ⓒ박현정


피해자들은 건강상 피해로 인한 분노도 크지만 코웨이의 안일한 대응에 더 뿔이 난 상태다. 소비자마다 각기 다른 주먹구구식 보상 처리를 하고 있는 데다가, 건강상 피해에 대한 부분은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기 때문.

코웨이 정수기를 10년 동안 이용한 박현정 '코웨이 중금속 정수기 피해자 대책 모임'(Goaway Coway) 카페 매니저는 "코웨이는 사건 터진 후 언론 플레이만 하고, 실제로 매뉴얼대로 하는 게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보상 처리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나오는 소비자들, 아는 소비자들에게는 '다 해주겠다'고 하면서 모르는 소비자들에게는 환불도 안 해주고 기계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고 질타했다.

아이디 bkb4****는 "코웨이의 전화도 없고, 문자도 없다. 제대로 된 피해 보상, 사과받을 때까지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보고 있다"며 "몰래 교묘히 넘어가려고 했던 기업인지라 온갖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벗어나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항암치료를 받았던 피해자 남철호 씨는 "피부 질환, 암 등 피해를 코웨이 측에 항의했지만, '자문단을 통해 답변 주겠다'는 메일만 왔을 뿐 그 후 2~3주 연락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정수기 문제가 불거진 직후 '코웨이 중금속 얼음정수기 피해자 보상촉구카페', 네이버 밴드 '코웨이 피해 대책 모임' 등을 꾸리고 코웨이에 맞서고 있다. 엄원식 코웨이피해소송모임 대표는 26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에 코웨이 피해자 160명을 대표해 16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접수했다.

엄 대표는 "코웨이는 일방적으로 '이상이 없다'며 환불을 해주고 끝내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고, 코웨이 관련자들 처벌을 원하고 있다. 차후 치료비 보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코웨이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 소송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고객분들의 불안과 우려를 조속히 덜어 들이기 위해 건강상 피해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판단해줄 전문가 자문단을 꾸리려 한다. 차후 정수기로 인한 건강상 피해가 명확해지면 한 분 한 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전했다.

◇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 이뤄져야"

전문가와 환경 운동가, 피해자들은 코웨이의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니켈 음용의 유해성이 정부 차원에서 조사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엄원식 코웨이피해소송모임 대표는 "이번 기회로 니켈의 위험성이 조사되고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정 '코웨이 중금속 정수기 피해자 대책 모임' 카페 매니저는 "그런 기업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정부가 문제"라며 "대대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오늘부터 내가 코웨이 정수기 물을 안 마신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딜 가든 코웨이 정수기가 있다. 접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심재은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도금에서 벗겨진 니켈이 얼음과 물을 통해 인체에 흡수됐을 경우 어느 정도 발암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안전성을 확인하지 못한 중금속을 소비자에게 선물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송주 의사는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를 요구하며 니켈과 건강상의 피해 관계 조사를 세계보건기구(WHO)에 요청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이 아니어서 역학조사를 못 한다'고 하고, 환경부는 '니켈 검출 부품이 얼음과 관련된 부분이지 물과 관련된 부분이 아니라서 관할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 의사는 "코웨이가 부품을 교체하면 왜 교체하는지 소비자에게 팩트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들 중에는 피해 입은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정부의 역학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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