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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北, 또 대남 지령용 '난수방송'…14일만에 같은 내용 재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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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목소리·방송직전 경음악 등 내용과 형식 모두 동일

통일부 "구태의연한 행태 지양하라" 비판…"北 올들어 3차례 난수방송 파악"

"긴장 조성 위한 교란용" vs "남파 공작원이 재방송 요청 가능성"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북한이 지난 15일 평양방송을 통해 내보낸 남파 공작원 지령용 난수(亂數) 방송을 14일 만에 같은 시간에 다시 내보냈다.

북한 평양방송은 29일 정규 보도를 마친 0시 45분(한국시간 오전 1시15분)부터 12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이는 평양방송이 지난 15일 내보낸 난수 방송과 똑같은 시간과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난수 방송 직전에 경음악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내보낸 것도 모두 지난 15일과 같다.

이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빨리 지양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과거 대외용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께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곤 했다. 15분 정도 낭독한 뒤 다시 한 번 더 읽어주는 방식이었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 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 만인 올해 이를 재개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8일 "북한이 올해 5월부터 난수 방송을 한 것으로 안다"며 "그 외 (관계기관에서) 포착하지 못한 난수 방송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통일부가 파악한 북한의 난수 방송 사례는 6월 24일과 7월 15일, 이날까지 포함해 모두 세 차례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달 24일 내보낸 난수 방송은 지난 15일과 이날 내보낸 것과 내용이 다르고 시간도 짧다"고 전했다.

북한의 난수 방송 재개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암약하는 공작원들의 해독 훈련을 위한 것이거나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교란·기만용이라는 시각과 실제로 공작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난수 방송은 보안상 위험 때문에 간첩들 사이에서 더는 사용되지 않는다"며 "북한의 난수 방송 재개는 대남공작 활동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메시지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남파 간첩을 운용하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반면 열린북한방송 대표를 지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이 난수방송을 재방송한 것은 이 난수방송이 심리전이 아니라는 증거"라면서 "심리전이라면 굳이 똑같은 내용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하 의원은 이어 북한이 난수방송을 다음날 재방송하지 않고 14일 만에 재방한 데 대해 "남파될 때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거나 한 번 더 반복해달라는 요청을 공작원이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난수방송 재개는 북한의 대남공작이 더 공세적으로 된 것이므로 우리 정보 당국은 더욱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 당국은 남파 공작원들이 실제 난수 방송을 통해 지령을 받아 탈북 인사 암살이나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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