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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팩트체크] 인터파크 '책임회피 약관', 법적 효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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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작하겠습니다. 103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터파크. 연일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죠.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책임을 피하는 내용으로 약관을 바꾸려 한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을 지금 받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인터파크는 뒤늦게 약관변경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늘(27일) 팩트체크에서 이 약관 문제, 그리고 정말 인터파크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를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약관 언제 고치려고 한 겁니까? 그러니까 해킹사건 때문에 약관을 그 전에 고치려고 했다는 의심, 이건 합리적인 의심일까요?

[기자]

일단 시간대별로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인터파크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게 5월 초입니다. 그리고 두 달 동안 이걸 몰랐다라는 게 인터파크의 설명인데요.

그러다가 7월 11일에 알게 됐다. 다음 날 경찰에 신고를 했다라는 거고요. 사건이 알려진 것은 그제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습니다. 어제 인터파크는 사과문 발표했고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7월 20일에 약관의 변경문이 게시가 됩니다. 당시에는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때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경찰에는 신고가 된 상태였고. 그렇다면 그런 의심은 합리적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 그걸 어떻게 고치려고 했습니까?

[기자]

약관에 넣으려고 했던 걸 한번 볼까요? 약관 변경문에 저렇게 나와 있습니다.

회원이 ID를 부주의하게 관리하거나 해서 문제가 생기면 회사는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이걸 좀 살펴봐야 하는데. 회사가 고객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거 아니냐. 극단적으로 본다면 그런 해석의 여지도 없지는 않군요.

[기자]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약관 두 개를 지금 보여드릴 텐데요. 왼쪽에 보이는 게 표준 약관입니다. 저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밝히는 내용인데. 보통 기업들이 저걸 바탕으로 해서 자신들의 약관을 만듭니다.

그리고 오른쪽이 인터파크의 약관인데요. 문제는 저 붉은색 부분입니다. 1, 2, 3번은 거의 대동소이한데 네번째에서 뭔가 새로운 것들이 지금 추가가 되고 있는데…

[앵커]

조금 아까 얘기한 그 내용이 저기 붉은색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거죠?

[기자]

이번에 이제 삽입하려는 것이었는데 아주 민감한 시기에 왜 이걸 하려고 했느냐는 겁니다.

인터파크가 이렇게 해서라도 책임을 피하는 근거를 넣으려고 했다는 의문을 가질 만한데. 물론 인터파크는 반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그렇지 않다?

[기자]

네.

[앵커]

그런데 하여간 뭡니까? 시간대 별로 보면 그런 의심을 할 만한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려서. 문제는 그 내용으로 뒤늦게 바꾸면 이미 일어난 해킹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이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래서 저희가 법적 근거 찾아봤고요. 대법원의 판례 2개를 살펴봤습니다. 첫 번째, 계약체결 후에 개정된 약관은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데요. 나중에 고쳐도 소용이 없다 이 얘기입니다.

또 다른 판례에서는 면책조항이 있더라도 중과실이 있는 경우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무슨 얘기냐 하면 과실이 있으면 책임져야 된다 이런 얘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해킹이 언제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던 그 때에 약관부터 바꾸려고 했다. 그러니까 책임 회피의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오늘 들은 법조계의 의견입니다.

[앵커]

물론 이런 것 때문에 예를 들어서 인터파크에서 이거 봐라, 우리는 이런 거 다 있으니까 우리가 고치려고 한 것이 소용없다는 거 알고 있는데 우리가 뭐하러 그걸 그렇게 했겠느냐.

[기자]

지금 반박의 근거가 바로 그 얘기입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제가 반박을 듣지 않고 그냥 제가 드린 말씀이었는데 그렇게 반박을 했다는 얘기죠?

[기자]

네.

[앵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약관으로 책임을 면하려는 시도는 비단 인터파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계약하다 보면 약관이 복잡한 경우가 많잖아요. 인터파크 얘기는 조금 이따 하도록 하고 업체 입장에서는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놓는 그런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보험사 광고 TV로 많이 보셨을 텐데요. 거의 약관이 뒷부분에 나올 때 랩 수준으로 빠르게 나와서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잠깐 들어보시죠. 굉장히 빠르죠.

[앵커]

기계음처럼 들립니다.

[기자]

그래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하고는 하는데. 제가 표준약관이 아니라 이건 보험사의 일반적인 약관을 하나 가지고 나왔습니다.

약관이 무려 A4 용지로 45장이거든요. 이렇게 많습니다. 그리고 깨알 같은 글씨가 있어서 보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그런 글씨들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에 서명을 해야 되는데 이걸 다 읽고 하는지는 굉장히 의문스럽습니다.

[앵커]

그거 다 읽어보는 분들은 제가 보기에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하여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렇게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왜 이렇게 많습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데.

[기자]

묻고 따졌습니다. 책임 회피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었는데요. 손해배상 책임이나 분쟁조정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슬쩍 끼워넣고 나중에 책임을 피하는 근거로 삼기도 하는데 제가 두 가지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첫번째, 결혼중개업체와 회원 간의 분쟁사례인데. 이 업체가 회원에게 단 한 번도 맞선자리를 주선하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환불을 해 달라고 했는데 업체가 우리가 소개시켜줄 노력은 다했다. 그런데 못해 준 거다라며 약관을 들이댄 거죠. 결국 환불결정이 났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기자]

항공사 사례도 있습니다. 고객의 짐이 파손이 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약관에 넣었다가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라고 있습니다. 약관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고요. 면책조항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러니까 법이 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시청자 여러분들이 만약에 약관에 서명을 하셨더라도 법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조윤상/변호사 : 우리가 모든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우리 쪽, 회사 쪽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더라도 책임 안 지겠다는 건 넣어도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혹시 사인을 했더라도 절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죽을 필요가 없다, 그런 얘기가 되겠죠. 이제 다시 인터파크 문제로 돌아가서 짤막하게 하고 끝내도록 하죠. 오늘 인터파크측에서는 몇 가지 해명을 추가로 내놨는데, 아까 그거 말고 팩트체크팀이 취재한 내용하고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면서요?

[기자]

범인을 잡으려고 2주 동안 쉬쉬했다는 취지로 오늘 해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이 만약에 사실이더라도 명백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됩니다.

정보 유출이 되면 지체 없이 이용자에게 통보하라고 이렇게 명시가 되어 있는데 이걸 어긴 게 되는 거고요.

두번째는 제가 경험한 겁니다. 어제 인터파크가 발표한 사과문에서 비밀번호 유출은 없었다, 이렇게 해명을 하고 있는데 하지만 제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확인해서 들어가봤더니 이번 사건으로 비밀번호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앵커]

자신들이?

[기자]

그러니까 비밀번호가 유출이 안 됐다면 2차 피해가 없었을 텐데 그동안의 설명과 뭔가 일부분 배치되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 그런 얘기군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진행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오대영 기자와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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