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AR·VR 유행 좇다간 3D TV처럼 큰코 다칠 것"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특수효과 전문가 노준용 KAIST 교수 "중장기적 계획없인 '팔로어의 함정'에 빠질 위험 커“]

머니투데이

노준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들이 최근 탐내는 캐스팅 1순위 인물이 있다. 노준용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가 바로 그다. 노 교수는 극장상영의 패러다임을 바꾼 ‘스크린 엑스(ScreenX)’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계적인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다. 극장 3면에 걸쳐 영상을 펼쳐 보이는 스크린 엑스 방식은 극대화된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히말라야’, ‘검은 사제들’, ‘차이나타운’ 등의 작품에 사용됐다.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건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대학원을 졸업한 2000년대 초반, 시각특수효과 전문회사인 리듬 앤드 휴즈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이곳에서 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얼굴 표정을 자동으로 구현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 ‘가필드’(2004년)의 고양이 가필드(빌 머레이)의 움직임을 완성했다. 노 교수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할리우드 작품의 CG 작업을 맡아왔다. ‘80일간의 세계 일주’(2004),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2005), ‘수퍼맨 리턴즈’(2006) 등에선 군중의 움직임과 3차원(D) 배경 지형을 만드는 프로그래밍 작업에 참여했다.

머니투데이

노준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br>


이후 노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2006년 KAIST 교수로 변신했다. 그는 대학에서 비주얼 미디어 랩을 총괄하면서 10년 간 국내 CG 산업 육성과 후진 양성에 힘썼다. 노 교수는 그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영상 산업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을 몇 가지 소개했다.

그는 먼저 "최근 주목받는 VR(가상현실)·AR(홀로그램)등의 신기술은 중장기 계획없이 성급하게 움직여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3차원(D) TV 때처럼 또한번 '팔로우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이 VR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다고 하니 다들 이게 대세라고 생각했죠. 우리나라 영상산업 전체가 VR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우리 산업계가 너무 트렌드만 쫓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됩니다. 시들해진 3D TV가 딱 그런 경우죠. 이제 삼성과 LG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잖아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일으킬 수 있는 '기술 편향'을 지양해야 한다는 게 노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또 '형평성의 늪'도 경계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에서 CG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있죠. '웨타(Weta) 스튜디오'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웨타라는 회사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있거든요.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춰 할리우드 일감을 대부분 수주하고 있죠."

웨타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작해 △뉴질랜드 국가이미지 제고(4800만 달러) △2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38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의 관광산업 성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도 할리우드 제작진보다 훌륭한 CG 전문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CG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회사가 없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시장도 없어요. 그래서 밖으로 나가야 하고, 또 웨타처럼 해외에서 적극 일감을 가져와야 합니다. 우리도 웨타처럼 세제 혜택을 달라고 정부에 요청을 해 봤죠. 돌아온 대답은 '형평성에 어긋난다'였어요. 경기 회복과 일자리 문제로 고민이 많은 현 시점에, 국가 이익과 연관된 산업을 단지 형평성의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건 바른 모습이 아닐 거예요.”

대전=류준영 기자 joo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