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금품 주는 형님’ 공포, 승부조작의 ‘연결고리’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4년 만에 프로야구판에 돌아온 승부조작의 ‘악령’ 앞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지난 21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속에는 ‘검은 유혹의 온상인 스폰서 문화의 현실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선수들을 잘못된 선택으로 이끄는 가장 위험한 덫을 선수들 스스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박현준-김성현(당시 LG)의 승부조작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21일 검찰에 기소된 이태양(NC), 그와 함께 조작을 공모한 문우람(상무) 역시 브로커, 전주들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범죄의 시작점이 됐다. ‘이태양 폭탄’이 터진지 사흘 만에 ‘자백’으로 다섯 번째 승부조작 프로야구 선수가 된 유창식(KIA) 역시 비슷한 스캔들의 뇌관이 되고 있다. 경찰 소환 조사를 통해 유창식의 승부조작은 횟수가 늘어났고, 다시 ‘아는 형님’인 브로커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이자 현역 프로야구 선수의 친형이다. 선수들의 근거리에 있던 ‘형님’의 존재가 떠오르면서 팬들과 야구인들의 우려는 다시금 커지고 있다. 관련 선수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매일경제

유창식에게 승부조작을 사주한 브로커는 현역 프로야구 투수의 친형으로 알려졌다. 교우경험이 제한적인 선수들의 무분별한 인맥, 부주의하고 무감각한 ‘스폰서 문화’ 등이 문제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이렇게 범죄 선수들과 브로커들의 ‘교우관계’가 밝혀질 때마다 코칭스태프와 베테랑 선수들의 안타까움, 자기반성이 깊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만연해온 부주의하고 무감각한 ‘스폰서 문화’, 여기에 일반인들과의 교우 경험이 제한적인 선수들이 무분별한 인맥에 취약한 특성 등이 문제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는 자책이다.

잘못된 만남의 시작은 대부분 가벼운 소개나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술자리, 팬을 자처했던 사람들과의 인연이었다. 그동안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는 이렇게 우연히 알게 된 ‘아는 형님’ 혹은 ‘팬’들의 과한 호의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확실한 업체 관련이나 루트가 투명한 협찬품을 제공받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적지만, 그리 깊지 않은 관계의 개인 팬에게 시계나 의류, 골프채 등 고가의 선물을 선뜻 받는 것은 철없고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스포츠는 ‘승부조작’이 벌어지는 순간, 지켜볼 가치를 잃는다. 리그의 목숨 줄을 끊는 ‘이적행위’로서 승부조작의 무서운 의미를 과연 알고는 있었던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승부조작 선수들은 너무도 허술하고 무감각하게 범죄에 엮였다. 그 당혹스러울 만큼 실망스러운 배반의 과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평소 선수들의 문제적 ‘형님교우’가 있었다.

벌써 3명의 승부조작 선수가 발각됐고, 한명 이상의 추가 소환이 임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내사를 받았거나 내사가 진행 중인 복수명의 선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의심스러운 경기 때문이 아니라, 브로커 등과 교우 관계가 있거나 선물이 전달된 정황이 있어 내사 대상에 오른다. 실제 승부조작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결백이 입증될 때까지 불신과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선수들 자신과 야구인들, 팬들에게 모두 상처가 될 시간들이다.

부족한 개념과 철없는 행동으로 프로야구판을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선수들. 막대한 금품 수수나 치밀한 각오도 없이 어이없고 ‘딱하게’ 범죄에 엮인 경우는 지켜보는 이들을 더 화나게 한다. 야구인들은 선수들의 각성과 변화, 보다 분별력 있는 교우와 자기관리가 절박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hicleo@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