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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청년수당 지원서에 담긴 청춘의 고충…"취업 기간 길어져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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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동기 부분서 취업·준비·아르바이트 순으로 언급 많아

"취업실패→아르바이트→시간부족→취업실패 악순환…시간 버는 게 핵심"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시가 지원 대상자 발표를 앞둔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 신청자의 사연에는 생계를 위한 계약직·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동시에 짊어진 이 시대 청춘의 '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8일 시에 따르면 신청자 A씨는 2년간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신입 사원 교육까지 담당했다. 그러나 정규직은 커녕,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지 않아 일을 그만둬야했다.

A씨는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각종 자격증 취득 비용, 공부 비용, 생활비 등 큰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A씨는 청년수당을 신청하며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미성년자 동생을 둔 대학생 B씨는 취업이 늦어져 졸업을 미뤘다. B씨는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고자 졸업도 미룬 채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B씨는 "버는 돈은 생활비로 보태야 해 무료 강연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창업을 준비중인 C씨는 친환경건축자재 벽돌을 개발해 특허 출원이 진행 중이다. 연말까지 이 벽돌을 상용화하려고 대형 건설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1년째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제품 제작과 업체 미팅 비용에 모아 놓은 돈은 바닥이 났고, 카드 대출로 이어가고 있다.

C씨는 "기본 소득이 없다 보니 밥값도 없어서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며 "청년수당 지원을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시는 "불안하고 열악한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사연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6천309명이 낸 지원서 가운데 지원동기·활동목표·활동계획을 분석해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는지 소개했다.

지원동기 항목에서는 '취업'이라는 단어가 6천580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준비'(4천321번)와 '아르바이트'(2천696번)이 그 뒤를 이었다.

시는 이를 두고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취업을 준비하면서 각종 비용을 충당하고자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고, 이는 시간 부족으로 이어져 또다시 취업에 실패하는 고충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단어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단어로는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없다', '부모님' 등이 꼽혀 취업 과정에서 어려움과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됐다.

활동목표 항목에서는 '자격증'(1천53번), '취득'(947번), '준비'(595번), '합격'(451번) 등이 많이 언급됐다. 활동계획 항목에서는 '공부'(4천487번), '준비'(3천878번), '학원'(3천331번), '자격증(2천938번) 등이 자주 등장했다.

시는 이처럼 지원서를 추린 결과, 청년들이 '졸업 직후 취업 실패로 자신감 상실→경제적 어려움→단기 아르바이트→불규칙한 삶의 패턴·낮은 임금으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소화하며 일상생활 붕괴→부족한 시간 등으로 취업 실패'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는 "청년 지원자들이 취업을 위한 공부 비용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며 "청년수당으로 지원금 자체보다는 지원금을 통해 '시간'을 벌려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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