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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탐색] ‘월세입자 투자풀’ 서민 주거비 부담 덜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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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굴려 ‘금리+1%’ 수익 / 내년 1분기내 상품 시판 계획 / “여유있는 집 얼마나 된다고…” / 서민들에 그림의 떡 될 가능성

세계일보

금융위원회가 28일 ‘월세입자 투자풀(Pool)’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서 생긴 목돈(전세 보증금)으로 펀드를 조성, 운영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윤곽은 이미 연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나왔고, 이날 발표는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운영방식은 한국증권금융이 월세(또는 반전세) 전환으로 세입자가 돌려받은 보증금을 위탁받아 모(母)펀드인 투자풀을 조성하면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하위 펀드에 자금을 분산 투자하는 식이다. 투자풀은 최대 2조원 규모, 1인당 가입 한도는 2억원으로 각각 설정했다.

무주택자인 월세(반전세) 임차인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투자풀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데, 9억원 초과 주택에 거주하는 이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된다. 펀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장기 가입 예정자에게 우선순위가 부여된다. 최소 가입기간은 4년이다. 중도 환매하면 운용수익 중 일부가 차감된다. 2년 내 환매하면 운용수익의 50%를, 4년 내는 30% 각각 차감된다. 주택을 구입하거나 사망과 장기요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운용수익 차감 없이 중도환매를 할 수 있다.

펀드는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뉴스테이’ 사업(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도 투자된다. 금융위는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을 ‘3년 만기 예금 금리+1%’ 이상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수익은 분기별로 배당된다.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은 아니다. 펀드 조성은 운용사와 투자대상사업 선정 등을 거쳐 내년 1분기 개시할 예정이라고 금융위는 밝혔다.

서민·중산층을 겨냥한 주거비 경감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은 의문이다. 돌려받은 보증금을 투자할 수 있다면 치솟는 주거비와 가계빚의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가계로 볼 수 있다. 금융위는 잠재수요 규모를 38만5000명, 9조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정작 주거비 부담에 짓눌린 서민에겐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크다.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세품귀 → 전셋값 폭등 → 월세 전환’ 흐름이 정부의 ‘저금리·주택금융규제 완화’ 정책의 결과라는 점에서 “병 주고 약 주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류순열 선임기자·이우중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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