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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촌철살인의 미학'…광고 문구의 130년史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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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광고 언어의 힘' 특별전

연합뉴스

한성주보에 실린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 광고. [국립한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광고(廣告)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널리 알리는 일이다. 광고에 들어가는 글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강렬하며 인상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광고 문구는 촌철살인의 미학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광고'라는 단어가 근대적 의미로 쓰인 첫 사례는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에 나온다. 1883년 8월 30일 기록을 보면 인천항 개항과 관련된 내용에 '광고'가 있다. 이후 1886년 2월 22일에 발행된 '한성주보'에는 독일의 무역상사인 세창양행이 조선에 들여올 품목을 나열한 한국 최초의 상업광고가 실렸다.

광고의 130여년 역사를 우리말과 우리글의 관점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처음으로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특별전 '광고 언어의 힘, 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잡혔다'를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신문, 영상, 도면 등 광고 자료 357점과 시대를 대표하는 광고 문구 283점 등 640점이 나온다.

특히 1896년에 간행된 '독립신문'의 국문판과 영문판 광고, 1899년 11월 14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최초의 신문 전면 광고 등 귀중한 자료들이 공개된다.

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되며, 제1부 '광고를 읽는 새로운 시각, 광고 언어'는 구한말부터 해방 이전까지의 광고를 다룬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각종 광고를 살펴보고, '광고'와 같은 의미로 통용된 말인 '고백'(告白)의 사용 빈도가 일제강점기에 급격히 줄어드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제2부부터는 1945년 이후의 광고를 주제별로 분석한다. 제2부의 주제는 '광고 언어의 말맛'으로 소비자를 유혹해야 하는 광고 글쓰기의 이모저모를 정리한다.

제품명을 일부러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과장과 비교 등의 방법으로 제품의 특성을 드러내며, 패러디를 통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광고 문구가 소개된다. 또 현재 광고업계에서 활동하는 카피라이터 10명이 추천하는 광고 글도 전시된다.

이어 제3부 '광고 언어의 글멋'은 글자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다.

광고에 글자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디자인의 변화 양상을 추적한다. 광고 글자 디자이너인 고 김진평(1949∼1998)의 한글 도면 60점도 진열된다.

마지막 제4부 '광고 언어, 우리들의 자화상'은 사회적 단면을 드러내는 광고들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출산을 제한했던 1960년대의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인 가족이 급증한 2000년대의 '혼자 사는 아이처럼 독거노인에게도 관심이 필요합니다' 등 흥미로운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8월 10월부터 31일까지 매주 수요일에는 김정우 한성대 교수, 한명수 배달의민족 이사, 정철 카피라이터, 박선미 대홍기획 본부장 등이 광고를 주제로 강연한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광고는 당대의 사회와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창"이라며 "이번 전시가 디지털 시대에 광고 언어의 새로운 방향과 가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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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약품 광고. [국립한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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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가족계획 광고. [국립한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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