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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세영vs 리디아 고, 116년만의 금메달놓고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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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16년만의 올림픽 골프 금메달을 놓고 창과 방패의 대결이 벌어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5승 가운데 3번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창’ 김세영(23ㆍ세계 5위ㆍ미래에셋)과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할 경우 우승 확률 50%의 ‘방패’ 리디아 고(19ㆍ세계 1위ㆍ뉴질랜드)의 외나무다리 승부다.

세계 랭킹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여자골프 한국대표팀 에이스는 박인비(28ㆍ세계 3위ㆍKB금융그룹)다. 하지만 박인비는 최근 왼손목 부상 등으로 2016 시즌 내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박인비가 올림픽까지 정상 컨디션을 되찾지 못한다면 김세영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김세영은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루키 시즌에 쟁쟁한 골퍼들을 제치고 3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올해도 2승을 추가해 시즌 상금 6위(100만4,416달러)에 올라 있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도 첫날 포볼 경기에서만 패했을 뿐 이후 3승을 올리며,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세영에게는 항상 ‘역전의 여왕’ ‘빨간 바지의 마법사’ ‘연장 불패’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경기 막판 승부를 뒤집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거둔 5승이 모두 역전승이다. 미국에서도 LPGA 투어 5승 중 3승을 역전승으로 일궜다. 부담감이 큰 올림픽에서 김세영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세영의 금메달 경쟁 상대는 설명이 필요 없는 여자 골프 세계 1인자 리디아 고다. 상금랭킹 1위, 세계랭킹 1위, 평균타수 1위가 말해주듯 경기력에서는 현재 따라올 선수가 없다. 올 시즌 그는 4차례 정상에 올랐다. 열 아홉살의 나이에 LPGA 투어에서 14번 우승한 그는 최근 5차례 열린 대회에서 4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리디아 고가 LPGA 데뷔 후 최종 라운드 선두 또는 공동 선두로 출발했을 경우 우승 확률은 무려 50%에 이른다. 19세에 불과하지만 쉽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강심장을 가졌다. LPGA 투어에서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김세영의 최대 무기는 올 시즌 장타 부문 6위(271.94야드)에 오른 드라이버샷이다. 그는 아이언샷도 그린 적중률 19위(71.74%)에 오를 만큼 정상급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무기는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킬러 본능’이다. 김세영의 라운드당 평균 퍼트는 36위(29.53%)에 불과하지만 그린 적중 때 홀당 퍼트는 6위(1.76개)로 순위가 껑충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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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은 LPGA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버디 효율이 높다. 그는 라운드당 4.39개의 버디를 뽑아냈다. LPGA 투어에서 라운드당 버디를 4개 이상 뽑아낸 선수는 김세영 말고는 리디아 고(4.06개)와 일본의 노무라 하루(4.01개)뿐이다. 그만큼 김세영은 버디 기회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반면 리디아 고는 롱게임에서는 평범한 선수에 불과하다. 그는 올 시즌 장타 부문에서 120위(248야드)로 하위권이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53위(71.92%)에 그친다. 짧은 비거리를 참작하면 드라이브샷 정확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핀에 가까워질수록 정교해진다.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은 투어 정상급인 73.35%(9위)로 올라간다. 그린에서는 발군이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28.49개)와 그린 적중 때 홀당 평균 퍼트(1.71개) 모두 1위다. 리디아 고는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경기를 운영한다고 정평이 났다.

올림픽 무대는 변수가 많다. 특히 골프는 이변이 자주 발생하는 종목이다. 116년만의 골프 금메달이 창과 방패의 대결 결과에 따라 정해질지, 아니면 제3의 인물에게 돌아갈지는 한국시간으로 8월 21일 새벽 밝혀진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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